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1932-2006)의 ‘김활란 박사’, 1997. 추정가 1억5000만원~3억원. 서울옥션 제공
한국 최초의 여성 박사 김활란을 백남준은 어떻게 ‘해석’ 했을까. 전통적인 초상 방식을 벗어나 라디오와 비전으로 표현한 ‘김활란 박사’ 초상이 4월 서울옥션 경매에 나온다.
서울옥션은 오는 28일 오후 4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제191회 미술품 경매’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근현대 미술, 고미술 섹션을 아우르는 작품 총 141랏(Lot)이 출품되며, 낮은 추정가 총액은 약 88억 원이다.
근현대 미술 섹션에서는 백남준의 ‘김활란 박사’가 단연 시선을 끈다. 1997년작인 작품은 한국 최초의 여성 박사 김활란을 동시대적 시각으로 풀어냈다. 전통적인 초상 방식에서 벗어나 낡은 라디오와 비전 등으로 인물과 역사를 새롭게 재구성했는데, 서로 다른 요소를 창조적으로 혼합하는 작가 특유의 미학이 드러난다는 평이다. 기술과 인간, 과거와 현재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강원 원주 뮤지엄산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시작한 ‘숯의 작가’ 이배의 작품도 주목된다. 숯의 검은 질감과 흰색의 드로잉 라인의 강한 대비가 화면에 긴장감을 더하며, 밝음과 어둠, 존재와 부재가 공존하는 화면구성을 보여준다. 작가는 ‘숯’이라는 물질을 통해 존재의 근원과 순환을 탐구해 왔으며, 이는 기존 연작에서 나아가 ‘하얀 선(White Line)’에 이르기까지 깊은 사유의 매개체로 작용한다.
이배(1956-) 작가의 ‘하얀 선(Issu du Feu) W-42’, 2022.추정가 2억 6000만 원-4억 5000만 원. 서울옥션 제공
한국 근대 미술을 조명하는 ‘근대의 시선’ 섹션에선 척박한 시대 상황 속에서도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한 거장들을 조명한다. 일상적인 소재를 순수한 화풍으로 풀어낸 장욱진, 강렬한 색채와 구성으로 추상 미술 영역을 개척한 유영국, 그리고 인상주의적 구상의 계보를 이으며 독창적 풍경을 펼쳐낸 박고석 등의 작품이 출품된다. 아울러, 관계와 여백의 미를 탐구한 한국 단색화의 거장 이우환과 기하학적 구조 속에서 빛과 공간의 긴장감을 형성하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이 새 주인을 찾는다.
고미술 섹션에서는 회화와 서화,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품들이 고루 소개된다. 금강산 12명소의 사계를 담아낸 청전 이상범의 ‘금강산12승경’은 작가가 일제강점기 사회적 제약 속에서 기행을 통해 완성한 사경산수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번 출품작은 전통 진경산수의 계보 위에서 근대적 감각을 성취한 대표작으로써 높은 희소성과 학술적 의의를 지닌다.
장욱진(1917-1990)의 무제, 1980. 캔버스에 오일. 추정가 7000만 원 ~1억 2000만 원. 서울옥션 제공
이와 함께, ‘백자청화괴석화조문호’는 천도복숭아와 소나무, 매화 등 절개와 장생을 상징하는 문양이 정교하게 시문되었다. 상류층에서 향유되던 고급 도자로서 조선시대 특유의 절제된 미의식과 세련된 조형적 완성도를 동시에 보여준다.
출품작을 미리 볼 수 있는 프리뷰 전시는 경매 당일인 28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되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