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10명 중 4명 ‘전당뇨’…매일 마시는 커피·음료가 혈당 스파이크 주범
“355㎖ 늘면 당뇨 위험 25%↑”…오피스 상권 ‘액상당 소비’ 대사 질환 키워
건보 재정 압박 속 설탕 부담금 논의 가시화…당류 규제 정책 본격 시험대
5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의 한 편의점. 직장인 김모(34) 씨는 무심코 달콤한 탄산음료 한 캔을 집어 든다. 점심 직후 쏟아지는 졸음을 쫓으려 단숨에 들이켠다. 일시적으로 눈이 번쩍 뜨이는 듯하지만, 이 짧고 달콤한 위안은 그의 췌장을 조용히 타격하는 중이다. 위험은 이미 수치로 증명된다.
점심 이후 무심코 집어 드는 캔 음료에는 상당한 양의 당류가 포함돼 있다. 김현주 기자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팩트시트 2024’(국민건강영양조사 2021~2022년 통합 자료 기반)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41.1%가 전당뇨 상태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사망원인통계’ 확정치에서도 당뇨병은 전체 사망 원인 7위(남자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당뇨병은 더 이상 일부 고위험군만의 질환이 아님을 의미한다.
◆가공식품 당류 절반 가까이 ‘음료·디저트’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가공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당류의 약 47%는 음료류와 빵·과자 등에서 나온다. 이는 현대인의 쫓기는 일상이 씹을 시간조차 부족한 ‘액상 소비’를 부추기고 있음을 뜻한다.
그래서 왜 액상당이 더 치명적일까. 고체 음식과 달리 액상당은 식이섬유라는 ‘방패’가 없어 장 흡수 속도가 더 빠르다. 뇌가 포만감을 인지하기도 전에 과도한 당이 쏟아져 들어오면, 혈중 포도당 농도를 급격히 끌어올려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액상당’의 습격…장기적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실제 서울 광화문과 강남 등 오피스 밀집 지역의 쓰레기통은 점심시간 직후면 절반도 마시지 않은 대용량 시럽 라테 컵들로 가득 차 있다. 스트레스를 단맛으로 빠르게 풀려는 직장인들의 피로 사회가 거대한 당류 소비 생태계를 굳건히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 학술지 ‘어드밴시스 인 뉴트리션(Advances in Nutrition)’에 게재된 메타분석 연구(2023년 기준)를 보면, 가당음료 섭취가 하루 1서빙(약 355㎖) 늘어날 때마다 제2형 당뇨병 발생 상대위험이 약 25% 증가했다.
이러한 데이터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편의점이 촘촘하게 들어선 국내 오피스 상권의 현실과 맞물려 우리 삶에 더 날카로운 위협으로 다가온다.
여의도 소재 직장인 이모(38) 씨는 “오후 3시에 마시는 달달한 커피 한 잔은 일하는 데 꼭 필요한 노동요 같은 존재예요”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매일 무심코 결제하는 5000원짜리 음료 한 잔이 향후 고액의 의료비 영수증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은 철저히 간과되고 있다.
◆‘설탕 부담금’ 도입 초읽기…비만 억제 정책 가시화
당뇨 환자의 급증은 궁극적으로 국가 건강보험 재정에 치명적인 부담을 안긴다. 이재명 대통령이 SNS 등을 통해 화두를 던진 이후 ‘설탕 부담금’ 논의는 2026년 초 현재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담배처럼 설탕 소비 억제를 유도하고, 이를 공공의료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최근에는 제로 음료에 들어가는 인공감미료(대체당)까지 부담금 대상에 포함할지를 두고 국회와 산업계의 공방이 치열하다.
같은 양의 당이라도 ‘씹어 먹느냐’와 ‘마시느냐’에 따라 혈당 반응은 달라질 수 있다. Unsplash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세계 여러 나라가 관련 정책을 시행 중인 만큼, 국내 입안도 구체적인 단계에 착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끔 마시는 음료 한 잔이 당장 내일의 응급실행을 부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작은 선택이 쌓이면 10년 뒤 나의 지갑을 털어갈 거대한 병원비 청구서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확실한 처방전으로 생수나 달지 않은 차(茶)를 권고한다.
다시 오후 3시, 냉장고 문을 열고 무심코 캔 뚜껑을 따려던 김 씨의 손길이 멈칫한다. 캔 뒷면 영양성분표에 적힌 ‘당류 38g’이라는 숫자가 오늘따라 유독 선명하게 읽힌다. 음료를 내려놓는 이 1초의 결정이, 당장 내 지갑 속 1500원을 지키는 동시에 훗날 수천만원의 의료비를 아끼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