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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랑 F는 안맞아, 손절이 답”… 이게 정말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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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절사회│이승연 지음│어크로스

손절 권하는 사회의 원인 탐구

‘신자유주의’ 시대 들어선 뒤

인간 관계를 자본처럼 계산

인연 맺기보다 끊기에 방점

MBTI·사주 등 따지며 단절

‘나를 지키는 선택’이라 여겨

“타인에 귀 기울이며 유대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사람과는 손절이 답’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SNS 속 텍스트일 때도 있고, 유튜브 영상인 경우도 있다. TV 여러 프로그램에서도 상담이라는 명목으로 비슷한 메시지를 명강사들의 입을 통해 듣는다. 손절해야 하는 이유는 열 가지가 넘는 경우도 있고, 적게는 세 가지일 때도 있다. 손절을 권하는 이유는 단순한데, 삶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는 손절을 권하는 사회가 되었을까. 사회학 연구자 이승연은 ‘손절사회’에서 ‘신자유주의’를 그 주요 원인으로 호명한다. 무엇이든 손익계산서로만 판단하는 시대의 도래와 함께 ‘관계’ 역시 ‘맺기’보다는 ‘끊기’에 방점을 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경쟁’의 대상이 되는 신자유주의에서 인간 자체는 상품, 곧 ‘인적 자본’의 총체로 인식된다. 인간의 심리적 특성 또한 하나의 자본이자 중요한 투자와 계발, 최적화의 대상이다. 이를 저자는 “신자유주의 자기 향상 문화”라고 명명한다. 상담 관련 ‘전문가 엔터테이너’들은 “타인의 일상적 행동에서 유해함의 증거”를 찾는 것을 넘어 심리적·물질적으로 “별다른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마저도 유해함으로 치환한다. 한편 틱톡과 인스타그램 숏폼은 “손절이라는 다소 극단적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극적으로 단축시킨다. 나를 가스라이팅하는 “에너지 뱀파이어들과 나르시시스트들”의 유해함을 원천 차단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유해함을 배격하고 무해함을 추구하는 정서는 소설 제목과 광고 문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무해함의 추구는 특정 인물을 넘어 “서사적 갈등 혹은 갈등을 유발하는 캐릭터를 회피하는 문화 콘텐츠”로까지 확대되었다. 손절사회는 다층적이고 다차원적인 모습으로 발현되고 있는 셈이다.

저자에 따르면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심리 도구”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MBTI는 손절사회를 떠받치는 뒷배 중 하나다. MBTI가 “첫 만남의 어색함을 풀어 주는 대화 소재” 정도라면 문제없다. 하지만 최근 MBTI별 궁합, 걸러야 하는 MBTI, 성격 더러운 MBTI, MBTI별 연락 속도, MBTI별 애정 표현 같은 제목을 내세운 “MBTI 이차 창작 콘텐츠”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움켜쥔다. 문제는 “MBTI 혹은 심리학적 명칭들”이 인간의 행동과 성격의 복잡성을 한두 가지 개념으로 규정할 수 없고, 개인의 관점과 가치관이 환경의 영향을 적잖이 받는다는 사실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결과는 처참하다. 인내심을 갖고 타인에게 다가서기보다 “타인을 쉽고 빠르게 간파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거나 “어떤 명칭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알 필요가 없는 존재”로 취급한다. 손절이 아니라, 사실상 관계 맺기 자체를 시도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다.

혼자가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집에서 혼자 넷플릭스 보기, 차 마시기, 명상하기, 외모 가꾸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일들은 “다른 사람과 떨어져서 혼자 하는 행동,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느끼는 공간을 벗어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행동”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종의 “자기 돌봄 행위”다. 자기 돌봄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자신을 돌볼 것만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돌봄을 “주고받는 것”이 아닌 “‘노오력’해야만 받을 자격이 주어지는 것”으로 오인케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강박에 가까운 이상향”이 된 행복을 강조하는, 각자도생 사회의 여실한 결과물이다.

심리학과 정신의학 개념을 차용해 내면을 성찰함으로써 정신적 건강을 달성하는 이른바 치료요법 문화(therapy culture)는 젊은 세대, 그중 여성의 적극적인 수용으로 확대된다. MBTI와 함께 사주와 타로의 흥행이 그 방증이다. 여전히 여성은 “삶에 대해 충분한 통제권을 지녔다는 감각”을 느끼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MBTI를 통해 타자를 경계하고, 사주와 타로 등으로 미래를 보려는 이유는 결국 나를 지키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다. 그렇다면 영영 인간적 유대와 연대, 사랑 같은 것들은 잊고 살아야 할까. 단순히 연대하자는 말로 끝나서는 안 된다. 결국 “타자와의 합일을 통해 정신세계가 확장”되는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 시작은 타인에게 귀 기울이는 일이다. 그래야 ‘내가 누구인가’ ‘나는 왜 고통받고 있는가’도 알 수 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의 ‘필연적 혼자의 시대’와 짝해 읽으면 ‘나 혼자만 잘사는 시대’의 명암을 두루 훑을 수 있다. 384쪽, 2만1000원.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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