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일자리, 탈산업화에 급감
고령화 겹친 여성의 일자리 갈망
보수, 지방 경제 대안 제시 못해
‘일하는 사람의 정당’으로 전환을
지난 3월 8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한 골목에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이날 만난 대구 유권자들은 “지역 경제가 어려운데 야당이 무력해서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용규 기자
생업으로 지방에 조사를 나갈 때마다 놀라는 게 있다. 중장년, 특히 대도시 여성들의 일자리에 대한 갈망이다. 표적집단면접(FGI) 같은 정성조사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일자리에 대한 강한 욕구와 함께, 구조적인 원인에서 오는 절박함도 느끼게 된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가급적 오래 노동시장에 머물러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자녀 독립은 늦고 교육비 지출은 늘었다. 주된 소득자인 남편이 나이가 들면서 벌이가 줄거나 일자리 자체를 잃는 경우도 잦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는커녕 일자리 자체가 부족하다. 이들은 한결같이 “기업이나 산업이 성장하지 않아 취업 자체가 힘들다”고 했다.
숫자는 이를 뒷받침한다. 2017년과 2025년 상반기를 비교하면(지역고용조사 기준) 비수도권 5개 광역시에서 50대 경제활동참가율은 4.0%포인트(73.8%→77.8%) 올랐다. 여성의 상승 폭은 8.4%P에 달해 전국 평균 증가폭(1.7%P)을 크게 웃돈 반면, 남성은 0.1%P 하락했다. 이는 50대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었다는 뜻만은 아니다. 남성 취업자 비율이 높은 제조업과 건설업 일자리가 대거 줄면서, 가계를 지탱하기 위해 여성이 노동시장에 뛰어들게 된 상황도 보여준다.
대구는 이러한 문제가 날카롭게 드러나는 곳이다. 같은 기간 대구의 취업자는 124만9000명에서 122만3000명으로 2만6000명 줄었다. 제조업(-2만3000명), 도매 및 소매업(-6만6000명), 숙박 및 음식점업(-1만1000명) 등에서 집중적으로 일자리가 줄었다. 몇 해 전 아파트 공급 과잉이 심각한 미분양 사태를 낳으면서 건설업도 위축됐다.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지가 쇠퇴하면서 다른 산업들이 함께 위축되는 연쇄 반응이 벌어졌다. 이를 벌충한 것은 중장년 여성 비율이 높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6만8000명)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대구의 ‘탈(脫)보수 현상’은 일자리 문제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대구 북구·수성구·달서구·동구에서 영남일보·리얼미터가 지난 14~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5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과 박빙이었다. 더 눈에 띄는 건 북구를 제외한 3개 구에서 ‘안정적 국정운영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라고 답한 50대 비율이 ‘국정을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보다 높았다는 점이다. 보수의 본산이던 대구에서, 중장년 유권자가 중앙 정부를 통해 먹고 사는 문제를 풀겠다고 답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방 유권자를 겨냥한 정책을 꾸준히 내놓았다. 이재명 정부도 광역지자체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기업의 비수도권 투자를 유도하는 등 적극적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윤석열 전 대통령)인 정당이었다. 지난 총선에서도 ‘586 운동권 청산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책 대안이 없는 정당이 지자체 운영을 잘할 리 없다. 국민의힘 지자체장 중에는 민주당 소속 전임자가 도입한 지역 화폐를 폐지했다가, 얼마 뒤 이름만 바꿔 재도입한 곳도 있다. 지역 화폐의 문제와는 별개로 대안 없이 무턱대고 폐지부터 해 빚어진 촌극이다.
민주당은 ‘어찌 되었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으로 변신하고 있다. 1990년대 신한국당이 연상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60~70대 이상이 핵심 지지층이고,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내놓을 메시지가 없는 정당이다. ‘일하는 사람의 정당’과 ‘일하지 않는 사람의 정당’이 맞붙으면 대구에서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다. 지금 보수가 당면한 문제는 비상계엄 후유증을 넘어서느냐보다 더 근본적이다. 다시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이 되려면 인물·정책·슬로건을 모두 바꿔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