출산 전 산모의 흡연 습관이 태어날 자녀의 지적장애나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거 흡연 이력 역시 발생 위험을 높이고, 딸에게 더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1일 국제 학술지 BMC 메디신(BMC Medicine)에 게재된 이번 논문에는 2009년~2018년 국내 출생 영유아 중 분석 기준을 충족한 86만1876쌍의 모자 코호트 연구 결과가 담겼다. 장문영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박준빈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김재원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가 공동 연구했다.
ⓒ황지혜 기자 hwangjh@donga.com,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 산모 흡연 습관, 자녀 뇌 발달에 장기적 영향
연구팀은 산모 출산 전 2년 이내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일반건강검진 자료를 활용해 산모를 비흡연·과거 흡연·현재 흡연 그룹으로 분류했다. 자녀는 2021년까지 평균 8년 이상 추적 관찰해 지적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 여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과거 흡연 그룹 산모의 자녀는 비흡연 그룹 산모 자녀에 비해 모든 신경발달장애의 누적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흡연자’였던 산모의 자녀 그룹은 비흡연 그룹에 비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위험이 1.52배, 지적 장애 위험이 1.44배, ADHD 위험이 1.35배 높았다.
주목할 점은 담배를 피우다 검진 당시 끊었다고 답한 ‘과거 흡연자’ 그룹이다. 이들의 자녀 역시 비흡연자 자녀에 비해 자폐스펙트럼장애 1.29배, 지적장애는 1.21배, ADHD는 1.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가벼운 흡연도 위험
또한 연구팀은 현재 담배를 피우는 산모를 누적 흡연량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누어 분석했는데, 흡연량이 적은 그룹에서도 신경발달장애 위험이 유의미하게 관찰됐다.
최저 흡연자 그룹(1.75 갑년)의 경우 비흡연자 자녀 대비 자폐스펙트럼장애 1.55배, 지적장애 1.35배, ADHD 1.33배 높은 것으로 관찰됐다.
‘1.75 갑년’은 하루에 1갑씩 피웠을 때 1.75년(약 1년 9개월) 동안 피운 총 담배량을 뜻한다.
● ‘딸에게 더 치명적’… 성별에 따른 차이
이어 연구팀은 하위그룹 분석을 통해 산모의 흡연과 자녀의 성별 간에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위험에 대한 유의미한 상호작용이 관찰된다고 밝혔다.
과거 흡연자가 출산한 여아는 비흡연자의 여아에 비해 자폐스펙트럼장애 발생 위험이 2배 높았고, 현재 흡연자의 여아는 2.04배 높았다. 반면, 남아의 경우 어머니의 흡연과 관련된 자폐 스펙트럼장애의 상대적 위험도는 미미했다. 지적 장애 또는 ADHD에 대해서는 성별에 따른 유의미한 상호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
장문영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모자 코호트를 활용해 산모 흡연과 자녀 신경발달장애 간의 연관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연구는 공중보건적 관점에서도 가임기 여성의 흡연 감소를 위한 사회적·의료적 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 ‘
출생 전 건강검진 자료를 활용한 산모 흡연과 자녀 신경발달장애 위험 간의 연관성: 한국 모자 코호트 연구
’는 국제학술지 BMC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