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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의 돌파력, 그것은 ‘원시적 창의력’이죠”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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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출신 작가 임순만, 5년 작업 결실

사건 이면 말할 수 있는 소설 장르 선택

“분단 80년, 지금은 독립운동 돌아볼 때”

백범 김구의 일대기를 담은 소설 ‘백범 강산에 눕다’를 낸 임순만 작가가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백범의 사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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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강산에 눕다’를 낸 임순만 작가

“백범 김구 선생은 누구보다 강력한 원시적 창의력을 지닌 분이었습니다. 이봉창·윤봉길 의거를 통해 꺼져 가던 상하이 임시정부를 다시 세웠고, 임시정부의 마지막 근거지 충칭에서는 한국광복군을 창설했습니다. 처음으로 좌우 정당 합작을 이뤄냈고, 해방 뒤에는 분단이 영구화되는 것을 막고자 남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갔습니다.”

107주년 3·1절을 앞두고 백범 김구의 삶을 다룬 소설 ‘백범 강산에 눕다’(한길사)를 낸 임순만 작가는 백범 특유의 과단성과 돌파력을 ‘원시적 창의력’이라 표현했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있지만, 백범은 세계의 독립투쟁사에서도 그 예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강직한 분이었다”고 말했다.

‘백범 강산에 눕다’는 본문만 640여쪽에 이르는 두툼한 분량으로, 백범의 삶을 24개 장으로 나누어 쓴 평전 성격의 소설이다. 24개 장 각각이 하나의 단편소설처럼 읽히도록 한 것이 특징. 첫 장은 이봉창의 일왕 암살 시도를 다루었고 2장은 윤봉길의 홍커우공원 의거에 할애된다. 홍커우 의거로 다수의 일본 군 장성과 관료들이 죽거나 크게 다치자 백범에게는 일반 노동자의 1500년 연봉에 해당하는 현상금이 걸렸다. 소설의 제3장은 일제 당국의 추적을 피해 자싱에서 중국 여성 뱃사공과 ‘유사 부부’로 위장해서 지내던 시기를 다루고, 4장은 시간을 되돌려 백범이 열일곱살 나이에 과거에 응시했다가 실패한 뒤 ‘아기 접주’로 동학농민전쟁에 뛰어든 시기를, 5장은 황해도 안악 치하포에서 백범이 일본 상인을 살해하고 투옥되었다가 탈옥하기까지를 서술한다. 임순만 작가는 “다기하게 벌어진 독립운동사와 김구 선생 일대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머릿속에 넣은 다음 주제별로 잘라 구성했다. 시간 순서대로 서술하면 결이 안 살아날 듯해서 시간을 섞어 서술했다”고 소설의 구조를 소개했다.

이봉창의 시도는 실패했고 윤봉길의 거사는 성공했지만, 두 젊은이가 하나뿐인 목숨을 바쳐 조국 독립을 앞당기려 했다는 데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홍커우 의거 당일 김구와 아침을 함께 먹은 윤봉길이 “저의 목숨을 드립니다”라고 말하자 김구는 이렇게 답한다. “그대의 목숨을 받겠소. 조국의 이름으로!” 일왕 암살 기도를 앞두고 활짝 웃는 얼굴로 기념사진을 찍은 이봉창에게 김구가 “내세에서 만나자”고 말하자 이봉창은 답한다. “저는 영원한 기쁨을 찾아 떠납니다.” 비록 면전에서는 씩씩하게 작별 인사를 건넸지만 소설 속 김구는 “자신이 아끼는 젊은이의 죽음을 준비시키는 사형집행인”과 같다는 자괴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허구의 인물은 단 한명도 없고 소설 속 상황 역시 모두 사실에 근거했다면서도 평전 등의 논픽션이 아닌 허구적 장르 소설을 택한 까닭을 작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소설은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말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평론이나 연구서는 사실만으로 범위가 제한되지만, 소설은 사건의 이면에 들어 있는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장르입니다. 그래서 소설이 위대한 것이고, 백범 선생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백범 김구의 일대기를 담은 소설 ‘백범 강산에 눕다’를 낸 임순만 작가(사진 왼쪽)가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책을 낸 한길사의 김언호 대표. 한길사 제공

국민일보 문학 담당 기자를 거쳐 편집인과 편집국장을 거친 언론인 출신인 작가는 “1995년 충칭 임시정부 청사가 복원되었을 때 우연히 가본 현장이 너무 초라한 모습이어서 마음이 아팠다”며 “그때 무언가 가슴에 남았고 그에 대해 무언가를 써야겠다는 울림이 있었던 것 같다”고 소설의 출발을 소개했다.

“2016년 신문사에서 퇴직한 뒤 세계사와 한국사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하다 보니까 우리 역사에서 정말 빛나는 부분은 독립운동사더군요. 지금 우리 경제가 올라섰다고 하지만, 민족사적 관점에서는 엄청난 수난기라고 봅니다. 일제 40년을 보내고 곧바로 분단이 되어서 80년 넘어 100년 가까이 되도록 남북이 원수처럼 지내는 건 5천년 민족사에 다시 없을 만치 뼈아픈 경험입니다. 이런 시기에 독립운동 시기를 돌이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소설을 썼습니다.”

지난 5년을 꼬박 이 소설 집필에 매달렸다는 그는 “문학 기자 시절 작가들을 만나면 작품 쓰는 게 힘들다며 어떤 분은 ‘천형’이라는 말까지도 쓰던데, 이 소설을 쓰는 5년 동안 나는 이상하게도 힘들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며 “그건 아마도 독립운동가들이 주는 정신의 힘 덕분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소설을 준비하고 쓰는 동안 이곳 백범기념관을 비롯해 사직동 이회영기념관, 양평의 몽양(여운형)기념관 등을 찾아 자료도 구하고 산책도 하면 의외로 많은 것을 얻게 되더라”고도 덧붙였다.

철저히 사실에 근거했다고는 하지만 1948년 평양 남북정치회담에서 김구·김일성과 함께 4자 회담에 임한 북쪽의 김두봉과 남쪽의 김규식이 자작시를 주고받는 장면은 작가의 창작이다. 소설 마지막 장에서 안두희가 쏜 “네발의 탄환이 모두 명중했다”는 서술에 이어지는 상반된 문장 역시 ‘소설적 허용’이라 하겠다. “안두희가 쏜 4발의 총알이 백범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지만, 총알은 백범의 심장까지는 도착하지 못했다.” 총알이 날아간 비역사의 공간은 드라마의 종장(終章)을 허락하지 않았고, 그런 허구적 공간에서 흰 두루마기 차림으로 응접 소파에 앉은 백범에게 옛 동지가 묻는다. “통일은 점점 더 어려워질까요?” 지금 시점에서 한층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 질문에 대한 백범의 대답을 작가 자신의 생각으로 읽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욕심과 증오를 거두고 합심의 길을 찾아야 하네. (…) 사랑하고 합심하는 건 엄청난 인내와 반성이 필요하지. 참 어려운 일이라네. 어렵다고 지금 당장 편한 대로 증오에 가담하면 안 된다네. 인내하고 서로 사랑해야지. 그렇게 해야 우리 민족에게 앞날이 있다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백범 김구의 일대기를 담은 소설 ‘백범 강산에 눕다’를 낸 임순만 작가(사진 왼쪽)와 책을 낸 한길사의 김언호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효창공원 김구 선생의 묘소를 찾아 책을 상석에 올려 놓고 인사를 드리고 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백범 강산에 눕다 l 임순만 지음, 한길사,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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