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 투병 소식에 경각심…연간 5만7000명 발생 ‘시간 싸움’
30일 내 사망률 30~40%…독립적 일상 복귀 10~30%에 그쳐
고혈압 1300만명 시대…50세 이후 뇌혈관 검사·생활관리 필수
갑자기 머리 뒤쪽을 내려치는 둔탁한 통증. 계단을 오르다 순간 눈앞이 핑 돌고, 손에 쥔 난간이 미끄러지듯 빠져나간다. ‘잠깐 쉬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이 스치지만, 몸은 이미 이전과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잠깐이면 괜찮겠지” 넘긴 통증, 뇌출혈은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뉴스1.
최근 개그맨 이진호가 뇌출혈로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일상 속에서 넘겨왔던 두통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1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뇌내출혈 환자는 연간 5만7000명 수준이다. 60대 이상이 약 70%를 차지할 만큼 고령층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서도 뇌혈관질환 환자는 2022년 기준 117만명에 달하며,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뇌출혈은 발생과 동시에 뇌 손상이 시작되는 대표적인 ‘시간 싸움’ 질환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뇌내출혈의 30일 이내 사망률은 약 30~40% 수준으로 보고된다. 단 몇 분의 판단이 생사를 가르는 이유다.
운 좋게 생존하더라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혼자 식사하고 거동하는 등 독립적인 일상으로 돌아가는 비율은 약 10~30% 수준에 그친다.
상당수 환자는 마비나 언어장애 같은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모든 결과는 단 몇 분의 대응 차이에서 갈린다.
◆“망치로 맞은 듯” 전형적 초기 신호
가장 특징적인 경고는 ‘평생 처음 느껴보는 강도의 두통’이다. 환자들은 이를 “머릿속에서 폭탄이 터진 느낌”, “망치로 세게 맞은 것 같다”고 표현한다. 여기에 구토, 어지럼증, 시야 흐림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가장 위험한 선택은 ‘참아보기’다. 뇌출혈은 이미 터진 혈관에서 나온 혈액이 뇌를 압박하며 손상을 키우는 질환이다. 시간을 지체할수록 손상 범위는 넓어진다.
한 대학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는 “두통과 함께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즉시 119를 불러야 한다”며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으로 시간을 버리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혈압이 만든 ‘침묵의 위험’
뇌출혈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고혈압이다. 국내 고혈압 유병자는 1300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혈압이 높아질수록 뇌혈관은 지속적으로 압력을 받으며 약해지고, 결국 가장 취약한 지점에서 터질 가능성이 커진다.
망치로 내려친 듯한 두통, 단순 피로가 아닐 수 있다. 몇 분의 판단이 결과를 바꾼다. 게티이미지
특히 50세 이후에는 혈관 탄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기온이 급격히 낮아지는 날에는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더 오르기 쉬워 위험이 커진다. 평소 관리가 사고를 막는 유일한 방어선이 되는 이유다.
◆50세 이후, 뇌혈관 ‘한번은 확인’
전문가들은 50세 이후라면 증상이 없어도 한 번쯤 뇌혈관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을 통해 파열 위험이 있는 뇌동맥류를 미리 발견하면 시술로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생활습관이다. 염분 섭취를 줄이고, 하루 30분 이상 걷는 습관은 혈관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금연과 절주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