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수면 부족도 심혈관질환 위험 높여
염증·스트레스 반응 관련 단백질 수치도 ↑
“뇌 노화 가속화하는 원인 중 하나는 염증”
‘주말 몰아자기’, 심대사 복합질환 위험 ↓
50대 직장인 김모 씨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5시간이 채 안 된다. 김 씨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새벽 5시30분쯤 일어나 모바일로 업무를 챙긴 뒤 지하철을 이용해 회사에 도착하면 6시30분이다. 오후 6시까지 회사 업무를 본 뒤에는 거래처 사람들과 밤 9시~10시까지 저녁자리를 갖는 게 일쑤다. 김 씨는 8일 “올 들어서는 업무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 새벽에 한 두 차례 잠에서 깬다”며 “잠을 자도 제대로 잠을 잔 것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수면 시간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수면의 질’이다. 김 씨처럼 숙면을 이루지 못하는 한국인들이 늘고 있다. 한국인들이 수면에 만족하는 비율이 30%를 밑돈다는 분석이 나왔다.
숙면을 이루지 못하는 한국인들이 늘고 있다. 한국인들이 수면에 만족하는 비율이 30%를 밑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수면 문제는 한국인의 고질적 문제
대한수면연구학회는 ‘세계 수면의 날’(3월 13일)을 일주일 앞둔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면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주요 보건 문제에 준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정익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국내 교대근무자 4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야간 근무자의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 27분으로 나타났다. 주간 근무자의 6시간 48분, 오후 근무자의 7시간 40분에 비해 현저히 짧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적정 수면시간은 7~9시간이다.
수면 문제는 비단 교대근무자 뿐 아니다. 한국인의 고질적 문제이기도 하다. 국내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 25분에 불과하다.
수면의 질도 낮다. 필립스 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은 자는 동안 평균 1.6회 잠에서 깨고, 수면에 만족했다는 응답자 비율도 28.8%에 불과했다. 응답자들은 스트레스와 불안(55.4%), 휴대폰(48.4%) 등을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침대에 누워서도 늦게까지 휴대폰을 사용하는 게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 사람들의 60% 이상이 잠들기 전, 아침에 일어난 직후에 모두 휴대폰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대 옆에서 밤새 충전한다는 비율도 60% 이상이었다. 한국인 10명 중 6명은 하루 종일 휴대폰을 쥐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잠 부족하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
4시간 밖에 못 자는 수면 부족이 딱 삼일만 이어져도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웁살라대 의대 연구팀은 건강하고, 수면 습관도 양호한 젊은 남성 16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두 세션을 진행했다. 첫번째 세션에서는 3일 연속 8.5시간의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게 했다. 두번째 세션에서는 매일 4.25시간만 자도록 했다.
그 결과, 연속 3일 수면 부족을 겪은 후에 염증, 스트레스 반응 관련 단백질 수치가 크게 증가했다. 렙틴, 리포프로틴 리파아제 등 심부전·관상동맥질환 발병 위험과 유의하게 관련이 있는 단백질 수치 변화가 컸다.
잠을 제대로 자지 않는 사람은 ‘늙은 뇌’를 가지게 될 가능성도 높다.
아비게일 도브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신경생물학·돌봄과학·사회학부 연구원 연구팀은 수면 부족과 뇌 노화 사이에 연관성이 있음을 확인하고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E바이오메디슨’에 발표했다. 중장년층 및 노년층 2만7500명을 대상으로 촬영한 MRI 데이터다.
연구팀은 “수면 부족이 뇌 노화를 가속화하는 근본적 원인 중 하나는 염증”이라며 “체내 염증 수치와 수면 시간은 개선 가능한 부분이므로 건강한 생활을 하면 뇌의 노화가 가속화되고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평일에 잠을 못자면 주말에 몰아자라
평일에 부족한 잠을 주말에 보충하는 이른바 ‘주말 몰아잠’이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약 9만여명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말에 추가로 잠을 보충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평일 수면 시간이 부족했던 집단에서 이러한 연관성이 더욱 뚜렷하게 확인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보고됐다. 학술지 저널 오브 카디올로지(Journal of Cardiology)에 게재된 주말 보충 수면, 수면 시간 및 심대사 복합질환 간의 연관성 연구에 따르면 주말 보충 수면은 심혈관 질환과 대사질환이 동시에 나타나는 심대사 복합질환 위험을 낮추는 보호 요인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