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지난 18일 다른 호랑이 공격으로 폐사
서울대공원 시베리아호랑이 미호. 서울대공원 제공
서울대공원 시베리아호랑이 ‘미호’의 폐사 사고는 사육사의 사육장 문단속 소홀과 ‘2인 1조’ 근무지침 위반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서울대공원이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이영실 의원(더불어민주당·중랑1)에 제출한 ‘맹수사 호랑이(미호) 폐사 사고 자체 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사고는 지난 18일 오후 4시15분경 서울대공원 맹수사 A동 내부방사장에서 벌어졌다. 사육사가 시베리아호랑이 ‘금강’을 외부 방사장에서 내부방사장에 들여보내는 과정에서 이미 내부방사장에 있던 미호와 만나며 투쟁(싸움)이 발생했다.
서울대공원 시베리아호랑이 ‘미호’ 폐사 사고 발생 원인 사육사의 사육장 문단속 소홀과 2인 1조 근무지침 위반 탓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공원 제공
보고서는 사고 원인을 “사육사 입·방사 시 문단속(잠금상태 확인) 소홀”이라고 밝혔다. 애초 사육사는 금강을 내부방사장으로 들여보내기 전 방사장과 산실 사이 문 잠금을 확인해야 했으나 이를 건너뛰었다. 이 때문에 내실에 있던 미호가 산실을 경유해 금강보다 먼저 내부방사장에 나오게 되며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폐회로비전(CCTV) 분석 결과, 금강은 외부에서 내부방사장에 진입 직후 미호를 발견하고 빠르게 접근했고, 금강이 미호의 목덜미를 무는 등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다.
지난 18일 시베리아호랑이 ‘미호’와 ‘금강’의 싸움이 벌어졌던 맹수사 A동 현장 도면. 서울대공원/이영실 의원 제공
충돌을 인지한 사육사가 동료에게 지원을 요청했고, 고압 호스를 이용해 물을 뿌리면서 대나무 막대를 이용해 두 마리를 떼어놓으려 했다. 그런데도 금강의 공격이 약 4분간 이어졌고, 진료팀이 현장에 도착해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를 시행했는데도 미호는 결국 심정지로 폐사했다.
사고 당일 두 사육사는 2인 1조로 마감업무를 수행해야 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보고서는 “조사 결과, 두 사육사 모두 ‘입·방사 2인 1조 근무지침’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당일 구역 분담에 따라 각자 1인 체제로 입·방사 업무를 수행했다”고 적었다. 이들은 면담 조사에서 근무인원 및 현장 영 여건에 따라, 마감시간대 빠른 업무 수행을 위해 입·방사를 혼자 수행한 경우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이날도 각각 A동과 B동을 나눠 각자 1인 체제로 운영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고가 발생한 A동 담당 사육사는 ‘이날 산실 문이 어두웠고, 미호가 내실이 있어 문이 닫혀 있다고 판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오후 4시15분경 서울대공원 맹수사 A동에서 시베리아호랑이 ‘미호’와 ‘금강’이 싸움을 벌이는 장면. 서울대공원/이영실 의원 제공
서울대공원은 미호 폐사 직후 누리집에 추모글을 올려 “미호가 다른 개체와 투쟁이 발생한 끝에 우리 곁을 떠나게 됐다”며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 전 직원은 슬픔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호 폐사 원인이 관리 소홀·근무지침 위반으로 드러나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대공원에서는 지난 2024년에도 한 해 동안 시베리아 호랑이 세 마리(태백, 조셉, 아름)가 폐사하며 관리 부실 논란이 일었다. 앞서 2023에는 이번에 사망한 미호의 오빠인 ‘수호’가 심장질환과 열사병으로 돌연 폐사했다.
이영실 의원은 “2022년 유사 사고 당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며 “동일 유형의 사고가 반복된 것은 서울대공원의 안전 불감증이 임계점을 넘었음을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이어 “책임 규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제도적 개선으로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