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문법
에드워드 윌슨-리 지음 | 김수진 옮김 | 까치 | 336쪽 | 2만2000원
바티칸에 있는 라파엘로의 저 유명한 그림 ‘아테네 학당’을 자세히 보면, 오른쪽에 그림 바깥의 3차원 세계를 응시하는 듯한 신비로운 눈빛의 머리 긴 인물이 한 명 보인다. 그가 바로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철학자이자 인문주의자인 조반니 피코 델라 미란돌라(미란돌라의 조반니 피코·1463~1494)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도대체 그 수수께끼의 인물은 누구란 말인가?
그는 조선의 매월당이나 율곡을 연상케 하는 ‘신동’이었다. 1486년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에 입성한 뒤 스물네 살에 종교와 철학과 자연과 마법에 관한 무려 900종의 논제를 두고 “누구와도 토론하겠다”고 선언했다. 특정한 종교나 사상이 아니라 세상의 여러 지식을 망라하는 지식, 하나로 묶여 일자(一者)가 되는 보편 진리를 추구했다. 아리스토스로부터 내려오는 유럽의 지식을 넘어서서 유대교와 중세 아랍의 철학까지.
특히 주목한 것이 ‘언어에 내재된 신비로운 힘’이었다. 히브리어와 라틴어, 고대 셈어, 에티오피아의 그즈으어까지 익히고 ‘모든 구전 전통에서 사람의 넋을 홀릴 수 있는 언어의 형태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언어의 그 힘이야말로 ‘천사들의 문법’이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