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대용 단백질 음료·과일 주스 섭취 확산…‘마시는 식사’ 일상화
최근 조사 기준 하루 음료 섭취량 약 274g 수준…씹지 않는 식단 경고
전문의 “혈당 변동·폭식 위험 커질 수 있어…천천히 씹는 식사 중요”
출근 준비로 분주한 오전 7시. 직장인 이모(32) 씨는 식탁 대신 냉장고에서 단백질 음료 한 병을 꺼내 들었다. ‘시간은 아끼고 살은 뺀다’는 기대와 달리 오전 내내 허기에 시달렸고 결국 오후 간식으로 초콜릿과 과자를 연달아 찾았다.
단백질 음료나 과일 주스처럼 ‘마시는 식사’는 포만감 신호가 충분히 형성되기 전에 식사가 끝나 과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
한 달 뒤 체중계 숫자는 오히려 2kg 늘어 있었다. 바쁜 일상이 만든 ‘마시는 식사’ 습관이 체중과 혈당 관리의 숨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6일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최근 기준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음료 섭취량은 약 274g 수준으로, 수년 전보다 증가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간편식과 액상 형태 식품 소비가 늘어난 생활 방식 변화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아침을 바꾼 ‘마시는 식사’…포만감 착각의 구조
체중 감량이나 근육 관리를 이유로 단백질 음료를 식사 대신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문제는 섭취 방식이다.
액상 형태 음식은 위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포만감 신호가 충분히 형성되기 전에 흡수가 진행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식사 직후에도 허기를 느끼거나 추가 간식 섭취로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기 쉽다.
일부 음료는 당류 함량이 높아 혈당 변동 폭을 키울 수 있다. 혈당이 빠르게 상승한 뒤 다시 떨어지는 과정에서 강한 식욕이 유발되면서 과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의도 금융가와 강남 업무지구 점심시간 편의점 매대에서는 단백질 쉐이크를 고르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IT 업계에 근무하는 박모(29) 씨는 “간편해서 자주 마셨지만 오후가 되면 허기가 심해져 고열량 간식을 찾는 일이 반복됐다”며 “식사 패턴을 다시 바꾸고 나서야 체중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는 개인별 생활 습관과 활동량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건강 주스도 예외 아니다…젊은 층 혈당 관리 ‘경고등’
건강식으로 인식되는 과일 주스 역시 과도한 섭취는 주의가 필요하다. 액상 형태의 당류는 빠르게 흡수돼 혈당 변동 폭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성공을 위한 '슬로우 모닝' 3법칙.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 자료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20~30대 당뇨병 환자가 증가하는 흐름이 관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 음료 중심 식습관과 운동 부족, 체중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과일 주스 등에 포함된 ‘자유당’ 섭취를 하루 총 섭취 열량의 10%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생과일과 통곡물 등 고체 음식을 천천히 씹어 먹으면 포만감 유지에 도움을 주고 혈당 상승 폭을 완만하게 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게티이미지
◆다이어트 성패 가른 건 ‘성분’ 아닌 ‘섭취 방식’
결국 체중 관리의 핵심은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다. 고체 형태 식품을 천천히 씹어 먹는 과정은 포만감 형성에 도움을 주고 과식 위험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체중 관리 실패의 상당 부분은 영양 성분 자체보다 식사 속도와 습관과 관련이 있다”며 “액상 식사를 반복하면 포만감 형성이 늦어 추가 섭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식단을 갑자기 바꾸기 어렵다면 음료를 마실 때도 천천히 시간을 들이고 고체 식품 섭취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바쁜 아침일수록 단백질 음료 한 병으로 끼니를 대신하기보다 사과나 통곡물 식품을 함께 천천히 씹어 먹는 습관이 혈당 변동을 완만하게 하고 체중 관리에도 보다 안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