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의자에서 일어나 보세요”…‘15초 테스트’, 하체 근력 드러나
악력 기준 미만이면 노쇠 신호…일상 동작이 건강 상태 가른다
주 2회 근력 운동 부족…오늘 한 번 더가 내일 보행 바꾼다
오전 7시, 동네 공원 산책로. 매일 1시간씩 걷던 김모(73) 씨는 최근 시내버스 계단 앞에서 발이 멈췄다. 평지에서는 숨이 차지 않아 건강하다고 믿었지만, 낮은 턱 하나 넘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손잡이를 붙잡고 한동안 서 있어야 했다.
버스 계단이나 높은 턱 앞에서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경험은 하체 근력 저하의 대표적인 초기 신호로 꼽힌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일상 동작에서 변화가 먼저 나타난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숨이 차지 않는다고 몸이 튼튼한 건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요즘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의자에서 한 번 일어나 보라고. 단 15초 남짓의 짧은 시간이, 10년 뒤 ‘걷기 능력’을 가르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걷기나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영역이 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앉았다 일어나기, 계단 오르기 같은 일상 동작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고령층이 적지 않다.
◆초고령사회 문턱…근력이 ‘생활 기능’ 좌우
9일 국가데이터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은 고령 인구 비중 20% 진입을 앞둔 ‘초고령사회 문턱’에 서 있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 타인의 도움 없이 생활하기 위해서는 심폐 지구력뿐 아니라 근력 유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 빅데이터 기준, 근골격계통 및 결합조직 질환은 중복 방문을 포함해 연간 1700만건 수준의 진료 이용이 발생한다.
허리와 관절 기능 저하는 개인의 일상 수행 능력 저하뿐 아니라 사회적 의료비 부담 증가로도 이어진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주 2회 이상 근력 운동 권고 기준을 충족하는 성인은 약 25% 수준(4명 중 1명)에 그친다. 여전히 유산소 운동 중심의 생활 습관이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의자에서 반동 없이 일어나기, 계단 오르기 같은 동작은 하체 근력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생활 운동이다. 반복 속도와 횟수가 현재 근력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해외 고령층 대상 노쇠 코호트 연구에서도 근력과 건강 수명 간 연관성이 확인된다. 동일 연령대 내에서 근력이 높은 집단은 조기 사망 상대 위험이 약 30% 낮은 경향을 보였다. 이는 단순 근력 수치가 아닌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노화로 근육량이 감소한 상태에서 근력 보완 없이 장시간 보행 운동만 지속할 경우, 무릎·허리 통증 및 부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활의학과 전문의들은 “하체 근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걷기 운동만 반복하면 관절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금 의자에서 해보세요…이 ‘시간’이 신호
근력 상태는 간단한 일상 동작으로도 가늠할 수 있다.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반동 없이 5번 연속 일어나 보자.
이 동작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하체 근력 저하 가능성을 가늠하는 선별 지표로 활용된다. 일반적으로 10~15초 이상 소요된다면 기능 저하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는 참고 기준으로 본다.
국제 노쇠 평가 가이드라인(EWGSOP 등)에서는 남성 악력 27kg 미만, 여성 16kg 미만 수준일 경우 근력 저하 가능성을 의심 신호로 제시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주당 150~300분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과 함께 주 2회 이상의 근력 운동 병행을 권고하고 있다. 집 안에서도 의자를 활용한 스쿼트나 벽을 이용한 팔굽혀펴기 같은 저항 운동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밤 9시,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김 씨는 스마트폰 화면을 끄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동 없이 다리 힘만으로 서는 동작을 다섯 번 반복하며 자신의 무릎을 내려다봤다. 오늘 한 번 더 일어나는 이 동작이, 내일 혼자 계단을 오를 수 있는지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