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서울대 공동 연구팀이 규명
혈당 체크. /게티이미지뱅크
체중 증가나 식습관 변화 등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당뇨병이 발병하거나 기존 당뇨병이 급격히 악화된다면 췌장암을 의심해봐야 할 근거가 명확해졌다. 췌장암 세포가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는 특정 단백질을 뿜어내 고혈당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규명됐기 때문이다.
췌장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직형인 ‘췌관 선암종’은 진단 시 이미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예후가 극히 불량하다. 임상 현장에서는 췌장암 진단에 앞서 신규 당뇨병이 발병하거나 기존 당뇨병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는 현상을 종종 보곤 한다.
췌장암과 당뇨병의 인과관계 규명은 의학계의 오랜 숙제였다. 이에 연세대 내분비내과 강신애, 이민영, 간담췌외과 윤동섭, 김형선 서울대 간담췌외과 박준성 교수 공동 연구팀은 췌장암 환자에게 당뇨병이 흔히 동반되는 원인을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췌장절제술을 받은 환자 160명(췌장암 72명, 비췌장암 88명)을 등록하고, 전향적으로 추적 관찰했다. 수술 전후로 포도당 대사 및 인슐린 분비 기능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췌장암 환자군은 대조군에 비해 수술 전 더 심한 고혈당과 현저한 인슐린 분비 저하를 보였다. 췌장절제술을 받은 췌장암 환자군에서 되레 수술 후 고혈당이 더 뚜렷하게 개선됐다. 췌장 절제에 따른 인슐린 분비 기능 감소 폭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는 수술 전 췌장 종양에서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는 인자가 분비되어 영향을 주고 있었으며, 종양 제거가 해당 억제 신호를 부분적으로 해소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분자생물학적 추가 연구로 췌장암 환자의 혈액 내에는 발암 매개 단백질인 ‘Wnt5a’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인슐린 분비를 담당하는 췌도 주변 부위에서는 해당 신호전달 경로의 핵심 구성요소인 ‘β-catenin’의 발현 역시 증가해 있었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 두 물질이 췌장암과 당뇨병 발생의 연결 고리임이 밝혀진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실험과 분자의학’에 최근 게재됐다.
강신애 교수는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당뇨병이 생긴 환자들에게서 췌장암을 조기에 의심해야 할 근거가 생겼다”며 “연구에서 주목한 Wnt5a 단백질은 췌장암 조기 발견을 위한 중요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췌장암 발생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으로는 갑작스러운 당뇨병 발생 외에 복통과 등 통증이 있으면서 체중 감소가 있는 경우다. 무통성 황달이 있거나, 반복되는 혈전이 있으면서 체중 감소가 있을 때도 췌장암 발생을 의심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