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충동
리처드 오버리 지음|이재황 옮김| 아르테|460쪽|3만4000원
세계에 전쟁의 불길이 커지고 있다. 쿠르드족 전투원들이 작전을 시작하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서 지상전이 시작됐다. 이란이 타격하는 주변국 수도 많아졌다. 유럽 국가들이 전력을 파견하기로 하며 전쟁 참여국 규모가 세계대전을 방불케 한다.
왜 인류는 서로 죽여야만 하는가. 1932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지크문트 프로이트에게 편지를 썼다. 아인슈타인은 인류를 전쟁의 위협에서 구할 방법을 알고 싶어 했다. 프로이트는 폭력이란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특징이며, ‘죽음 충동(Todestrieb)’에서 비롯된 파괴적 충동을 억제할 효과적인 방법이란 찾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 허망한 답변의 이유를 알기 위해 영국 출신 역사학자인 저자는 생물학·심리학·생태학 등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전쟁과 폭력의 역사를 추적한다. 전쟁이란 단일한 공식 하나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역사 전반에 걸쳐 나타난 동기를 분석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끊임없는 전쟁은 인간 유전자에 ‘폭력’이 새겨져 있기 때문일까? 에드워드 윌슨 같은 생물학자들은 인간이 ‘죽이도록 결정된 동물’이라고 주장하지만 저자는 이를 납작한 설명이라고 본다. 이 책은 미국 발달심리학자 조이스 베넨슨 등이 주장한 ‘남성 전사 가설’에 주목한다. 베넨슨은 4~9세 남녀 어린이 200명에게 장난감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남자아이 대부분은 적을 공격하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적’이라는 외집단을 상대로 협력하는 내집단을 형성했다. ‘편협한 이타주의’라고 부르는 이 개념은 진화 과정에서 ‘전사(戰士)적 협력’이 강할수록 생존에 유리했다고 본다.
생태학적 관점에선 인구 압력,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한 식량 부족이 ‘편협한 이타주의’를 통해 해결책으로 ‘폭력’을 선택하는 상황을 만든다고 분석한다. 미국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전쟁이 생물학적 본능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발명품에 가깝다고 보지만, 문명 발생 이전에도 ‘대량 학살’ 같은 인류의 조직적 폭력이 있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 점을 종합해 저자는 전쟁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선택’에 가깝다고 본다. 남성에게 호전적인 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인간은 유전자 창고를 보존하고 번식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폭력을 행사하도록 적응해왔다”는 것.
전쟁을 ‘선택’하도록 추동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이 책은 ‘자원’ ‘신념’ ‘권력’ ‘안보’ 네 가지 동기를 든다. 선사시대의 식량부터 현대의 석유까지 자원으로 인해 수많은 전쟁이 발생했다. 미국의 이란, 베네수엘라 공격도 석유가 미치는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종교, 이데올로기, 정체성 같은 믿음은 전쟁을 ‘침략’이 아닌 ‘성전(聖戰)’으로 만든다. 중세 십자군 전쟁뿐만 아니라 근대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 이슬람 세계의 ‘지하드’ 모두 신념이 총을 쥐게 했다. 나폴레옹·푸틴 같은 인물이 일으킨 전쟁 뒤엔 ‘권력’에 대한 의지나 제국주의적 동기가 있었다. 현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안보’다. 토머스 홉스가 세계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봤듯, 현실주의적 현대 안보는 국가가 언제든 자신을 지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상대의 의도를 불신할 수밖에 없는 ‘안보 딜레마’ 속에서 예방적 조치가 필수라는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도 이란이 핵 프로그램 재건을 시도했다며 “예방적 타격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전쟁을 단일한 원인으로 명쾌하게 설명하는 책은 아니다. 아직 합의되지 못한 수많은 전쟁 담론을 따라가며 전쟁의 복잡성을 설명하는 책에 가깝다. 한때 유행했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쓴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문명이 발전하며 인류의 폭력이 꾸준히 감소해 왔다고 주장하지만 이 책은 차갑게 반박한다. 향후 환경 문제, 자원 부족 등 전쟁 요인이 더 늘어날 것이고 우주나 사이버 공간으로 전쟁이 확대할 수 있다며 단언한다. “전쟁은 인간의 역사에서 매우 오래된 것이지만, 미래에도 전쟁은 존재한다.” 2024년 영국에서 출판된 원제는 ‘WHY W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