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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람이 권력자가 된다? 권력이 사람을 나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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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중독

카르스텐 C. 셰르물리 지음|곽지원 옮김|미래의창|328쪽|1만9000원

1940년 5월 2차 세계 대전의 포화 속 위기에 빠져 있던 영국 런던. 윈스턴 처칠이 총리로 임명된다.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처칠은 임명 첫날 밤을 이렇게 회고한다. “새벽 3시, 잠자리에 드는 순간 커다란 안도감을 느꼈다. 마침내 나는 어디에든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 나는 푹 잘 수 있었고, 오히려 아침이 빨리 오기를 고대했다."

독일 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권력은 사람을 외롭고 불행하게 만든다’는 세간의 통념을 부정한다. 영화 ‘대부’ 속 마이클 콜레오네처럼 소파에 앉아 고립되고 책임감에 눌리는 권력자 이미지는 허상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심리적 측면에서 권력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긍정적인 감정을 일으킨다.

권력은 큰 ‘자극’을 주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안전 동기’(권력을 가지면 보호받는다), ‘호기심 동기’(새로운 과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사회적 동기’(권력자의 소집에 직원은 경청해야 한다) 등의 요인이 만족감을 이끌어낸다고 설명한다. 이 요인들은 마약과 동일한 뇌 영역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한다.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도파민이 폭발적으로 분비되고 권력의 경험 자체가 쾌락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권력이 위태로워지면 고통을 느끼게 된다.

권력을 쥐면 인지 구조도 달라진다. 타인에 대한 편견이 강화되고 어떤 일을 쉽게 일반화한다. 연민이나 공감 능력은 잃어간다. 25년간 독일의 내무부 장관·총리실장 등을 지낸 토마스 데 메지에르(72)가 한 말 “Z세대는 권리를 당연한 듯 요구합니다”가 대표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고정관념을 가져도 되기 때문이다. 권력자는 굳이 타인에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그런 일에 뇌의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다. 반대로 권력이 없는 사람들은 타인을 주의 깊고 정교하게 관찰해야 한다. 잘못된 판단 하나가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오히려 권력자들은 심장 박동·호흡 같은 자신의 신체 반응을 더 예민하게 인지한다. 내면의 감각이 더 활성화되며 직감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경향이 더 커진다. 말을 더 오래, 더 많이 하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다 가설·Babble Hypothesis) 물론 이 경우 리더의 전문성이 함께 작동하면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큰 몸짓이나 이완된 자세 등 비언어적 특징도 권력의 특징으로 꼽는다.

애당초 독선적인 사람이 권력자가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연구 결과,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연관 있는 높은 권력욕·우월성·공격성 등의 성격은 실제로는 어떤 사람이 리더의 자리에 오르는 것과 상관관계가 없었다. 사이코패스적 성향도 관계없었다. 대신 외모·외향적인 성격·친화력 등은 권력 획득에 도움이 됐다. 이러한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그동안의 권력자에 대한 여러 가설과 달리, 못된 사람이 권력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가지면 못된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권력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정치나 기업 최고위 레벨에서만 벌어지는 일로 여기는 건 착각이다. 권력은 우리 일상 속 도처에 존재한다. 부부, 부모 자식, 친구 등 사람 두 명만 모여도 미묘한 위계질서가 생긴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한쪽이 다른 쪽보다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면 그 순간부터 권력의 불균형이 생긴다. 보통은 관계에 덜 집착하는 사람이 더 많은 권력을 갖게 된다. 이를 ‘최소 관심의 원칙(Principle of least interest)’이라고 부른다. 연인 관계에서도 매달리는 쪽보다는 냉담한 쪽이 더 강한 권력을 갖는다. 권력에 대한 문제는 모두의 이야기인 셈이다.

권력 자체는 사실 죄가 없다.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저자는 구성원들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 개념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권력자에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미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조적으로 권력을 분산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권력자는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지 않기 때문이다. 비판적인 환경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리더에게 전달되는 정보가 왜곡되거나 별도로 수집하지 않아야 ‘정보 병리’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독일 원제는 ‘Die Psychologie der Macht’(권력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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