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종묘 입구에서 재개발로 지어질 세운4구역 내 고층 건물과 비슷한 높이의 서울시가 띄운 애드벌룬이 보인다. 연합뇨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경찰 고발로 이어졌다.
국가유산청은 16일 세운4구역의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를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협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SH 측은 국가유산청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 내에서 11곳을 시추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매장유산법에 따르면 이미 확인됐거나 발굴 중인 매장유산의 현상을 변경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 측은 “세운4구역 부지는 법률적으로 아직 발굴 중인 매장유산 유존지역”이라며 “SH 측이 허가 없이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운4구역 일대는 공식적으로 발굴조사를 마치지 않은 상태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2022∼2024년 일대 부지를 조사한 결과, 조선시대 도로체계를 엿볼 수 있는 흔적을 비롯해 여러 건물터, 배수로 등이 발견됐다. 마을을 보호하고 침입자를 단속하기 위해 입구에 세운 이문(里門) 흔적도 찾았으며, 최소 7∼8마리의 소뼈가 묻힌 수혈(竪穴·구덩이)이 확인되기도 했다.
세운4구역 매장유산 발굴현장 시추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학계에서는 지리적 위치, 발견된 유구(遺構·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자취) 등을 고려할 때 의미 있는 자료로 보고 있다.
세계유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국인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세계유산센터는 지난 14일 서한을 보내 “세운지구 개발을 강행할 경우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유산센터는 대규모 개발공사가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비롯해 세계유산과 그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센터는 “(서울시가) 세운4구역의 개발 인허가 절차에 앞서 영향평가를 받겠다는 입장 확인 서한을 3월 안에 회신하지 않으면 올해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보존 의제’로 상정하거나 공식 현장실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