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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전쟁에 대하여… 인간의 ‘폭력적 본능’ 인가, 문명의 ‘이기적 산물’ 인가[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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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충동

리처드 오버리 지음│ 이재황 옮김│아르테

군사사학자 오버리, 다양한 학문의 전쟁 담론 소개

남성은 이익 위해 충돌·적응했다는 ‘생물학적 이론’

‘극단적 기후탓 식량부족이 폭력 촉발’ 가설 등 제시

현대 전쟁의 양상으로 자원·신념·권력·안보 꼽아

평화 추구 국가조차 안보 위해 전쟁 대비 ‘역설’도

왜 전쟁을 하는가. 1931년 반전 운동에 매진하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 같은 질문을 당대 최고의 심리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에게 던졌다. 그 본의는 ‘전쟁을 하지 않을 방법은 없는가’였을 것이다. 20세기의 최고 지성 사이에서 오갔던 서신. 안타깝게도 그 결과물은 실망스러웠다. 프로이트의 답변은 폭력성이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특징이라는 것. 그는 이를 ‘죽음충동’이라고 부르며 살아있는 모든 것 안에는 파괴하려는 심리적 충동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2026년, 이 시점에 아인슈타인이 살아있었다면, 그는 다시 한번 물었을 것이다. 왜 또다시 전쟁인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5년 차에 접어든 것만으로도 절망스러운 와중에 미-이란 전쟁으로 다시 한번 전쟁시대가 열린 듯하다. 아인슈타인이 물었던 그 질문, ‘Why War’를 원제로 한 리처드 오버리의 신간 ‘전쟁 충동’을 읽는 일이 시의적절해 보이는 이유다.

전쟁에 관한 담론은 그 자체로 역사가 있다. 아인슈타인과 프로이트의 서신을 비롯해 찰스 다윈, 스티븐 핑커와 로런스 킬리까지 시대의 지성들은 반복되는 전쟁의 원인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 20세기 전쟁사를 연구해온 저명한 군사사학자인 저자는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해 전쟁 담론의 지적 계보를 추적하고, 다양한 학문이 도달한 결론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인류는 폭력적인 본성을 타고난 존재인가. 인간의 본능을 바탕으로 전쟁의 이유를 설명하는 일은 그간 주요 인간과학에서 주력해 분석해왔다. 생물학, 심리학, 인류학, 생태학 등은 진화론적인 적응, 문화적 결정 또는 생태적 압력의 산물로 인간이 전쟁을 추구해왔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에드워드 윌슨을 비롯한 생물학자들이 주장한 ‘생물학적 결정론’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프로이트의 ‘죽음충동’에 대해 아인슈타인뿐 아니라 저자도 온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는 앤서니 로페즈와 조이스 베넨슨 등이 제기한 ‘남성 전사 가설’에 주목한다. 이 가설에 따르면 인간 사회의 남성 집단은 역사적으로 집단 간 충돌에 심리적으로 적응해왔다. 남성들은 내집단 안에서 연합의 이점을 학습하고, 외집단에 맞서는 행동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자기 집단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편협한 이타주의’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진화 과정에서 이러한 전사적 협력이 강한 공동체가 자연선택에서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물론 이를 직접 입증할 명확한 증거는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이란을 공습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세계의 주요 전쟁을 결정하는 지도자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사실은 이 가설에 묘한 설득력을 더한다. 한편 생태학적 관점에서는 인구 압력이나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부족이 집단 간 폭력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폭력적 본능을 넘어, 인간이 전쟁을 ‘발명’해낸 것은 아닐까. 이처럼 인간을 “전쟁을 유지하는 문화의 창조자”로 규정하는 것이 인류학이다. 인류를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는 “의식 있는 대리인”으로 보는 관점은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그 구체적인 동기를 들여다보면 생각은 달라진다. 저자는 인류학에서 제시하는 전쟁의 동기를 자원, 신념, 권력, 안보라는 네 범주로 정리한다. 경제재의 통제를 둘러싼 자원 전쟁과 타인의 신념을 억압하거나 자신의 신념을 방어하려는 종교적 전쟁, 그리고 사담 후세인의 전쟁이나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처럼 권력에 굶주린 지도자의 야망이 추동한 전쟁이 역사 속에 점철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안보’는 현대에 나타난 전쟁 양상과 가장 깊은 관련이 있다. 지금의 전쟁은 마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과 같다. 국제 체제 내에서 분쟁 해결을 위한 제도적 통제 장치가 없는 가운데 상대의 의도를 알 수 없다는 불신과 ‘안보 딜레마’는 평화를 원하는 국가들조차 전쟁을 ‘예방’하게 한다. 우주전과 사이버전 등 미래의 안보 위기가 거론되는 상황을 보면, 결국 안보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역설적으로 전쟁의 위협을 키우는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결국 이 책은 한때 통용됐던 스티븐 핑커의 ‘낙관주의적 문명론’을 부정하는 듯하다. 문명화 과정에 의해 인류의 폭력이 꾸준히 감소해 왔고 인도적인 세계가 된 것만 같았던 21세기 초는 ‘예외’에 가깝다. “다른 행성에서 온 관찰자가 현대 인류의 지난 수천 년 역사를 돌아본다면 전쟁이 결코 한물가지 않았다는 합리적 결론을 내릴 것이다.” 전쟁 담론의 빅히스토리에 가까운 책은 그런 점에서 비관적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전쟁을 설명하려는 노력은 의미가 있다. 전쟁을 단편적인 미치광이의 짓으로 치부하는 대신, 우리 안에 내재된 ‘전쟁 충동’의 다층적인 역사를 직시하는 통찰이야말로 비극적인 굴레를 통제하기 위한 가장 뼈아프고도 확실한 첫걸음이다. 아인슈타인의 오랜 물음에, 우리는 아직 답하지 못했다. 460쪽, 3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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