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앞 호르무즈 해협. /연합뉴스
앞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해 통행료를 받겠다고 한다. 1배럴당 1달러를 징수하겠다는 것이다. 유조선 1척당 평균 200만달러다.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가 받는 통행세는 운하를 인공으로 만들 때 막대한 자금이 들어갔으니까 돈을 받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인공 운하도 아닌데 돈을 받겠다고 하니까 당황스럽다.
바다의 통행료 하면 생각나는 집단이 있다. 중세 일본의 해적들이다. 세토내해(瀨戶內海)는 일본 해적이 내공을 쌓는 안마당이었다. 여기에서 배를 다루는 연습을 해서 노하우를 축적한 다음에 동북아시아 바다에서 해적생활을 하였고, 그 전통이 일본 근대 해군으로 이어졌다. 태평양 전쟁 때 미국과 붙었던 일본 해군의 7만3000톤짜리, 당시 세계 최대의 거함이던 야마토(大和) 전함은 세토내해에서 갈고 닦은 일본 해적의 엑스라지(XL) 버전이었다. 별로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침몰하고 말았지만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 유독 해군이 강했던 나라가 바로 일본이었다.
중세에 세토내해를 장악하고 여기를 통과하는 선박들에게 통행세를 받았던 일본 해적 집단을 ‘무라카미 해적(村上海賊)’이라고 부른다. 10여 년 전에 일본에서 ‘무라카미 해적의 딸’이라는 소설이 나와 크게 히트했다. 필자도 이 책의 일본어판을 사다 놓고 있었지만 아직 다 읽지는 못했다. 이 소설을 보면 해적에 대한 개념이 한국과는 완전히 다르다. 해적을 자부심이 강하고 독립성이 강한 집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평소에 해적들이 통행세를 얼마나 받았는가? 통과하는 배의 돛(帆)이 몇 개인가로 기준을 삼았다. 돛이 많거나 크면 돈을 많이 받았다는 뜻이다. 이 통행세를 ‘호베쓰센(帆別錢)’라고 부른다. 보통 적재된 화물 가격의 10%를 받았다고 본다. 통행세를 받으면 해적들이 무라카미 가문의 문장이 그려진 깃발을 그 배에 꽂아 둔다. 다른 해적들이 배에 꽂혀 있는 이 깃발을 보면 공격하지 않았다. 깃발이 없으면 공격했다.
3대 해적 집단의 본부 가운데 하나였던 노시마(能島) 섬 주변은 시속 18㎞의 조류가 흐르고 있었다. 진도 울돌목의 평균 시속 20㎞에 버금가는 물살이었다. 일반 상선은 이 해적들의 안내를 받아야만 여기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통행세에는 도선(導船·Piloting) 비용도 포함되어 있던 셈이다. 지금 이란도 비슷하다. 호르무즈에서 통행료를 지불한 배에 대해서는 국기를 게양하게 하고 순찰정의 호위를 받게 해 주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