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혹사하는 시대’ 난청 대응법 알아보기
젊은층 이어폰 착용 시간 빠르게 늘며
청각 세포는 쉴 틈 없고 수명 일찍 줄어
난청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본인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다른 많은 질병과 마찬가지로 난청도 조기 발견이 악화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현대인의 귀는 피로하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귀에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끼고 있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 2020년 기준 13~59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깨어 있는 시간 중 이어폰·헤드폰을 착용하는 비율은 31.8%에 달했다. 하루 4~5시간 정도를 음향기기와 함께하는 것이다. 이는 2018년 조사 결과인 24.8%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연령이 낮을수록 사용 시간의 비중은 높아진다. 10대의 이어폰 사용 비중은 깨어 있는 시간의 41.7%까지 치솟았다. 이어 20대 36.4%, 30대 31.1%, 40대 25.8%, 50대 23.7% 순이었다.
이어폰이 일상 깊숙이 들어왔지만 정작 청력 건강에 대한 부담을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다. 대한이과학회는 소음성 난청과 외이도염 등을 예방하기 위해 이어폰 사용 시 “최대 볼륨의 60% 이하, 하루 60분 이내” 원칙을 지킬 것을 권고해왔다. 그렇지만 실제 조사에서 드러난 사용 패턴은 이 권장 기준과 큰 괴리를 보인다. 특히 귀에 밀착되는 커널형 이어폰과 노이즈 캔슬링 기능의 보편화는 사용자에게 ‘조용하게 잘 들리는’ 장점을 주지만, 장시간 사용할 경우 귀 안으로 전달되는 음압을 높여 청력 손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난청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20년 64만6453명이던 난청 환자 수는 지난해 82만3301명으로 4년 만에 27% 늘었다.
난청으로 병원 방문한 환자 추이.
청력 한번 망가지면 회복 힘들어…강한 소음은 청각 세포 수명 줄여
난청은 회복이 매우 힘든 질환 중 하나다. 내이 유모세포로 불리는 청각 세포는 한번 망가지면 재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도시 소음 증가, 이어폰 과다 사용, 일부 항암제 사용 확대 등은 유모세포의 수명을 더욱 단축하고 있다.
그렇다면 난청의 정도는 어떻게 측정할까? 들을 수 있는 소리의 크기(㏈·데시벨)에 따라 단계가 나뉘는데, 25㏈까지는 정상이다. 26~40㏈은 경도, 41~55㏈은 중등도, 56~70㏈은 중등고도, 71~89㏈은 고도, 90㏈ 이상은 심도 난청으로 분류된다.
경도 난청은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어린이에게는 증상이 가볍더라도 오래 방치하면 언어 발달과 집중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중등도(40㏈ 이상)부터는 일상적인 대화나 사회생활에 불편함이 생기므로 보청기 등 청력 재활이 필요하다. 고도 난청(70㏈ 이상)은 보청기로 소리를 키워도 듣기 어려운 수준으로,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고려해야 할 수 있다.
난청의 가장 흔한 원인은 소음이다. 강한 소음은 유모세포를 직접 파괴할 뿐 아니라, 세포 안에서 독성 물질을 만들어 세포를 서서히 죽게 한다. 문제는 소음성 난청을 되돌릴 치료법이 아직 없다는 점이다. 소음을 피하고 귀마개 등 청력 보호 장구를 착용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다.
약물 사용도 주의해야 한다. 일부 항생제와 항암제는 달팽이관 유모세포를 손상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이런 약물을 사용할 때는 혈중 농도를 꾸준히 확인하고 항산화제를 함께 복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예방법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선천성 바이러스 감염, 세균성 뇌막염, 자가면역 질환, 유전적 요인, 청신경 종양 등도 난청의 원인이 될 수 있다.
40살을 넘어서면서 시작되는 청력 손실
노인성 난청은 치매 유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화에 따른 난청은 생각보다 이른 나이에 시작된다. 40살을 넘어서면서 청력 손실이 서서히 시작되는데, 40~50대에는 주로 고음만 잘 안 들리고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대화 자체가 불편해지고, 소리는 들려도 말뜻이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상태로 진행된다. 주변에 소음이 있을 때 이런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도 노인성 난청의 특징이다. 이명(귀울림)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 이명만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도 적지 않다. 통계적으로 65~75살 노인의 25% 이상, 75살 이상에서는 절반가량이 청력 장애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화로 달팽이관 내부 구조가 딱딱해지고 위축되는 변화 외에도 달팽이관으로 가는 혈류 감소, 독성 물질에 의한 청신경 손상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고혈압·당뇨·동맥경화 같은 혈관 질환이 달팽이관의 미세혈관을 손상시켜 청력 저하를 앞당기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청력이 떨어진다면, 이것이 전신 혈관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난청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본인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다른 많은 질병과 마찬가지로 난청도 조기 발견이 악화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서재현 교수는 “감각신경성 난청이 만성화된다면 청력 자체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경우 청각 재활이 필요하다”며 “보청기 착용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인데, 난청이 진행되면 단순히 소리가 작게 들리는 것뿐만 아니라 말소리 구별 능력이 저하되어 의사소통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보청기는 난청이 심해지기 전에 착용해야 효과적이며, 너무 진행된 후 착용하면 말소리를 제대로 알아듣기 어려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고령화로 보청기 시장 팽창…인공지능도 탑재
글로벌 보청기 시장이 인구 고령화와 디지털 기술 혁신에 힘입어 2035년 약 162억달러(약 23조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단순한 소리 증폭기를 넘어 인공지능(AI)과 스마트폰 연동 기술을 탑재한 첨단 헬스케어 기기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인 팩트엠알(Fact.MR)에 따르면 글로벌 보청기 시장은 2025년 105억4070만달러에서 연평균 4.4% 성장해 2035년에는 162억205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은 단연 ‘디지털 기술’이다. 2025년 기준 디지털 보청기는 전체 시장의 83.2%를 점유하며 압도적인 지배력을 보인다. AI 기반의 소음 감소, 정밀한 음성 처리, 블루투스 무선 연결 기능 등이 탑재되면서 시장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이윤경 소노바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보청기는 청각 보조 기기를 넘어 AI 디바이스로 진화하고 있다”며 “보청기의 기준은 얼마나 크게 들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느냐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