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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거센 물살에도 바다의 여인들은 버티며 살아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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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산실 올해의신작 ‘해녀 연심’

제주 4·3 때 日로 떠난 해녀 삶 다뤄

남북과 일본으로 흩어졌던 기구한 운명의 해녀 엄마와 세 딸은 환상 속에서 만나 서로를 꼭 껴안는다. /극단 58번국도

“열다섯 밤만 자면 데리러 온다”며, 엄마는 저만 두고 언니 ‘화자’와 오사카로 떠났다. 다섯 살 때 제주 검은 돌집에 홀로 남겨진 ‘수자’는 바다 물길은 이어져 있으니 혹시나 엄마 숨결이 느껴질까 싶어 더 열심히 물질을 했다. 연락 한 번 없는 엄마를 평생 그리워하며 해녀로 늙었다. 그리고 어느날 도착한 편지 한 통, ‘모친 고연심 여사 위독, 방문 요망’. 원망과 회한에 뒤척이던 수자는 고심 끝에 삐걱이는 노구를 이끌고 손녀 ‘여름’과 함께 오사카로 간다. 엄마는 왜 그리 야박했을까. 저 없이도 행복했을까.

22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해녀 연심’은 남북과 일본으로 흩어져 평생 그리워만 했던 해녀 엄마와 세 딸의 이야기를 애틋하게, 따뜻한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극단 58번국도

제주 4·3 때 남편을 잃고 일본으로 도망치듯 떠나 홀로 딸을 키우는 해녀의 삶은 신산했다. 하지만 밀항 브로커에게 가진 걸 모두 빼앗겼을 때도, 살뜰히 마음을 주며 막내딸 ‘기자’까지 얻었던 동포 남자에게 배신당했을 때도 엄마 연심은 입술을 꾹 깨물며 말한다. “어멍(엄마)이 해녀인 거 알주기? 해녀는 바당(바다)만 이시믄 못헐게 엇져(없어)!”

민요부터 엔카까지 참 노래를 잘했던 첫째 화자는 가수를 꿈꿨지만 좌절하고 북송선을 탄다. “잘 살고 있다”는 판에 박힌 편지를 매일 쓰다듬으며 딸을 그리던 엄마는 봉투에 붙은 우표 뒤에 몰래 눌러 쓴 딸의 진심을 찾아낸다. “엄마, 절대 오지 마. 여기는 생지옥이야.”

/극단 58번국도

온몸에 튜브를 꽂고 숨을 몰아쉬며 중환자실에서 누운 엄마가 제주에서 온 딸 수자를 알아보는 장면에선 웃음과 눈물이 교차한다. 처음 일본어로 “너 누구냐” 묻던 엄마는 딸을 알아보곤 제주말로 펑펑 울다가, 정신줄을 놓치면 또 “근데 당신 누구요?” 하길 반복한다. 병실의 가족들처럼 관객도 그저 속절없이 함께 웃다 울기를 거듭할 뿐이다.

역사의 물결에 이리 치이고 저리 휩쓸리지만 ‘해녀 연심’ 속 여성들은 비루함 없이 당당하다. 오히려 밝고 유쾌한 순간이 많아 관객은 자주 웃게 된다. 이들은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증오로 자신을 해치는 대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꿋꿋이 버텨 살아냈기에 이들은 끝내 다시 만난다. 그 시대를 통과했던 이 땅 여성들이 살았던 삶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살자고 하면 살아진다. 숨이 목끝까지 차면 꼭 죽을 것 같다가도, ‘휘이~’ 숨 한 번 뱉으면 또 살아져.” 막이 내린 뒤에도 해녀 엄마의 말이 꿈속처럼 귓가를 맴돈다.

/극단 58번국도

극단 ‘58번 국도’의 나옥희 연출과 차범석희곡상 수상자인 김민정 작가는 2년여 제주·일본 취재와 창작 기간을 거쳤다. 나옥희는 고수희 배우가 연출·번역가로 활동할 때 쓰는 이름이다. 배우들은 오래 일본어와 제주 사투리를 연습해 극을 완성했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빼어나지만, 특히 일본에서 자라 제주 사투리가 섞인 서툰 한국말을 하는 ‘기자’ 역 김소진, 병실에서 가쁜 숨소리를 내뱉으면서 일본어와 제주 사투리로 대화까지 하는 ‘연심’ 역 이혜미 배우의 연기는 압권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연극. 전석 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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