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모판막 역류증
고령환자는 개흉수술 어려워…. 혈관 통한 ‘TEER 시술’이 대안
‘마이트라클립’ 비용 수천만 원…. 돈 때문에 포기하는 환자 많아
“자다가도 숨이 막혀 벌떡 일어날 정도였는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하게 숨 쉬며 지냅니다.”
‘승모판막 역류증’을 앓다가 최근 시술을 통해 건강을 회복한 양승용 환자(만 64세)는 이렇게 말했다. 고령과 기저질환으로 수술이 어려웠던 그는 최근 가슴을 열지 않는 치료법(TEER 시술)을 통해 일상을 되찾았다. 승모판막 역류증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심장 질환으로 증상이 진행되면 호흡 곤란과 피로감이 심해져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부천세종병원 심장내과 정지현 과장이 심장질환 중 하나인 승포판막 역류증 시술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문제는 고령 환자일수록 개흉 수술을 견디기 어려워 치료를 포기하거나 근본적인 치료 대신 약물로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는 치료가 ‘TEER(Transcatheter Edge-to-Edge Repair) 시술’이다. 혈관을 통해 심장에 접근해 손상된 판막을 클립으로 집어주는 치료로 이 과정에서 ‘마이트라클립’과 같은 의료기기가 사용된다. 수술이 어려운 고령 환자나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수천만 원에 이르는 비용 부담으로 치료 접근성아 떨어진다.
양승용 환자(만 64세)는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있는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혈액이 역류하는 질환인 ‘승모판막 역류증’을 가슴을 열지 않는 시술로 치료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부천세종병원 심장내과 정지현 과장과 TEER 시술을 통해 일상을 회복한 양승용 환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처음 증상이 나타나고 진단을 받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었나.
양승용 씨=“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 앞이 캄캄했다. 판막을 고쳐야 한다고 했지만 나이와 몸 상태 때문에 수술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막막함이 컸다. 숨은 점점 차오르고 자다가도 숨이 막혀 벌떡 일어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가슴을 여는 수술은 몸이 버티지 못한다는 말에 TEER 시술법이 크게 와닿았다. 그런데 시술 비용이 수천만 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방법이 있는데도 경제적인 이유로 망설여야 했던 시간이 가장 힘들었고 가족에게 부담이 될까 봐 고민이 깊어졌다.”
―시술 이후 삶은 어떻게 달라졌나.
양 씨=“시술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가슴을 짓누르던 것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이전에는 숨이 차서 제대로 눕지도 못했고 밤에도 자주 깨면서 일상생활 자체가 무너진 상태였다. 지금은 편하게 잠잘 수 있고 숨이 훨씬 덜 차면서 일상적인 활동이 가능해졌다. 산책을 하거나 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평범한 일상이 다시 가능해졌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고 있다.”
―승모판막 역류증은 어떤 질환이며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정지현 과장=“승모판막 역류증은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있는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서 혈액이 역류하는 질환이다. 결국 심장이 효율적으로 혈액을 내보내지 못해 환자는 숨이 차거나 쉽게 피로해진다. 증상이 진행되면 조금만 움직여도 호흡이 힘들어지고 누웠을 때 숨이 더 차는 등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워진다. 원칙적으로는 수술로 판막을 교정하는 것이 표준 치료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고령이거나 심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 간·신장 질환 등 동반 질환이 많아 수술 자체가 큰 부담이 된다. 결국 약물 치료를 우선 시행하는데 이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칠 뿐 근본적인 역류를 교정하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다.”
―TEER 시술은 어떤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인가.
정 과장=“TEER 시술은 가슴을 열지 않고 혈관을 통해 심장에 접근해 판막을 교정하는 치료로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 심장이 뛰는 상태에서 시술이 가능하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양 환우처럼 심장 기능이 많이 저하돼 있거나 급사를 예방하기 위한 제세동기나 심장 재동기화 치료 기기를 삽입한 상태에서도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수술보다 시술이 더 적합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약물 치료만으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는 단순한 증상 완화를 넘어 일상생활을 회복할 수 있는 치료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치료 과정에서 가장 큰 한계는 무엇인가.
정 과장=“결국 비용 부담이다. TEER 시술은 수천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함에도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문제는 약물 치료만으로는 병의 진행을 충분히 억제하기 어렵고 결국 심부전이 악화되면서 입원이나 사망 위험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치료 접근성은 환자의 삶의 질뿐 아니라 예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건강보험 적용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정 과장=“TEER 시술은 해외에서는 이미 활발히 시행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많다. 약물 치료만으로는 병의 진행을 막기 어려운 만큼 환자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치료다. 치료 기술이 충분히 확보돼 있는데도 제도적인 뒷받침이 부족해 환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중증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통해 치료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 씨=“저 역시 비용 때문에 마지막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같은 상황에 놓인 환자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치료를 받고 나니 많은 환자가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제도적 지원이 확대돼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 과장=“승모판막 역류증은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다. 증상이 있는데도 단순히 나이 때문에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고령이거나 수술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포기하기보다는 현재 가능한 치료 옵션에 대해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 씨=“저도 치료 전에는 비용과 수술에 대한 걱정 때문에 많이 망설였지만 지금은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숨 쉬는 것이 이렇게 편해질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승모판막 역류증을 앓고 있는 환우분들이 혼자 고민하면서 두려워하지 말고 꼭 상담을 받아보셨으면 좋겠다.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