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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선한 존재? ‘다정함’은 착취 위한 교묘한 위장술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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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배신

조너선 R. 굿먼 지음|박지혜 옮김|다산초당|308쪽|2만원

2021년 출간돼 국내에서만 누적 판매량 10만 부를 기록한 미국 인류학자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의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디플롯)의 인기가 보여주듯, 최근 진화인류학·심리학계에서는 친화력 있고 협력을 잘하는 ‘다정한’ 생명체가 살아남는다는 학설이 지지를 얻어왔다

그러나 인간 진화 연구자로 케임브리지대 조교수인 저자는 ‘Goodman’, 직역하자면 ‘선한 사람’이라는 성(姓)을 가졌음에도 ‘인간은 선한 존재’라는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정함은 타인을 기만해 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의 산물이자 은밀한 생존 전략일 뿐”이라는 것이다. 성선설이냐, 성악설이냐의 단선적 이분법을 거부한다. 대신, 인간은 협력과 경쟁 두 가지 모두에 능하며,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타인을 착취하도록 진화한 ‘마키아벨리적 동물’이라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타주의’란 착취와 기만을 숨기기 위한 교묘한 위장술일 때가 많다. “타인의 삶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피력하면서 추종 세력을 만드는 사기꾼이나 사이비 종교 집단 교주들이 대표적이다. 영국 희대의 사기꾼 로버트 헨디프리가드는 시골 마을 술집 종업원이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영국 보안국의 비밀 요원이라며 자신을 도와 공익을 지키자고 말했다. 1973년 기독교 정체성 운동의 옹호자이자 지도자였던 로버트 G. 밀라는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엘로힘 시티’라는 공동체를 세우고 지도자로 군림했다. 저자는 이러한 사기꾼과 사이비 교주들이 공통적으로 다수의 성적·번식적 파트너를 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슬프게도 협력을 악용해 착취에 성공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성공하고, 유전자를 널리 퍼뜨려 진화의 승자가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류학과 진화생물학을 넘나들며, 인류가 어떻게 ‘보이지 않는 경쟁’이라는 생존 전략을 발달시켰는지 추적한다. 과거 소규모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무리의 ‘무임승차자’를 비교적 쉽게 적발하고 응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류는 자신들에게만 주어진 도구인 ‘언어’를 통해 ‘기만’이라는 전략을 정교하게 발달시켰다. 겉으로는 협력적인 척 이타주의자의 가면을 쓰면서 뒤에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이들이 진화의 선택을 받았다.

다정함이 인간 본성이라 믿으면 오산이다. 저자는 “모든 인간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은 바로 타인 착취”라면서 “협력과 마찬가지로 착취도 인간다움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저자는 이들 무임승차자를 ‘암세포’에 비유한다. 인간의 몸은 수많은 세포가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희생하는 고도의 협력 체계다. 그러나 암세포는 이 시스템의 반역자다. 자신의 무한 증식만을 위해 주변의 자원을 착취하다가 결국 숙주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유전자가 후대에 이어질 기회마저 파괴한다.

우리 사회의 무임승차자들도 암세포와 다르지 않다. 저자는 “암세포는 초이기적이지만 그것을 잘 숨기는 사람과 같다”고 말한다. 이들은 공동체가 구축한 신뢰와 규범의 맹점을 파고들어 자신의 배를 불린다. 생명체가 암세포를 억제하기 위해 생물학적 면역 체계를 진화시켰듯, 인간 사회도 이기적인 착취자들을 막기 위해 도덕, 법, 평판이라는 ‘문화적 면역 체계’를 발달시켜 왔다. 하지만 암세포가 교묘하게 면역 체계를 회피하듯, 보이지 않는 경쟁자들 역시 끊임없이 법망과 도덕의 사각지대를 찾아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무임승차자들을 사회의 상수로 두고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다. 2015년 약 200여개국이 지구의 기온 상승폭을 산업혁명 당시 온도보다 섭씨 2도 이상 높아지지 않게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파리협약에 서명했다. 그러나 각국 정부를 포함해 협정에 서명한 다수 단체가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저자는 “무임승차자들이 존재한다고 해서 지구에 존재하는 국가들이 기후 의제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설득당해서는 안 된다”면서 “가능하다면 착취를 폭로하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제안한다. 개인으로서는 ‘자기 이해’와 ‘타인 이해’를 통해 누군가 내 믿음이나 행동을 착취하려는 순간을 암시하는 신호를 알아차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수많은 사례와 이론이 조각조각 등장하며, 사변적이라 가독성이 높은 책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을 때 자신에게 좀 더 유리하도록 이익을 취하고자 시도하는 것은 인간 진화의 당연한 일부”라는 저자의 분석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또 하나의 렌즈를 제공한다. 원제 Invisible Riv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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