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천재에서 살인자로… 조현병의 진짜 적은 선의를 가장한 방치[북리뷰]

¬ìФ´ë지

■ 슬픈 살인

조너선 로즌 지음┃ 박다솜 옮김┃문학동네

예일대 졸업한 마이클 라우도어

대중은 ‘정신질환 극복’에 열광

결국 망상에 약혼자 살인 저질러

라우도어 친구의 시선으로 회고

탈시설화 흐름이 부른 후폭풍과

중증환자에게 필요한 환경 고찰

게티이미지뱅크

1995년 11월 9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메트로섹션 1면을 차지한 인물은 어느 모로 보나 천재의 정의에 부합하는 청년이었다. 유대계 청년의 이름은 마이클 라우도어.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한쪽 다리는 꼰 채 예일대 법학대학원 기둥에 기댄 그의 모습은 대중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가 여느 천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예일대 법학대학원 졸업생, 조현병 환자, 보이지 않는 휠체어에 묶이다’라는 기사 부제가 달렸다는 점. 오히려 “예일대 법학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정신병동에 8개월간 입원했던 조현병 환자”라는 과거는 그를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가 미국 주요 언론의 1면을 다시 차지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년 반이었다. 1998년 6월 NYT 1면 기사는 그를 “정신질환자에서 예일대를 거쳐 살인용의자로 추락한 사람”으로 묘사했다. 그가 뉴욕주의 자택에서 아이까지 품고 있던 약혼자 캐럴라인 코스텔로를 등 뒤에서 칼로 무참히 살해했기 때문. 그가 범행 후 “약혼자인 척하는 태엽 인형을 죽인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는 점은 더욱 경악스러웠다.

세상이 그를 다시 조명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라우도어의 역사는 사실 더 천천히 쌓여갔다. 그리고 이를 호기심이 아닌 애정과 사려 깊음으로 짚기 위해 필요한 것은 유년 시절부터 라우도어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친구의 시선이었다. 소설가 겸 편집자 조너선 로즌은 이런 맥락에서 700쪽이 넘는 회고록이자 사회과학 논픽션을 써내며 자신에게 묻는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라우도어를 막을 수는 없었을까, 우리가 놓친 것은 무엇이었을까.

라우도어의 조현병 증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그가 3년 만에 예일대를 졸업하고 유명 컨설팅 기업에 들어간 후였다. 실적에 대한 압박 속에서 회사를 그만두고 소설을 쓰기로 한 그는 점차 “회사 사람들이 자신을 염탐하고 있으며, 부모님으로 위장한 나치가 자신을 위협한다”고 믿게 됐다. 편집증적 불안에 불과했던 증상은 점차 현실을 왜곡하는 망상으로 악화했다. 대학교수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 어린 시절부터 “어른들과 눈을 맞추며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논할” 정도였던 그의 지적 능력은 오히려 광기를 더욱 정교하게 빚어내는 데 이용됐다. 결국 그는 부모에게 부엌칼을 휘둘러 장로교 병원의 신경정신과 병동에 입원했고, 조현병으로 8개월간 치료를 받았다. 그에게는 조현병을 겪은 할머니 등 아버지 쪽으로부터 물려받은 가족력이 있었다.

그러나 명석했던 ‘천재소년’은 여기서 고꾸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병원에 입원하기 전 입학 허가를 받아놓았던 예일대 법학대학원에 진학한 것이었다. 조현병과 지적 성취를 동시에 갖춘 라우도어에게 학교 관계자들이 보여준 것은 선의와 낙관이었다. 이는 라우도어를 추켜세우는 동시에 방치했다. 이윽고 그의 스토리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며 바로 ‘조현병을 극복한 영웅’이라는 신화가 탄생했다. 라우도어는 거액의 선인세와 함께 회고록 출판 계약을 맺었고,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제작자에 의해 일대기가 영화로 만들어질 참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라우도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성공의 팡파르가 아니라는 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 무렵 미국 사회는 1960년대부터 불어닥친 정신질환 환자들의 ‘탈시설화’ 흐름에 따른 후폭풍을 겪고 있었다. 장기입원 중심의 주립 정신병원들이 폐쇄되기 시작했지만 지역사회 돌봄 및 재활 체계는 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돌봄 체계에서 벗어난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 관리를 받지 못하고 그저 가족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 동시에 정신질환자들의 권리와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고려하는 분위기가 확산해, 환자에게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었다.

치료받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폭력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게 낙인을 찍는 행위로 치부됐다. 저자에 따르면 이는 “중증 환자들을 돕고 싶다면서, 정작 환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필요는 돌보지 않고 그저 듣기 좋은 소리만 늘어놓는 형태”였다. 그 시기 라우도어에게 필요한 건 ‘천재’나 ‘영웅’으로 바라보는 시선보다, 차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공동체였을지도 모르는데도 말이다.

라우도어는 점차 ‘시스템’을 전적으로 거부하며 지냈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약물 복용도 중단하곤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라우도어가 머릿속으로 외계인과 나치를 그릴지언정, 일상을 위태롭게 할 정도로 폭력적이지는 않다고 판단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책 집필과 대외활동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라우도어의 증상은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나빠졌다. 그 결과는 라우도어 곁을 지키던 약혼자의 무고한 희생, 지역과 사회적 충격, 그로 인해 짙어진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또 다른 낙인이었다. 744쪽, 2만8000원.

¹ì‹ 2026´ëª…궁금˜ì‹ ê°€

지ê¸ë°”로 AI가 분석˜ëŠ” 가•교¬ì£¼ 리포¸ë 받아보세

´ëª… œë‚˜ë¦¬ì˜¤ •인˜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