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영 서울 성북구 제인한의원 원장은 2024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근육운동을 시작해 지난해 보디 프로필(오른쪽)까지 찍었다. 황지영 원장 제공
“저는 이번 생을 여러 번 사는 사람 같아요. 20세 후반 일본에 살면서, 40세 들어가면서, 그리고 45세에 한의대 붙으면서, 제게 전환기가 찾아왔습니다. 그때마다 아팠고, 어려운 고비가 찾아왔는데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잘 넘겼습니다. 한의사가 된 지금은 아픈 사람들 보면 다 제 얘긴 거 같아서, 꼭 낫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황지영 서울 성북구 제일한의원 원장(51)은 매우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서울과학고를 거쳐 서울대 화공학과에서 학사 석사 과정을 마쳤다. 외국계 회사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했다. 그런데 전공과는 전혀 다른 파이낸스, 내부감사, 원가회계, 전략 재무, 인사 등 분야에서 일했다. 해외 주재원으로 일본과 태국, 네팔에 가기도 했다. 그리고 2024년 한의사가 됐고, 지난해엔 문화체육관광부 생활체육지도사 웨이트트레이닝 2급 자격증을 획득했다.
“다른 한의원에서 일할 때인 2024년 3월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하겠다는 생각이었죠. 살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다행히 그때 서울 종로 파고다헬스클럽에 갔고, 좋은 관장님과 실장님을 만나 제대로 운동할 수 있었습니다.”
황지영 원장이 서울 중구 피트니스101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목과 어깨 등에 있는 만성 통증을 없애기 위해 2년 전 근육운동을 시작한 황 원장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생활체육지도사 웨이트트레이닝 2급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목과 어깨 등에 만성 통증이 있었던 황 원장은 역시 디스크로 인한 허리 통증을 없애기 위해 근육운동을 하다 트레이너가 된 이인혜 실장(61)에게 PT를 받았다. 그는 “제 몸 상태를 알고 운동을 시켜주니 통증도 없어지고 근육도 잘 만들어졌다”고 했다. 매일 새벽 운동을 하고 한의원으로 향했다. 몸이 좋아지자, 관장이 “한의사로서도 도움이 될 것이니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을 따 보라”고 했다. 그래서 운동생리학과 트레이닝원리 등 스포츠 과학을 공부해 자격증을 획득했다.
“자격증 획득은 근육운동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 좋은 경험이었죠. 운동 손상, 재활 등 제가 모르던 분야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한의사다 보니 운동하다 근육에 이상이 생기만 제가 직접 침을 놓아 봤는데, 효과가 있었죠. 스쾃하다 엉덩이 근육에 통증이 왔을 때 조용히 화장실로 달려가 아픈 부위에 도침을 놓았는데 통증이 사라졌죠. 제 몸에 다양한 시술을 했고, 저를 찾아오는 환자분께도 설명하고 시술했죠. 특히 운동하다 다친 분들 반응이 좋았습니다.”
황지영 원장이 근육운동을 열심히 해 지난해 보디 프로필을 찍었다. 황지영 원장 제공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을 획득할 즈음 보디 프로필도 찍었다. 황 원장은 “제 콤플렉스가 펑퍼짐한 엉덩이였다. 그런데 관장님이 운동으로 잘 만들면 엉덩이가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며 보디 프로필도 찍어보라고 권했다”고 했다. 약 3개월 체계적으로 근육을 키워 보디 프로필을 찍었다. 그는 “진짜 펑퍼짐했던 엉덩이가 오뚝해졌다”며 웃었다.
한일 월드컵이 뜨겁던 2002년 황 원장은 일본 고베에서 6개월을 살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개인적으로 한의사의 자질을 발견했다. “친구들과 북알프스 다테야마산에 다녀온 후 피로를 풀기 위해 온천을 방문했죠. 그곳에서 친구들의 몸을 마사지하면서 제가 다른 사람 몸의 아픈 부분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때 다른 사람의 건강을 돌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황 원장은 산에서 만나 결혼한 부모님 덕분에 어려서부터 산을 탔다. 지금도 친구들이랑 북한산 불암산 등 수도권 산을 자주 오른다. 지리산과 설악산 등 전국의 산도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도 한다. 일본에 살 때 어머니를 모시고 북알프스를 올랐고, 지금도 가끔 함께 산을 오르고 있다. 그는 “일본에 살면서 북알프스를 오를 때 너무 좋아서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생각까지 했었다”고 했다.
황지영 원장(왼쪽)이 어머니와 함께 2020년 네팔 히말라야 랑탕에 올랐다. 황지영 원장 제공
황 원장은 2004년 한의대를 가기 위해 대학 수능시험도 치렀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솔직히 제가 공부 하나는 자신 있었는데, 쉽지 않았다”고 했다. 2016년 한의대 편입 시험에 도전했다. 수능시험을 보고 대학에 가면 6년을 공부해야 하지만 편입하면 4년에 끝낼 수 있어 좋다고 판단했다. 편입 첫 도전은 실패했다. 2019년 경희대 한의대에 편입 시험에 합격했고, 2020년부터 18학번과 함께 공부했다. 한의대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2014년 업무가 많아 무리하다 보니 목이 아팠어요.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면서 카이로프랙틱까지 했는데 낫질 않는 겁니다. 그러다 아이 따라 빙상장에 따라갔다가 저도 한번 타보려다 넘어져 어깨까지 다쳤죠. 통증 탓에 오른팔이 위로 올라가지 않았죠. 그때 스케이트 코치가 용한 분이 있다며 소개해 줬는데, 목하고 어깨 부위를 잠시 만졌는데 팔이 올라가는 겁니다. 그래서 한동안 그분을 쫓아다녔죠.”
황지영 원장이 서울 중구 피트니스101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황 원장은 “국내에 한의사 자격증은 없지만 고수들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맥을 잘 짚고, 침을 잘 놓는 고수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한의대에 합격한 것이다. 제대로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했다.
올 2월 개원하기 전까지 3개 한의원에서 전문성도 쌓았다. 경희구기 맹아 한의원 진료원장, 당봄 한의원 종로점 진료원장, 엄마사랑 한의원 진료원장을 지냈다. 이번에 개원한 제일한의원은 1974년 개원해 50년 넘게 운영하시던 분으로부터 넘겨받아 운영하고 있다. 황 원장은 “아직도 원래 원장님이 가끔 나오셔서 진맥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전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황 원장은 운동 재활 전문 한의사를 꿈꾼다. 사실 목과 어깨가 아플 때부터 간간이 웨이트트레이닝을 했었다. 2년 전 본격적으로 근육을 키우면서 몸이 좋아졌고, 근육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그리고 스포츠과학을 공부하면서 재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황지영 원장이 한의사 가운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황지영 원장 제공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저를 많이 찾습니다. 이분들은 의사로부터 ‘운동하지 말라’는 조언을 듣지만, 저는 ‘운동하시고, 아프면 침으로 고쳐주겠다’ 합니다. 100세 시대 건강하게 살려면 운동은 필수입니다. 근육 운동하다 어깨가 경직된 환자의 경우, 잘못된 운동 방식을 교정하고, 침 치료를 병행하면 통증 없이 운동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