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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중동천일야화] 호르무즈 봉쇄로 이란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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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 결집하는 승리의 서사, 세계 경제 압박해 전쟁 억지력 확보

해외 동결자산 해제 카드도… 자유 항행 시대 폐막은 한국에 부담

그래픽=이철원

전쟁은 이상하게 흘러갔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비롯, 핵심 인사 40여 명을 첫날 제거했고 이란 전역을 맹폭했다. 그런데 전력상 현저하게 열세인 이란에 유리한 전황이 전개되고 있다. 결국 호르무즈였다. 해협을 막아 나선 이란은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선을 걸프와 세계로 넓히며 지렛대를 잡았다. 선박 2000여 척이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갇혀 있다. 못 나오는 우리나라 배도 26척이나 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배들을 라라크섬 인근 이란 측 수역으로 유도하는 중이다. 간헐적으로 선별하여 통과시키고 있다. 자유 통항이 아니라 제한 통항이며 실질적 봉쇄다.

혁명 이후 지난 47년 동안 이란은 호르무즈 봉쇄를 자주 언급했다. 마음만 먹으면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제대로 봉쇄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해협을 막으면 이란의 수출과 경제 생명선도 차단되기 때문이었다. 일종의 자해 행위다. 이웃 걸프 산유국에 대한 관리도 필요했다. 아무리 긴장 관계라 해도 굳이 이웃 국가의 생명선을 쥐고 마찰을 감수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막상 전면전이 일어나면서 셈법은 뒤집혔다. 선제공격을 당한 후 무력의 열세로 미국·이스라엘과 직접 맞싸우기 버거운 이란은 호르무즈를 막으면서 판을 흔들었다. 국제사회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번에 호르무즈를 실질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이란이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승리의 서사다. 1956년 이집트 나세르 대통령의 수에즈 운하 국유화가 연상된다. 당시 이집트의 수에즈 국유화 선언으로 운하 관리권을 빼앗긴 영국과, 지분을 가진 프랑스 그리고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공격했다. 나세르 정권을 무너뜨리고 운하를 지키려는 목적이었다. 2차 중동전쟁, 즉 수에즈 전쟁이다. 당시 이집트군은 궤멸 수준의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끝까지 버티면서 3차 대전을 우려한 미국과 소련의 개입과 유엔의 관여를 이끌어냈다. 결국 나세르 정권 교체에 실패한 영국은 수에즈를 이집트에 돌려주었다. 이집트는 전장에서는 패배했으나 정치적으로 승리했다. 이란이 호르무즈를 보며 떠올리는 그림 아닐까. 물론 국제 해협인 호르무즈 봉쇄와 인공 운하인 수에즈 국유화를 평면 비교할 수는 없다. 맥락은 완전히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심리다. 강대국에 맞서 피 흘리면서도 자기 바다를 통제하고 있다는 이야기의 힘은 강력하다. 애국주의로 연결된다. 반체제 성향 국민의 저항 동력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이란은 며칠 전부터 테헤란 시내 엥겔랍 광장에 호르무즈에 깔아놓은 그물에 걸린 미국 전투기, 미사일 등이 묘사된 걸개그림을 걸었다.

둘째, 억지력 과시다. 이란은 미국을 극도로 불신한다. 미국과의 합의는 늘 배신으로 이어졌고, 협상으로는 전쟁을 막지 못한다고 믿는다. 2015년 이란 핵 합의를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핵 합의에 의해 IAEA에 공개한 핵 시설과 정보가 고스란히 미국에 넘어가 폭격당했다고 생각한다. 작년 6월, 핵 협상이 진행되던 차에 공격을 당했고, 이번 2월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란은 이번만큼은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스스로 초토화되는 한이 있더라도 미국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다는 결심이다. 호르무즈 봉쇄의 파괴력은 그 어떤 무력 대응보다 컸다. 양자 간 무력 전쟁을 넘어서서 미국을 포함, 세계 경제를 뒤흔들기 때문이다. 사방에서 전쟁을 빨리 끝내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쉽다. 이제 이란에게 호르무즈는 유용한 전쟁 억지 수단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의 2주간 휴전 협상이 타결된 8일 오후 10시(한국 시간)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분포도. (빨간색:유조선. 녹색:화물선) / 마린 트래픽

셋째, 금전적 이익이다. 제재로 인한 재정난이 심각하고 이번 전쟁으로 사회 인프라가 파괴된 이란은 복구 재원 확보가 절실하다. 올 초 이란에서 벌어졌던 격렬한 시위는 체제의 무능과 부패, 그리고 경제난으로 인해 일어났다.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후 생활고로 인한 민심 이반은 명약관화다. 정치 위기가 다시 닥치게 된다. 항간에 나오는 소문처럼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석유 1배럴당 1달러씩을 과금할 경우, 이란은 연 70억달러에 이르는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에서 거둬들이는 수입의 80%에 육박한다. 물론 유엔 해양법상 호르무즈는 국제 해협이기에 통항료를 받을 수 없다. 만일 이란이 독단적으로 받는다 해도 징수를 위한 인프라 구축, 절차 확립이나 시행도 만만찮은 일이다. 당연히 국제사회의 반발이 뒤따른다. 일단 호르무즈 연안 당사국인 오만은 단호하게 반대했다. 오만이나 역내 걸프 왕정 국가 등의 관여 없이 이란 단독으로 통항료를 받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란의 통항료 언급은 해외에 동결된 이란의 자산 해제나 제재 해제를 요구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해석되기도 한다.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항행 선박에 대해 다양한 구실로 관리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도 있다. 튀르키예의 보스포루스, 다르다넬스 해협 통항 규범인 1936년 몽트뢰 협약 사례다.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소식은 자유주의 국제 질서 해체 시대의 무기력과 혼란상을 예견케 한다. 길목을 막고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행태를 전쟁 중의 절박함이라는 이유로 합리화할 수는 없다. 지금은 구체적으로 예단하기 힘들지만 만일 이란이 끝까지 호르무즈 통제권을 주장하고 선박 항행을 제한한다면 향후 여파가 말라카나 지브롤터 등 다른 주요 국제 해협으로 이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요충지 연안국들이 각자 원하는 대로 행동하면 자유 항행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된다. 자유 항행의 질서 위에서 가장 많은 수혜를 본 한국에는 묵직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란과 미국이 어떻게든 협상의 지혜를 발휘하기 기대한다. 호르무즈라는 이름은 페르시아 조로아스터교의 주신(主神) 아후라 마즈다에서 나왔다. ‘빛과 지혜의 신’이다. 질서가 무너지고 혼돈이 계속되는 시대, 고대 페르시안들이 의지하던 빛과 지혜가 지금이야말로 절실하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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