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2018’처럼 민주당 압승 예상돼
이재명·김어준 갈등이 흥행 안 될 만큼
‘야당 심판론’이 ‘정권 심판론’을 앞지른다
“절윤 결의문이 끝”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장 대표가 ‘혁신 선대위’ 만들 수 있을까
노선 바꿔 서울·부산 잡아야 희망 생긴다
일러스트=이철원
‘6·3 지방선거’ 열차는 ‘AGAIN 2018’ 레일로 달리고 있다.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정부 여당에 힘 실어줘야’라는 응답은 64.2%, ‘정부 여당을 견제해야’라는 응답은 25.8%로 최근 조사 흐름과 비슷하다. 결과는 민주당이 보수 텃밭 부·울·경까지 석권하면서 광역단체장 14곳을 이겼고,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 두 곳만 겨우 지켰다.
지난주 발표된 갤럽 조사 결과 ①이재명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 65%·부정 평가 25% ②민주당 정당 지지도 46%·국민의힘 21% ③‘여당 후보 다수 당선’ 46%·‘야당 후보 다수 당선’ 30%로 모든 지표가 ‘AGAIN 2018’을 가리키고 있다. 국민의힘이 대구·경북 통합을 찬성하는 이유가 (통합 없이 치를 경우) 대구도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라는 군색한 썰이 돌고 있다.
불과 80일 남았는데 반전이 있을까. 드라마는 ‘러브 라인’과 ‘갈등 라인’이 있다. 민주당 드라마는 ‘이재명·김어준’ ‘민주당·조국혁신당’ 갈등 라인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도 흥행이 안 된다. 국민의힘 드라마 갈등 라인이 ‘장동혁·한동훈’에서 ‘장동혁·오세훈’으로 바뀌었을 뿐 ‘막장’으로 치달아 눈을 뗄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3월 9일 의총에서 송언석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국회의원 일동’ 명의의 결의문을 낭독했다. 첫째, 잘못된 12·3 비상계엄으로 혼란과 실망을 드린 데 대해 사과(혼란과 실망이라는 표현이 혼란과 실망을 주지만). 둘째,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요구하는 주장에 명확히 반대. 셋째, 당내 구성원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모든 행동과 발언을 중단하고 대통합에 나서겠다는 내용이다. 너무 늦었고 너무 미흡했다.
3월 8일 경선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던 오세훈 시장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12일 추가 접수를 받는다고 발표하자 “(절윤) 선언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국민이 기다리는 것은 가시적 변화”라고 재차 압박했다. ‘결의문이 시작’이라는 게 오세훈의 인식이다. 반면 장동혁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밝힌 우리의 입장이 마지막 입장이 돼야 한다”며 ‘결의문이 끝’이라는 인식이다.
“107명 의견을 담아낸 결의문에 대해 당대표로서 결의문을 존중하고 그 결의문을 바탕으로 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제 입장도 대변인을 통해 말했다”고 했는데 장동혁 대표는 승리를 위해 최선은커녕 차선도 다한 적이 없다. 늘 최악과 차악을 오락가락했을 뿐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송언석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그는 1월 7일에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이기는 변화’를 약속했지만 윤석열 내란 재판 1심 선고 다음 날인 2월 20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윤 어게인’ 잔당이 아니라 본당임을 선언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국민의힘은 줄곧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고, 1심 판결은 이러한 주장을 뒤집을 충분한 근거와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며 내란을 인정한 법원 판결에 불복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역사는 오늘 국민의힘의 이런 입장을 12·3 내란에 이어 2월 20일 내란으로 규정할 것”이라며 “(정당 해산) 심판 청구 대상 정당임이 분명해지는 선택을 했다”고 경고했다. 장동혁의 이적수(利敵手)로 ‘정권 심판론’이 작동할 가능성은 원천 봉쇄됐고 ‘내란 청산 프레임’으로 ‘야당 심판론’이 굳어지게 만들었다.
장동혁 대표는 2월 13일 조선일보 인터뷰로 돌아가야 한다.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기준을 묻는 질문에 “서울과 부산이다. 두 곳은 지방선거 전체의 승패를 평가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참패한다면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 4년도 안 된 정치인 장동혁의 정치 생명은 끝난다”. 옳은 인식이다. 4번의 전국 선거를 연거푸 지고 반격을 시작한 전투가 2021년 4·7 재·보선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다. 오세훈과 박형준이 승리함으로써 2022년 대선 승리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그러니 ‘AGAIN 2021년 4·7’은 자연스러운 목표다.
지방선거 공천에 대한 질문에는 “현역 광역 단체장들을 다 날려버리고 신인으로 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광역 단체장은 무조건 ‘본선에서 이기는 공천’으로 가야 한다”고 답했다.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절윤’에 대해서는 “1심 선고 전후로 원내에서 윤 전 대통령 선고와 관련해 당대표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지 않겠나. 상황에 맞는 메시지를 내겠다”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노선 전환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총사령관인 최고 지도자의 ‘전략 구상’과 합참의 ‘전략 계획’, 그리고 야전사령관의 ‘전략 실행’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략 구상과 전략 계획 역량이 없다. 야전사령관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도 못하고, 제때 무기를 공급하지도 못하고, 적절한 보급도 없다. 적들에 둘러싸여 고립된 오세훈 같은 야전사령관은 아군의 도움 없이 홀로 돌파할 수밖에 없다.
2021년 4·7 재·보선 때는 김종인이라는 백전노장의 노련한 전략가가 총사령관이었고, 안철수라는 우군도 있었고, 오세훈·박형준이라는 뛰어난 야전 사령관도 있었고, 이준석·김재섭 같은 젊은 장군들도 있었고, 무엇보다 민심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공적 책임감이라고는 1도 없는 홍위병과 사익만 챙기는 유튜버만 파리 떼처럼 들끓고 있다.
장동혁 대표가 ‘결의문이 끝’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결의문이 시작’이라는 오세훈 시장의 요구대로 ‘혁신 선대위’를 구성할 수 있을까. 그래야 개혁신당과의 실낱같은 연대 불씨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정치 생명이 걸린 지방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장동혁 대표가 과연 회군할 수 있을까.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