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미란다役 메릴 스트립 첫 내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의 홍보를 위해 처음으로 방한한 배우 메릴 스트립(왼쪽)과 앤 해서웨이가 8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20년 전, 넘치는 카리스마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던 ‘악마’가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에서 악명 높은 패션지 편집장 미란다 프레슬리를 연기한 배우 메릴 스트립(76)이 속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29일 개봉)의 홍보를 위해 8일 내한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빨간 바지 정장을 입고 우아하게 등장한 그는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며 첫인사를 건넸다. 미란다의 비서로 출발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해나가는 앤디 삭스 역의 앤 해서웨이(43)도 함께 왔다. 그녀 역시 영화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방한이다보니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이 먼저 나왔다. 스트립은 “저도 K컬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손자 6명이 날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얘기를 하고, LA에는 자주 가는 한국 바비큐 집이 있다”고 했다. 이어 “저는 자라면서 다른 나라의 영향을 많이 받지 못했는데, 이제는 떨어져 있으면서도 이 정도로 연결되고 의지한다니 놀랍다”고 했다. 해서웨이는 “평소 별마당도서관에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시간이 부족해 아쉽다”고 했다. 또 “K컬처의 영향은 특히 젊은 층에 절대적”이라며 “제가 미란다처럼 잡지 편집장이었다면 봉준호·박찬욱 감독을 인터뷰했을 것”이라고 했다.
8일 공개된 미국 보그 5월호 표지. 메릴 스트립과 안나 윈투어가 프라다를 입고 표지를 장식했다. /보그닷컴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21차례나 오른 스트립은 역대 최다 지명 배우의 기록을 갖고 있다. 연기상은 3번이나 받아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린다. 그런 스트립에게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저를 놀라게 한 첫 영화”라며 “항간의 예상과 달리 남성 관객의 지지가 높아 생명이 긴 것 같다”고 했다. 1편은 개봉 직후만 해도 ‘옷 좋아하는 여자들이나 보는 가벼운 영화’로 여겨졌다. 하지만 패션계의 화려한 모습뿐 아니라 리더십의 고뇌와 동료애, 자아 성장까지 아우르는 이야기에 성별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끌었다. 스트립은 “단순히 젠더에 집중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남성들로부터도 ‘나도 미란다의 마음을 알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1편은 아이폰이 첫 출시(2007년)되기도 전에 나온 영화”라며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꾼 지금, 저널리즘과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격변을 영화 속 인물들이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보실 수 있다”고 했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메릴 스트립(왼쪽)과 앤 해서웨이가 꽃신을 재해석한 하이힐을 선물 받으면서 기뻐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2편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1차 예고편은 공개 24시간 만에 1억8500만회, 2차 예고편은 24시간 만에 2억2200만회 조회됐다. 1편과 마찬가지로 데이빗 프랭클 감독이 연출하고 에밀리 블런트와 스탠리 투치 등 조연들도 다시 출연한다.
영화에서 앤디를 질책하면서도 숨은 자질을 알아봐줬던 스트립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후배이자 동료 배우인 해서웨이의 진가를 드러내주려 애썼다. “촬영장에서 호흡이 어땠느냐”는 질문을 받자 “앤은 늘 새로운 시각으로 마음을 열고 사람을 대한다”며 “동료이자 친구에게 기대하는 최고의 자질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설’로부터 ‘친구’라는 말을 들은 해서웨이는 감동한 듯 눈물을 글썽였다.
스트립은 70대 배우의 무게도 언급했다. 그는 “일흔이 넘는 여배우의 보스 연기는 다른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다”며 “제가 대표적인 배역을 보여드리게 돼 기쁘다”고 했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메릴 스트립(왼쪽)과 앤 해서웨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그는 이날 공개된 미국 보그 5월호에서 미란다 프리슬리의 실제 모델인 안나 윈투어와 함께 프라다를 입고 표지를 장식했다. 두 사람은 76세 동갑이다. 윈투어는 지난해 6월 미국 보그 편집장을 내려놓고 글로벌 에디토리얼 디렉터로 물러났으나 여전히 막후에서 실권을 행사하고 있다. 영화 ‘바비’의 그레타 거윅 감독이 묻고 스트립과 윈투어가 대답한 5월호 표지 인터뷰에서 거윅 감독은 “40대인 제게 76세의 삶을 말해주실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스트립은 “심오한 질문”이라면서도 답을 피하지 않았다. “언제나 새로운 물길을 트고, 끊임없이 파도를 헤쳐 나가는 것, 살아있다는 것의 핵심은 그것이죠.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