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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한민국] 6년새 3배 늘어난 우주 로켓 발사… 존재감 없는 한국, ‘궤도 수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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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강국으로 가는 길

치열한 전쟁터로 변한 우주공간

美·中이 로켓 발사의 88% 차지

한국, 작년 위성 궤도발사 단 1건

분산된 우주산업 통합·집중해야

지난 10일 미국의 아르테미스 2호가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4년 만에 인류가 다시 달 곁을 스쳐 지나간 순간이었다. 네 명의 우주비행사가 보내온 지구와 달 표면 사진은 경이로웠다. 그러나 사진 속 평화로운 정적과 달리 우주공간은 치열한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우주 역량이 곧 국가 안보

현재 지구 궤도에는 인공위성 약 1만5000기가 떠 있다. 이 가운데 약 1만기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이다. 재활용 발사체를 이용해 수만 대의 소형 위성을 쏘아올리며 세계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한다는 일론 머스크의 비전은 현실이 되었다. 스타링크는 전 세계 9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거대 비즈니스로 자리잡았다. 이 성공을 본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2030년까지 위성 수가 10만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주는 더 이상 고요하지 않다.

우주로 향하는 발사 횟수 변화 역시 극적이다. 2019년까지 연간 100건을 넘지 못하던 전 세계 로켓 발사는 2023년 221건, 2024년 259건, 2025년 324건으로 급증했다. 6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미국이 193건, 중국이 93건을 기록해 양국이 전체의 88%를 차지한다. 더 놀라운 것은 미국 발사의 대부분을 민간 기업 스페이스X가 담당했다는 사실이다. 2025년에 스페이스X는 팰컨-9을 165회나 발사했다. 나머지 전 세계를 합친 것보다 많다. 2019년 격주에 한 번 쏘던 회사가 이제 거의 이틀에 한 번 로켓을 쏘아 올리는 셈이다. 이 가공할 속도는 우주 경제의 판도를 국가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시켰다. 맥킨지에 따르면 글로벌 우주 경제 규모는 2025년 6260억달러에 달했고, 2035년에는 1조 800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란 전쟁은 우주 공간이 국가 안보의 핵심 영역임을 보여줬다. 개전 이전부터 항공모함의 실시간 이동 경로, F-22 전투기와 방공 시스템 배치 상황이 SNS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중국 항저우에 있는 스타트업 미자르비전이 다양한 상업용 위성 영상과 전파 정보를 융합하고 AI로 목표물을 자동 분석해 국가 정보기관의 역할을 수행했다. 민간 우주 역량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지구와 화상 교신하는 우주 비행사들 2일 오후(현지 시각) 달 궤도를 향해 출발한 아르테미스2호의 유인 우주선 오리온 속에서 우주 비행사들이 지상국과 화상 교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제러미 핸슨, 리드 와이즈먼, 크리스티나 코크, 빅터 글로버. /AP 연합뉴스

한국, 파편화된 산업구조가 문제

그렇다면 대한민국 상황은 어떤가. 2022년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1톤급 위성을 독자 궤도에 올린 세계 7번째 국가가 됐고, 관측·기상·통신 등 16기의 인공위성을 자체 제작·발사했다. 그러나 2025년 한국의 궤도 발사는 단 1건에 불과해, 미국(181건)·중국(92건)과 큰 격차를 드러냈다. 재활용 발사체 개발과 군집위성 발사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GDP 10위권 경제 대국이라는 위상에 비해 우주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문제는 파편화된 산업 구조에 있다. 스페이스X는 발사체 생산부터 위성 제작, 서비스 운영까지 수직 계열화해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통제한다. 문제 발생 시 즉각 피드백이 이뤄지고, 개선된 사항은 다음 발사에 반영된다. 연간 165회 발사라는 경이적인 속도의 비결이다. 반면 한국은 발사체 제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위성과 플랫폼 제작은 한국우주항공산업(KAI)으로 역량이 분산돼 있다. 통합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다. KAI와 한화가 결합한다면, 국내 항공우주 산업도 수직 계열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와 신속한 의사 결정 구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연간 1회 이상의 발사 벽을 넘을 수 있다. 정부의 역할도 민간 역량 강화를 위한 시장 조성자 겸 후원자로 전환돼야 한다.

다시 보름달을 올려다본다. 이번 아르테미스 미션이 보여준 것은 달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다. 우주를 향한 도전에서 뒤처지면 경제와 안보가 모두 위협받는 냉혹한 현실을 일깨웠다. 54년 전 달을 올려다보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한국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해야 할 때다. 올려다보는 나라에서 직접 올라가는 나라로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나로호 2차 발사 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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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은 민관협력으로 우주 경쟁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서비스가 보여주듯 미국은 우주 분야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역시 독자적인 우주 기술을 민간과의 협력으로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2011년 미국 의회가 우주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금지하며 국제우주정거장(ISS) 이용을 중단하자, 중국은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에 나서 2022년 ‘텐궁(天宮)’ 우주정거장을 완성했다.

텐궁 1호 모습

군사용 위성항법시스템 분야에서도 중국은 2020년 위성 42기로 구성된 ‘베이더우(北斗)’ 시스템을 만들어 미국(GPS), 러시아(글로나스), 유럽(갈릴레오)에 이어 세계 4번째 전 지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타링크와 유사한 개념인 국가 주도의 ‘궈왕(国网)’과 상하이시가 주도하는 ‘첸판(千帆)’ 위성망 사업도 추진 중이다. 2035년까지 각각 1만2000기의 위성을 저궤도에 투입해 지구 전역에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우주 산업의 비용 절감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재사용 로켓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민간 우주 산업 육성 노력도 눈에 띈다. 최근 중국 내 민간 우주 기업은 600곳을 넘었으며 시장 규모는 2024년 475조원에 이르면서 9년 사이에 6배 성장했다. 발사체 시장의 경우 란졘항톈(蓝箭航天) 이외에도 톈빙커지(天兵科技), 싱허둥리(星河动力), 중커위항(中科宇航) 등 다수 민간 기업이 대규모 위성 수요에 대비해 발사 서비스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상업 우주 산업 고품질 안전발전 행동계획(2025~2027)’을 발표하며 민관이 공동 참여하는 ‘국가 민간 우주 발전 펀드’라는 투자 플랫폼을 조성했다. 또한 국가 과학 연구 프로젝트의 민간 개방과 기초 연구 과제에 민간 우주 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민간 역량 강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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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허브 발사체 제작센터 조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 우주산업, 민영화와 통합으로 경쟁력 강화를

우리나라 우주산업은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가 주도의 느린 의사 결정과 기업 규모의 한계에 발목이 잡혀 있다. 2025년 10월 대표적인 유럽방위사업체인 에어버스, 탈레스, 레오나르도는 각자 보유한 우주 사업 부문을 통합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스페이스X의 독주에 맞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이다. 우주 사업부가 없던 영국 BAE시스템스와 미국 노스롭 그루먼 역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이를 견제하고 대응하기 위해 산업 통합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민간 우주산업의 대표 주자는 한화그룹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한화그룹은 2021년 이후 발사체, 위성 제작, 영상 판매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추진 중이다. 2025년에는 순천에 발사체 단조립장을 준공하고 제주우주센터도 완공해 연간 최대 100기의 위성을 제작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KAI는 차세대 전투기 KF-21 제작사로 알려져 있으며, 국가 위성 개발 및 양산 프로젝트를 통해 핵심 부품과 탑재체 기술 자립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페이스X 사례가 보여주듯 민간 우주 산업의 경쟁력은 대규모 투자와 신속한 의사 결정에 달려 있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이 최대 주주인 KAI는 정권 교체기마다 경영진 공백과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AI를 민영화해 한화의 우주 발사체 기술력과 KAI의 위성 개발 및 데이터 분석 역량을 결합하면, 우리나라 우주 산업 경쟁력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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