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 아닌 ‘중간 기착지’로 가는 열차
7호선 온수행, 4호선 사당행 등 다양
‘배차 조정’, ‘운영 효율’ 위해 불가피
커뮤니티엔 ‘이해하는데… 이사 갈까’
저마다 보람찬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직장인들이 몰린 지난 9일 오후 6시51분쯤 서울지하철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인천과 부천으로 향하는 직장인 등으로 붐비는 승강장 천장의 열차 행선지 표출 전광판에 ‘석남행’이 떴다.
퇴근길 직장인들이 몰린 지난 9일 오후 6시51분쯤 서울지하철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인천과 부천으로 향하는 직장인 등으로 붐비는 승강장 천장의 열차 행선지 표출 전광판에 ‘석남행’이 떴다. 김동환 기자
앞서 2021년 부평구청역에서 석남역까지의 ‘석남연장선’ 개통으로 7호선을 타고 인천에서도 출퇴근이 수월해지면서, 1호선 환승이 이뤄지는 가산디지털단지역은 승객이 부쩍 늘었다.
서울교통공사가 매달 공개하는 역별 시간대별 이용 인원 자료를 보면 가산디지털단지역은 인근 기업들의 본격 퇴근이 시작하는 평일 오후 5시부터 승차 인원이 9000~1만명을 찍기 시작한다.
지난 2월 데이터 기준 오후 6~7시 사이 1만5000명 내외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오후 7~8시는 절반 수준인 5000~6000명대로 떨어지지만 한가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같은 시간대 1만~1만5000명대의 승차 인원을 기록하는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비슷한 수치다.
전광판에 뜬 석남행은 이날 오후 6시54분쯤 가산디지털단지역에 도착할 예정으로, 이어서 들어올 다음 열차는 ‘온수행’이다.
포털 공개 시간표 기준 오후 5~6시 열차 10대 중 1대, 오후 6~7시 14대 중 1대인 온수행은 오후 7~8시대는 14대 중 7대로 비중이 높아진다.
이는 10대 중 5대가 온수행인 오후 2~3시와 비슷하다.
서울지하철 7호선 온수행에 관해 2022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어느 누리꾼의 글. 네이버 카페 캡처
같은 날 살펴본 3·4호선 충무로역도 7호선 온수행처럼 중간 기착지행 열차가 등장하는 등 상황은 거의 같았다.
환승객이 몰리는 퇴근시간대 충무로역에서는 종점인 오이도로 향하는 ‘오이도행’과 서울 남부권의 2호선 환승역인 사당역으로 가는 ‘사당행’이 번갈아 들어왔다.
승차 인원이 평시보다 3배가량 많아지는 오후 5~6시 충무로역 시간표를 보면, 오이도행과 사당행은 16대 중 절반씩 나눠 배차된다. 한 대가 오이도행이면 다음 열차는 사당행이라는 얘기다.
열차가 종점까지 가지 않고 중간 기착지에서 운행을 종료하는 사례는 2호선의 신도림행, 3호선의 구파발행 등 다른 노선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이처럼 열차가 노선의 끝까지 가지 않는 이유는 철도 운영의 효율성과 안전을 위한 복합적인 원리에 기인한다.
모든 열차를 종점까지 보내면 노선 끝부분 수요에 비해 과다한 열차의 투입으로 운영비가 증가할 수 있고, 정작 승객이 몰리는 도심 구간에서는 배차 간격이 벌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심야 시간대 차량 정비를 위해 전동차를 차량기지로 입고시켜야 하는데 온수·사당·신도림역 등은 인근에 차량기지가 있고, 열차를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회차 시설을 갖춰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지점이 된다.
퇴근길 직장인들이 몰린 지난 9일 오후 서울지하철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승객들을 태운 석남행 열차가 다음 역으로 향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이러한 운영 시스템의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나, 중간 기착지까지만 가는 열차로 인해 다음 차를 기다리거나 헐레벌떡 몸을 실었다가 다시 내린 이들의 피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평소 4호선으로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A씨는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당으로 이사를 갈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는 농담 섞인 글을 남겨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왜 온수행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등 푸념에 ‘원래 종점이었던 역사적 배경과 차량기지 위치 때문’이라는 친절한 설명이 오래전부터 오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