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질병과 사망위험을 낮추려면 운동 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강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
에 29일(현지 시각)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하루 단 몇 분이라도 심박수를 크게 끌어올리는 ‘고강도 활동’을 하는 사람은 관절염, 심장병, 당뇨병, 치매를 포함한 8가지 주요 질환에 걸릴 위험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나 지하철을 놓치지 않으려 뛰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빠르게 오르는 것 같은 일상 속 짧은 움직임이 예상보다 큰 건강 효과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중국·영국·호주·칠레 연구진이 공동 수행한 이번 연구는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참여한 평균 연령 62세의 성인 약 9만 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일주일 동안 손목에 가속도계를 착용해 실제 움직임을 기록했고, 연구진은 이후 약 7년간 이들의 건강 변화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전체 활동량이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숨이 찰 정도의 고강도 활동’ 비율이 높은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치매 위험이 약 63%, 제2형 당뇨병 위험은 약 60%, 전체 사망위험은 약 46% 낮았다.
이러한 차이는 운동 시간이 길지 않아도 유지됐다. 실제로 연구에서 의미 있는 효과가 확인된 고강도 활동량은 주당 약 15~20분, 하루로 환산하면 2~3분 수준에 불과했다.
이번 결과는 ‘운동의 양’뿐 아니라 ‘운동의 강도’가 독립적인 건강 효과를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동안의 지침은 주로 총 운동 시간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번 연구는 같은 시간을 움직이더라도 얼마나 강하게 움직였는지가 전혀 다른 생리적 결과를 만든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강도 운동의 장점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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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고강도 신체활동은 저강도 활동으로는 완전히 재현할 수 없는 특정한 생리적 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을 할 때 심장은 더 효율적으로 혈액을 내보내고, 혈관은 더 유연해지며, 산소 이용 능력이 향상된다. 동시에 염증 반응이 줄고, 뇌세포 건강을 유지하는 화학물질이 활성화되면서 치매 위험 감소와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런 이유로 질환별로도 차이가 나타났다. 관절염이나 건선 같은 염증성 질환에서는 운동량보다 강도가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당뇨병이나 만성 간질환에서는 운동량과 강도가 모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고강도 활동을 실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걸어서 이동할 때 일부 구간은 경보를 하듯 속도를 높이거나, 계단을 오를 때 몇 층 정도는 빠르게 올라가는 식이다. 버스를 잡기 위해 잠깐 뛰는 행동처럼 짧지만 숨이 찰 정도의 순간이 바로 연구에서 말하는 고강도 활동에 해당한다. 이런 순간이 하루에 몇 번만 반복되면 연구에서 효과가 확인된 주당 15~20분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고강도 운동이 적합한 것은 아니다. 고령자나 심혈관 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무리한 고강도 활동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런 경우 우선 전체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며, 개인 상태에 맞춰 강도를 점진적으로 높이는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oi.org/10.1093/eurheartj/ehag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