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질 듯 이어지는 신비로운 맥놀이 현상
“유홍준 만난 방시혁 아이디어로 협업 성사”
지난해 9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성덕대왕신종 타음조사 공개회’에서 관계자들이 타종하는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두웅~’.
깊은 울림의 종소리가 딱 한 번 들리고 1분 38초간 잔음이 이어진다. 끊어질 듯 길게 이어지는 신비로운 종소리가 전 세계로 전파됐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3년 9개월 만에 내놓은 5집 ‘아리랑’에 국보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가 실렸다. 6번 트랙 ‘No.29’는 오로지 성덕대왕신종의 타종 소리와 긴 여음으로만 1분 38초를 채웠다. 정보 없이 사운드를 접한 일부 해외 팬들은 “오디오에 문제 생긴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고, 이를 “한국의 국보 종소리”라고 설명하는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왼쪽)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가운데)이 지난해 10월 국립중앙박물관 감각전시실에서 성덕대왕신종 종소리를 함께 듣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일명 ‘에밀레종’으로 알려진 국보 성덕대왕신종은 높이 3.66m, 무게 18.9t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最大)의 종이다. ‘미인도’의 치맛자락처럼 봉긋한 곡선, 몸통에 새긴 연꽃무늬와 구름 타고 날아오르는 비천상의 자태도 아름답지만, ‘주변 100리(40㎞)까지 퍼졌다’는 웅장하고 신비한 소리 덕분에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유홍준 관장의 안내로 종소리를 듣고 감동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아이디어를 내 협업이 성사됐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국립중앙박물관·국립박물관문화재단·하이브가 한국 문화유산과 K-컬처 확산을 위해 체결한 양해각서의 성과다. 당시 유 관장은 방 의장에게 상설전시관 3층 감각전시실을 안내했고, 이 곳에서 성덕대왕신종 종소리를 감상한 방 의장이 신곡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후 하이브에서 종소리 음원을 공식 요청했고, 성덕대왕신종이 소장된 국립경주박물관과 협의해 고화질 음원을 보냈다”고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3층 감각전시실 ‘공간_사이'. 신종의 소리와 진동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수록곡엔 신비로운 종소리의 특징인 맥놀이(소리의 강약이 반복되며 길고 은은하게 이어지는 현상)가 고스란히 담겼다. 경주박물관이 2021년 타음 조사를 진행하며 녹음한 소리다. 1254년을 균열 하나 없이 지킬 수 있었던 소리의 비밀에 대해 전문가들은 “종을 치는 당좌의 위치가 절묘하게 ‘스위트 스폿(타격 중심)’에 위치해 있었다”며 “그 옛날 어떻게 이토록 정확하게 당좌의 높이를 정했는지 놀라울 정도”라고 말한다.
성덕대왕신종은 현재 국립경주박물관 야외 마당에 전시돼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3층 감각전시실 ‘공간_사이’에서는 신종의 소리와 진동을 직접 체험할 수 있고, 국립경주박물관 디지털영상관에서도 원음을 들을 수 있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경주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무료로 성덕대왕신종 종소리 음원을 다운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성덕대왕신종의 구름 문양을 새겨 넣은 숄더백.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신종에 새겨진 문양을 활용한 뮷즈(박물관 굿즈)도 나왔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과 하이브는 성덕대왕신종의 공양자상과 그 주변을 감싸는 구름 문양을 넣어 숄더백과 헤어핀, 레이어드 스커트 등 5종 구성으로 ‘2026 BTS X MU:DS Collaboration Merch’를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