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온다웍스 대표
“사회적 참사에 대한 애도의 의미 담아…
내가 원하는 걸 장하준이 해줄 거라 확신”
임은정 온다웍스 대표(왼쪽),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쇼박스 제공
11만7783명.
지난달 4일, ‘왕과 사는 남자’의 개봉 첫날 스코어를 받아든 제작자 임은정(40) 온다웍스 대표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손익분기점(260만명) 달성도 불확실해 보이는 숫자였던 탓이다. 개봉 주말까지 닷새 동안 더도 덜도 아닌 딱 100만명이 채워지며 손익분기점의 가능성이 커지자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왕과 사는 남자’는 영화 투자가 바늘구멍이 된 2023년 “뭐 믿고 나가냐”는 동료들의 걱정을 무릅쓰고 독립해 회사를 차린 임 대표의 창립 작품이다. “설 연휴 둘째날 200만명 관객 돌파했을 때를 잊을 수 없어요. 1차 목표는 손익분기점이고 2차 목표는 그 두배였는데 이룰 수 있겠구나 싶으면서 너무나 기뻤죠.”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 36일만에 누적 관객수 1200만명을 돌파한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임 대표를 만났다.
‘왕과 사는 남자’는 임 대표가 씨제이이엔엠(CJ ENM)에서 기획제작 피디로 일하던 8년 전부터 품어온 기획이다. 당시 임 피디가 개발했던 세 작품 가운데 하나로 ‘연애빠진 로맨스’(2021)는 개봉까지 이뤄졌지만 이 작품은 엎어졌다. “사극 마니아는 아니었지만 ‘엄흥도’라는 인물이 ‘타인의 삶’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주제에 끌려서 꽤 오래 작업 했었어요.” 이준익 감독의 ‘박열’(2017) 시나리오를 쓴 황성구 작가에게 제안해 2고가 완성된 2020년 초 회사의 결정으로 개발은 멈춰 섰다. “그때 5년 안에 타이밍이 오면 반드시 만들겠다고 결심을 하고 약속도 했는데 그게 퇴사 이후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제작사 대표로 다시 황 작가와 시나리오 개발을 하던 임 대표가 ‘작품이 되겠다’는 감을 느낀 건 마을을 살리기 위해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유배지를 유치한다는 현대적 설정이 추가됐을 때였다. “황 작가님이 유배지 가운데서도 가장 기피되던 제주의 추사박물관 기록을 보다가 해당 인물이 복권되면 마을에 좋은 일이 생기기도 했다는 내용을 찾아냈어요. 이걸 현대적인 욕망과 결부시키면 극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 싶었죠.”
영화 흥행에서 좋은 성적표를 가지고 있지 못하던 장항준 감독은 임 대표의 첫번째 선택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인물에 대한 시선과 주제의식이라고 생각했어요. 흥도(유해진)와 홍위(박지훈), 두 인물의 정서를 따뜻하게 표현하는 게 연출 포인트라고 생각할 즈음 ‘리바운드’를 봤어요. 내가 원하는 걸 장 감독님이 해줄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죠.” 그는 이 작품의 존재 이유를 “사회적 참사에 대한 애도”라고 말했다. “사회 구성원들이 기억해야 하는 비극이 존재할 때 영화는 그 기억의 매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겪은 사회적 참사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에 대한 힌트가 되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고 감독님도 같은 마음으로 완성해나가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봅니다.”
임 대표는 ‘죄많은 소녀’의 김의석 감독과 일제시대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장르물, ‘올빼미’의 안태진 감독과 조선시대 국경지대에서 벌어지는 액션물을 준비중이다. 그는 최근 한국영화산업의 위기 타개책에 대해 “꼬꼬마 제작자라 조심스럽다”면서도 “관객의 어떤 갈증이나 결핍을 건드릴 것인지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명쾌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