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쇼크’에 인기 회복
1분기 8만3529대 신차 등록
작년 동기 대비 149.5% 늘어
중고차 시장서도 반등세 뚜렷
중동戰 여파 유가 급상승 영향
유지비 저렴·2부제 제외 장점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유가 쇼크’가 발생하자 지난 1분기 국내에서 전기차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름값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상대적으로 유지비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출고 대기 시간이 없어 소비자 심리가 즉각 반영되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전기차 인기가 확인되고 있다.
20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에서 신차로 등록된 전기차는 총 8만3529대로 전년 동기(3만3482대) 대비 149.5% 늘었다. 1분기 전체 신차(41만3049대)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에 달했다.
하이브리드차는 10만9167대로 지난해보다 3.4% 증가했고, 휘발유(17만1764대)와 경유차(1만4353대)는 각각 12.4%, 49.1%씩 줄었다.
모델별 판매량을 보면 국산 전기차인 기아 EV3는 올해 1분기 7832대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54.6% 늘었고,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도 5334대로 판매량이 110.1% 급증했다. 수입차 중에서는 테슬라 모델Y(1만5325대)·모델3(4550대), 비야디(BYD) 씨라이언7(2084대) 등의 판매가 두드러졌다.
신차처럼 출고를 기다릴 필요 없이 시세에 따라 바로 구입할 수 있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전기차 강세가 뚜렷하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고차 전체 거래량은 56만1088대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하지만 이 기간 중고 전기차 거래량은 1만6107대로 48.7% 늘었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케이카 집계도 비슷한 흐름이다. 지난달 케이카 전체 판매량은 2월보다 8.9% 늘었지만,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은 29.5%에 달했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져 있던 전기차가 깜짝 반등에 성공한 건 각종 혜택에 따른 가격 경쟁력 강화, 유가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의 전기차 구매보조금 유지, 전기차 전환지원금 신설, 세액공제 검토 등이 맞물리며 확실한 전기차 구매요인이 생겨났고, 충전소 등 인프라가 지속 확대되고 있어 전기차 진입 장벽도 낮아졌다. 일시적이지만 정부가 에너지 수요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8일부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한 차량 2부제에서도 전기차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이 2000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전기차만의 장점과 각 완성차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에 따른 가격 인하 요인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에너지 분야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전기차 시장의 회복기를 당초 예측보다 2년 이상 앞당겼다. 전쟁 이전인 지난 1월에 예상한 올해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신차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7%였으나, 이를 29%로 상향 조정했다. 나아가 내년 전기차 침투율은 기존 전망치였던 30%를 35%로, 2028년 전망치는 34%에서 41%로 올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유가가 높아지면서 전기차인 기아 EV5와 가솔린 모델인 기아 스포티지 1.6T 사이의 가격을 회수할 수 있는 기간도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름값이 ℓ당 1600원일 때는 회수하는 데 2년이 걸리지만, 2000원일 때는 약 1년 2개월이면 충분하다는 전망이다. EV5가 스포티지보다 구매 가격은 수백만 원 더 높지만, 휘발유값보다 낮은 배터리 충전비와 세금 등으로 차액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유가가 높아질수록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총소유비용(자동차 구매부터 폐차까지 발생하는 모든 비용)의 차이도 수백만 원 이상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름값이 1600원일 때는 스포티지를 10년간 운행할 때 총 5900만 원이 드는데, 2000원일 때는 6500만 원이 들게 된다고 SNE리서치는 분석했다. EV5는 10년간 총 4400만 원이 든다.
오익환 SNE리서치 부사장은 “전쟁 이후 유가가 기존 ℓ당 1600∼1700원 수준이었으나 2000∼2200원으로 오른 것을 최종 소비자들이 단기간에 경험하게 됐다”며 “향후 유가가 안정되더라도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전기차 조기 도입이라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