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역명부기 사용기관 모집
1호선 50개역 등 총 64개역 대상
서울교통공사도 ‘역명부기’ 짭짤
전철역 이름 옆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는 ‘역명부기’ 사업이 철도 공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 13일부터 수도권 전철 64개역을 대상으로 역명부기 사용기관 모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16일 밝혔다.
코레일은 지난 13일부터 수도권 전철 64개역을 대상으로 역명부기 사용기관 모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16일 밝혔다. 김동환 기자
역명부기는 역세권 주요 기관의 인지도 향상과 이용 고객의 편의를 위해 유상으로 역명과 기관의 이름을 함께 표기하는 것을 말한다.
선정된 기관의 명칭은 오는 7월부터 최대 3년 동안 역명판과 승강장 안내표지 표기는 물론 열차 내 안내 방송으로도 송출된다.
이번 모집 대상은 1호선 50개역을 필두로 4호선 8개역, 경의중앙선 6개역 등 총 64개소다. 특히 남영, 노량진, 신도림, 구로 등 유동 인구가 압도적인 주요 환승역들이 대거 포함돼 기관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매년 공고마다 이름을 올리는 ‘단골 역’들의 존재다. 2024년 4월부터 올라온 모집공고를 보면 노량진, 신길, 구로, 안양 등은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매물로 나왔다.
이는 해당 역들이 역세권 기관들에게 매력적인 홍보 수단임을 증명하는 동시에, 코레일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을 창출해야만 하는 핵심 자산임을 시사한다.
코레일은 지난 13일부터 수도권 전철 64개역을 대상으로 역명부기 사용기관 모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16일 밝혔다. 김동환 기자
매년 새로운 주인을 찾거나 계약 연장을 타진해야 할 만큼 코레일의 보전 의지는 강력하다는 얘기다.
역명부기 사업의 경제적 가치는 이미 숫자로 증명된다.
2024년 기준 노량진역의 연간 기초 사용료는 약 9874만원, 신도림역은 1억364만원, 구로역은 1억548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입찰 참여 기관은 코레일이 제시한 이 기초 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제안해야만 낙찰 가능권에 든다.
기초 가격 미만 금액을 제시할 경우 가격 점수에서 0점을 받아 사실상 시장 가격에 의한 무한 경쟁이 유도되는 구조다.
코레일이 이처럼 역 이름 판매에 몰두하는 이유는 앞서 사업을 확장한 서울교통공사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역명 병기 사업으로 올린 은 무려 149억7000여만원에 달한다.
서울권 지하철의 몸값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4년 9월 기준 역명부기 역대 최고가는 강남역으로 한 치과가 11억1100만원에 낙찰받았고, 서울의 새로운 핫플레이스 성수역은 CJ올리브영이 10억원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를 모았다.
을지로3가역의 신한카드(8억7450만원)와 하나은행이 선점한 을지로입구역(8억원) 등도 대표적인 고가 거래 사례로 남아 있다.
2016년 처음 시작했으나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합쳐져 서울교통공사가 출범한 후 추가 사업이 이뤄지지 않다가 2021년부터 사업이 재개돼 연평균 37억원의 역명부기 을 올렸다.
낙찰 기관 선정 기준에는 접근성과 선호도뿐만 아니라 공공성 심사가 포함된다.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기관은 배제되며, 지자체 의견 수렴과 외부 전문가 심의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게 된다.
코레일은 지난 13일부터 수도권 전철 64개역을 대상으로 역명부기 사용기관 모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16일 밝혔다. 김동환 기자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업이 역의 지역 대표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한다.
특정 병원이나 기업의 이름이 공공 자산인 역명과 나란히 붙는 것에 대해 시민들의 거부감이 적지 않아서다.
실제로 최근 강남역과 성수역의 부역명 낙찰 사례를 두고 지역 상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기도 했다.
이처럼 반응은 엇갈리지만 큰 을 올릴 방법인 역명부기는 코레일이 외면하기 힘든 사업 수단으로 보인다.
최은주 코레일 광역철도본부장은 “역명부기는 기관의 브랜드 가치는 물론 철도 이용객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상생형 홍보수단”이라며 많은 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했다.
선정된 기관의 명칭은 오는 7월부터 철도 현장에 적용돼 승객들을 만나게 된다.
다만, 반복되는 모집 공고 속에 이름을 올리는 역들이 유지될수록 공공성과 성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철도 경영의 고충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