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 육아, ‘숭고한 희생’으로 포장… 커리어에 대한 불안 등 우울감 느껴
아이와 엄마도 ‘적당한 거리’ 필요… 좋은 엄마보다 자신의 가치 찾아야
◇엄마가 된 걸 후회한다고 말했다/다카하시 아이, 요다 마유미 지음·박소영 옮김/284쪽·1만9800원·후마니타스
엄마가 되는 일에 어떻게 ‘보람’만 따를 수 있을까. 신간에서 엄마들은 ‘독박 육아’에 대한 분노, 자기답게 살지 못한 슬픔, 커리어를 포기해야 했던 억울함,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다는 죄책감까지 다양한 감정을 털어놓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인 여성 무라타 사야 씨는 28세이던 2013년 첫째 아들을 낳았다. 곧바로 24시간 ‘독박 육아’가 시작됐다. 그해 일본에서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에 불과했다. 남편은 금세 육아에서 발을 뺐다.
아들이 다섯 살 무렵, 몇 시간씩 울음을 그치지 않고 주먹을 휘두르는 행동이 석 달 동안 계속됐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떼를 쓸 때는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혼자서 감당하는 시간은 길었다. 정신이 무너질 것 같은 순간도 찾아왔다.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가장 견디기 힘든 건 ‘혼자’라는 느낌이었다. 누군가가 필요했던 그녀는 아이가 떼를 쓰기 시작하면 마음건강 상담창구에 전화를 걸었다. “혼자라고 생각하면 너무 괴로워서요. 통화 연결 상태로 둬도 되나요?” 아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함께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상담사들은 아무 말 없이 기다려줬다. 고독을 견디기 위해 찾아낸 최소한의 방법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최악의 시기를 가까스로 버텼다.
이런 서사는 대개 정해진 결말로 이어진다. 힘들지만 결국 아이는 사랑스럽고, 고통은 성장으로 이어지며, 엄마가 되는 일은 보람 있는 경험이라는 식이다. 독박 육아의 고통조차 ‘숭고한 희생’으로 포장된다. 그러나 일본 NHK 기자와 PD가 “엄마가 된 것을 후회한다”고 말하는 여성들을 인터뷰한 이 책은 그 익숙한 결론을 의심한다.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말한다. 후회한다고 하면 금기를 깨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후회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고. 마음껏 후회하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하는 데서 출발해 이후를 고민하자고 한다. 엄마가 되는 일에 어떻게 ‘보람’만 따를 수 있을까. 이들은 과도한 책임에 대한 분노, 자기답게 살지 못한 슬픔, 커리어를 포기해야 했던 억울함,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다는 죄책감까지 다양한 감정을 털어놓는다.
그렇다고 책이 절망만을 담은 건 아니다. 엄마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출구를 찾는다.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건 아이와의 ‘거리’.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던 미호 씨는 아이와 함께 죽음을 떠올리기까지 했지만, “엄마가 죽어도 나는 살겠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오히려 해방감을 느꼈다. 무라타 씨 역시 후회를 인정한 뒤 숨쉬기가 한결 편해졌다. 자신이 육아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며,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다른 일에서 더 큰 가치를 느끼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좋은 엄마라면 어떻게 할까” 대신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를 묻기 시작했다.
저출산 시대에 이런 책은 출산을 기피하게 만든다는 비난을 받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의도는 출산을 말리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엄마됨은 숭고하다’는 단일한 서사에 균열을 내는 데 있다. 힘들어도 보람을 말해야 한다는 기대 속에서는 현실의 문제를 드러낼 언어가 사라진다. 후회한다는 말은 그 금기를 깨는 첫 문장이다.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현실에 더 가까운 이야기, 그리고 다른 가능성이 시작된다고 말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