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구팀에 따르면 야간 소음은 하룻밤 노출만으로도 혈관 기능을 저하시켜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뇌가 소음을 위협으로 인식해 면역 체계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밤 중 울리는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와 차량 배기음은 잠만 해치는 것이 아니라 심혈관 건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 ‘
심혈관 연구(Cardiovascular Research)
’에 게재된 독일 마인츠 의과대학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야간 도로 교통 소음은 하룻밤 노출만으로도 건강한 성인의 심혈관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18~60세 건강한 성인 남녀 7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우선 소음 횟수에 따라 △기준 집단(평균 30dB) △30회 노출(평균 41.36dB) △60회 노출(평균 44.13dB) 그룹으로 조건을 나눴다.
이후 3일간 소음 노출 환경을 바꿔가며 피험자들의 취침 상태와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실험에 사용된 소음은 실제 도로 소음을 녹음한 것으로, 최대 약 60dB까지 올라갔다. 이는 옆에서 계속해서 전화벨이 울리는 수준의 소음이다.
● 하룻밤 소음 노출에 혈관 확장 능력 ‘뚝’… 심박수도 급등
실험 결과, 밤사이 도로 교통 소음에 노출된 사람은 ‘혈관 내피세포 기능 장애’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음을 발생시키지 않은 기준 집단에서 평균 9.35%였던 혈관 내피세포 기능 수치는 30회 노출 집단에서 8.19%로 감소했으며, 60회 노출 시에는 7.73%까지 떨어졌다.
혈관 내피세포는 혈관의 확장과 수축, 혈전 생성·용해 등 혈관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기능이 깨지면 혈관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증,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된다.
실험에 참가한 이들은 설문조사에서 수면의 질, 깊이, 휴식 정도 등 전반적으로 수면 상태가 악화됐다고 답변했다. 피험자들이 노출된 평균 소음 수치는 41.36~44.13dB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야간 소음 권고 기준으로 제시한 45dB보다 낮은 수준인데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 몸은 잠들었지만 귀와 뇌는 ‘비상’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음이 심혈관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수면 중에도 뇌가 소음을 ‘위협’으로 간주해서다.
우리 귀는 잠에 들더라도 주변 소리를 감지해 뇌로 신호를 보내는데, 뇌가 이를 스트레스로 인식하면 각성 반응을 일으킨다. 이번 연구에서 큰 소음이 발생할 때마다 피험자들의 심박수가 급격히 상승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연구팀이 혈액 속 단백질 179종을 정밀 분석한 결과, 면역 세포들은 서로 비상 신호를 주고받거나 염증이 생긴 곳으로 면역 세포를 불러 모으는 등의 변화가 뚜렷하게 관찰됐다.
소음 때문에 잠을 설친 다음날 이미 면역 체계는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해 혈관을 자극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소음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이러한 몸속 단백질의 반응이 훨씬 심하게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오마르 하하드 박사와 토마스 뮌첼 교수팀은 “실제 도심 환경 수준의 소음에도 건강한 성인의 혈관 기능은 손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구팀은 “공중보건 측면에서 야간 소음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저소음 포장 도로, 도시 계획 관점에서의 접근 등 적극적인 소음 저감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