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변비 탈출하는 ‘쾌변’의 법칙
그래픽=박상훈
회사원 김모(62) 씨는 아침에 직장에 도착해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조금만 참자” 하고 넘겼다. 오전 회의가 끝난 뒤 화장실에 갔지만 이미 변의는 사라져 있었다.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자 그에게 변비가 생겼다. 이런 경우를 변의를 느끼는 감각이 둔해져 생기는 변비, 즉 변의 소실형 변비라고 한다. 고령자 변비의 절반 이상이 변의 소실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사람은 변비를 단순히 장 운동 문제로 생각한다. 그래서 섬유질을 먹고, 물을 많이 마시고, 운동을 한다. 물론 변비 예방을 위해 중요한 일이지만, 최근 연구는 변비는 ‘배변의 기술’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본래 우리 몸은 매우 정교한 배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음식이 소화되면서 대장에서 변이 만들어지고, 그 변은 대장의 연동 운동으로 직장에 도달한다. 직장 벽의 감각 센서가 이를 감지하여 뇌에 “화장실 갈 때다”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 신호가 변의(便意)다.
문제는 이 신호를 자꾸 무시할 때 생긴다. 변의를 참고 시간을 보내면 직장에 있던 변은 다시 수분이 흡수된다. 그러면 변이 점점 단단해진다. 그것이 변의를 감지하는 센서가 둔해지는 것으로 이어진다. 결국 변이 직장까지 내려와도 “화장실 가야겠다”는 느낌이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이런 형태의 변비를 막으려면 배변의 기술이 필요하다. 배변 신호는 전화벨과 같다. 받지 않으면 결국 전화가 끊긴다. 그러니 변의를 참지 않고 바로 화장실로 직행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 다른 배변의 기술은 변의가 없어도 정해진 시각에 화장실에 가는 방법이다. 가장 좋은 타이밍은 아침 식사 후 30분이다. 이때 장에서는 위-결장 신경반사(gastrocolic reflex)가 일어난다. 음식이 위에 들어가면 대장이 크게 움직이며 배변을 촉진한다. 그러니 아침 식사를 충분히 하는 게 좋다. 매일 같은 시간에 화장실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장과 뇌가 배변 리듬을 학습하고 기억하고 상시 작동 체계를 만든다.
화장실에 짧게 머물러 있는 기술을 펼쳐야 한다. 많은 사람이 변비가 있으면 화장실에서 오래 앉아 있다.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권장 시간은 3분 이내다. 자주 오래 배에 힘을 주고 있으면 혈압이 오르고, 치질 위험이 커진다. 화장실에서 오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면 실신 위험까지 생긴다. 배변 기술의 핵심은 ‘규칙적이고 리듬감 있게 속전속결하는 것’이다.
장이 좋아하는 음식을 챙기는 것도 배변 기술을 올린다. 권장 과일은 키위와 서양 살구 프룬이다. 매일 적정량을 먹으면 배변 횟수가 증가한다. 이 과일들은 수분 보유 능력이 좋고, 팽창력이 뛰어나 변을 부드럽게 만든다.
배변 기술에 습관을 붙여야 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화장실에 가고, 식사 후에 화장실에 가고, 변의를 참지 않고, 오래 힘주지 않고, 섬유질 음식을 섭취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습관을 2주 정도 유지하면 장이 규칙적인 배변 리듬을 만들어낸다. 그 리듬에 올라타면 변비는 내 몸에 머물 수 없다.
배변은 장 건강의 핵심 기능이다. 배변이 원활하면 장내 미생물 균형이 이뤄져 면역 기능이 좋아진다. 삶의 질도 올라간다. 반대로 변비가 지속되면 복부 팽만, 식욕 저하, 집중력 감소까지 이어진다. 배변은 이제 기술이다. 배변은 대변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단순 생리 현상을 넘어, 장의 순환 체계를 유지하여 뇌를 활성화하는 기술이라는 점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