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찾았다 오늘 별이 된 사람]
2009년 4월 21일 83세
비비안 마이어의 거울 셀카.
2009년 83세로 사망한 미국인 비비안 마이어(1926~2009)는 삶을 마칠 때까지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미국 시카고 교외에서 보모(保姆) 일을 하며 평생을 살았다. 일 없을 때 시카고 시내를 다니며 사진 찍는 일이 취미였다. 상점 쇼윈도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찍기도 했다.
“시카고 교외에서 일하던 마이어는 아이 돌보는 일과가 끝나면 덜컹거리는 기차를 타고 시카고 시내로 향했다. 언제나 목엔 12장만 찍을 수 있는 이안(二眼) 리플렉스 카메라 ‘롤라이플렉스’가 걸려 있었다. 뷰파인더를 아래로 내려다보는 구조로 된 카메라였기에, 그녀의 시선은 사람들을 직시할 필요가 없었다. 렌즈가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걸 몰랐던 사람들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았다. 삶에 찌든 중년 여인, 술에 취한 뒷골목 부랑자의 모습이 일기처럼 필름에 차곡차곡 쌓였다. 외로운 군상 속에 자신도 구겨 넣었다. 그녀에게 카메라는 삶의 보관소였다.”(2015년 7월 2일 자 A23면)
2015년 7월 2일자 A23면.
생전에 전시회를 연 적은 없었다. 사진 인화할 돈이 여의치 않았다. 평생 찍은 사진을 필름 형태로 사설 보관 창고에 쌓아두었다. 뉴욕타임스 신문과 온갖 영수증 등 창고 속 물건은 8톤에 달했다. 2007년 창고 속 물건은 경매에 부쳐졌다. 오랜 기간 사용료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고장을 보냈을 터이지만 여든 살 넘은 마이어는 창고 속 물건 처분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사를 갔거나 병중이었을지도 모른다. 2년 더 살다가 눈을 감았다.
경매에서 필름 더미를 산 이는 부동산 중개업자 존 말루프. 역사책을 쓰려던 참에 발견했다. 당대 사람의 일상을 담은 사진은 범상치 않았다. 우선 100여 장을 인화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반응이 뜨거웠다. 유명 비평가 앨런 세쿨라는 사진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라고 조언했다.
비비안 마이어가 찍은 사진.
비비안 마이어가 찍은 사진.
비비안 마이어가 찍은 사진.
비비안 마이어가 찍은 사진.
비비안 마이어가 찍은 사진
2013년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그렇게 탄생했다. 존 말루프는 경매에서 필름을 산 경위를 밝히고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의 흔적을 좇아간다. 졸고 있는 가판대 할아버지, 거리에 주저앉아 음식을 먹는 노숙인, 열차에서 신문 보는 신사들 등 자유로운 시선으로 찍은 사진들이 소개된다.
마이어는 쇼윈도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도 찍었다. 김미향 출판평론가는 책 ‘비비안 마이어: 거울의 표면에서’ 서평에서 그를 최초로 ‘거울 셀피(셀카)’를 찍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거울 셀카’를 처음 찍은 사람이 비비안 마이어이기도 해요. 비비안 마이어는 자주 거울을 활용해 셀피(selfie·자신의 모습을 직접 찍은 사진)를 찍었어요. 이 책 제목인 ‘비비안 마이어: 거울의 표면에서’와도 연결되죠. ‘거울’은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과 그녀의 삶을 의미해요. 무언가를 비추는 거울처럼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은 그녀의 주관과 감정, 세계에 대한 시선을 반영해 그녀 자신과 주변을 비추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예술 작품을 통해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고 탐구해보는 경험을 상징하기도 해요.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은 우리 내면을 살펴보게 하고, 예술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비추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2023년 7월 31일자 A29면)
2023년 7월 31일자 A29면.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은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2015년 7월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전시회가 열렸다.
“마이어는 오로지 자신을 위해 찍었다. 그렇기에 철저히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시선이 담겨 있다. 전시장에서 상영 중인 마이어의 일대기를 다룬 70분짜리 BBC 다큐멘터리를 보길 권한다. 그녀가 돌보고 카메라에 담았던 아이들, 필름을 샀던 카메라 가게 주인, 자주 갔던 영화관 매니저가 등장한다.”(2015년 7월 2일 자 A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