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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불청객 ‘잿빛 손님’에 숨이 턱턱… 건강 주의보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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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기승… 예방 수칙은

중금속 덩어리 폐 깊숙이 침투 염증 유발

호흡기·폐기능 저하… 뇌졸중 위험까지

천식·아토피 앓는 소아, 노약자 더 취약

과일·채소·수분 섭취로 점막 건조 방지

외출 자제… 마스크·손씻기 생활화 해야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그러나 봄바람과 함께 찾아온 잿빛 미세먼지가 연일 하늘을 뒤덮으면서 바깥 공기를 마음 놓고 쐬기조차 어려운 날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미세먼지에는 황산염과 질산염, 중금속 등 각종 유해 물질이 농축돼 있다. 입자가 극히 작은 초미세먼지는 기관지의 방어막을 통과해 폐 깊숙한 폐포에 침착한 뒤 모세혈관을 거쳐 혈류로 유입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전신 염증 반응이 촉발되며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위험까지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를 단순한 계절적 불편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호흡기를 넘어 전신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 위험 인자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영유아와 어린이, 노약자처럼 방어력이 약한 민감군은 같은 농도에서도 호흡기 증상 악화와 감염 위험이 훨씬 크다는 지적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환승센터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초미세먼지, 폐포까지 침투… 성장기 소아 더 취약

5일 서울시 대기환경정보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서울시 초미세먼지(PM2.5) 일평균 농도는 31.1㎍/㎥를 기록했다. 수치가 ‘나쁨’(36㎍/㎥ 이상)에 해당하는 날은 13일로, 전체 31일 중 사흘에 하루꼴로 공기 질이 나빴다. 25개 자치구 중 한 곳이라도 ‘나쁨’을 기록한 날은 19일에 달했다. 특히 27일에는 서울시 평균이 62㎍/㎥까지 치솟아 월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에 따라 PM10(지름 10㎛ 이하)인 미세먼지와 PM2.5(지름 2.5㎛ 이하)인 초미세먼지로 구분된다. 이 중 초미세먼지는 폐 깊숙한 소기도와 폐포까지 침투해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혈관을 통해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관지 점막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 외부 감염원에 대한 방어력이 떨어져 폐렴 같은 2차 감염 위험도 커진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역 인근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옇다. 뉴시스

소아는 성인보다 미세먼지에 더 취약한 민감군이다. 기관지폐이형성증, 선천성 폐기형, 선천성 심질환에 동반된 폐고혈압 등 선천성 폐질환이 있는 아이는 정상 폐기능을 보이는 폐 용적 자체가 상대적으로 작아 같은 농도에 노출되더라도 산소포화도 저하·호흡곤란·감염 악화가 더 쉽게 나타난다.

천식이나 아토피 피부염이 있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대기 중 PM10·PM2.5·PM0.1·질소산화물(NO2) 농도가 높아질수록 피부 장벽이 손상되고 산화스트레스가 높아져 염증반응이 증폭되기 때문에 기저 아토피 피부염 환아의 경우 가려움·홍반·수면장애 등의 증상이 악화하기도 한다. 또 최근 국내 코호트 분석에서는 소아기 미세먼지와 기체상 오염물질 노출이 폐 성장 지연 및 호흡기 감염 증가와 연관된다는 보고도 있었다. 천식 등 기저질환이 있는 아이라면 흡입제·조절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하고, 증상일지 작성과 폐기능 추적 검사를 통해 오염도 변화에 따른 증상 패턴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이민정 교수는 “초미세먼지는 크기가 작아 폐 깊숙이 침투해 소기도와 폐포에 침착하고 혈관을 통해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소아, 특히 선천성 폐질환이나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아이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인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노인·임산부·만성질환자는 미세먼지에 특히 취약한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폐 기능 저하와 면역력 감소로 동일한 농도에서도 더 큰 영향을 받으며,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앓는 환자는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증상이 악화되면 회복이 지연되거나 폐렴 등 중증질환으로 진행될 위험이 커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맹독성 초미세먼지의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초미세먼지 노출도가 높을수록 뇌의 퇴행 속도도 빨라진다. 뇌에서 기억·학습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이 위축돼 치매 위험이 커진다. 또 초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전신 염증 반응이 증가하면서 우울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외출 자제·마스크 착용… 일상 속 예방 수칙 철저히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피해를 줄이려면 일상 속 예방과 관리가 핵심이다. 외출 전에는 미세먼지 예보를 반드시 확인하고, 농도가 높은 날에는 장시간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하게 나가야 할 경우에는 식약처 인증 보건용 마스크(KF80·KF94·KF99)를 착용하고, 대로변이나 공사장 인근처럼 농도가 높은 장소는 피한다. 귀가 후에는 손 씻기·세안·양치질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 몸에 남은 미세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역에 설치된 전광판에 미세먼지 농도가 나타나 있다. 뉴시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오지연 교수는 “초미세먼지는 폐 깊숙이 침투해 염증을 유발하고 기관지의 방어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에 따라 기존 호흡기 질환이 악화할 뿐 아니라 폐렴과 같은 감염성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침이나 가래, 호흡곤란 증상이 평소보다 심해지거나 가벼운 활동에도 숨이 찬다면 단순한 감기로 넘기지 말고 조기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건강한 성인이라도 외출을 줄이고 개인 보호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도 “미세먼지가 기관지 점막을 건조하게 해 감염성 질환에 취약해질 수 있으므로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에는 예방접종도 꼭 챙겨야 한다”며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되도록 외출을 피하고, 불가피하게 외출해야 한다면 아이 연령대에 맞는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채소와 충분한 수분 섭취는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고 외부 유해물질에 대한 방어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내에서는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되, 외부 공기질이 비교적 나은 시간대를 골라 짧게 환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질병관리청은 실내 흡연과 조리 과정도 실내 미세먼지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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