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콩팥병 환자가 혈액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신장(콩팥)은 주먹만 한 크기의 작은 장기지만, 노폐물 배출과 수분·전해질 조절, 산-염기 상태 조절, 혈압 조절, 비타민D 활성화 및 튼튼한 뼈의 유지, 적혈구 생성 조절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 역할을 한다.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신염 등의 합병증이나 다양한 원인에서 콩팥 기능이 저하하면 콩팥병으로 진행하는데,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콩팥 기능이 감소하거나 콩팥 손상의 근거가 있을 땐 만성 콩팥병을 진단받게 된다. 질환 진행 정도에 따라 1단계~5단계로 분류하며 단계가 높아질수록 부종, 빈혈, 고칼륨혈증 등의 증상과 콩팥 기능 저하도 심해진다.
특히, 만성 콩팥병으로 인한 콩팥 기능의 저하가 심해져 말기 신부전 상태가 되면 투석 치료나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기에 이들 환자들의 삶의 질은 크게 낮아진다. 고령화와 당뇨병 증가 등의 영향으로 국내 만성 콩팥병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ㄴ으며, 대한신장학회 '말기콩팥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국내 투석환자는 약 12만명에 달한다.
현재 이들 환자가 가장 많이 시행하는 혈액투석 환자는 주 3회 병원을 방문해 약 4시간씩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장거리 이동이나 여행에는 제약이 따른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들 환자들의 여행이나 장거리 이동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여행이나 장거리 이동 전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현지 투석 병원을 미리 예약하고 필요한 의료서류와 약을 준비하면 되기 때문이다.
사구체 여과율에 따른 만성콩팥병 단계(왼쪽)와 단계별 필요 치료 지침. 박스터 누리집(왼쪽) 및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갈무리.
여행계획 시 가장 중요한 것 ‘투석 일정 조정’
투석환자가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투석 일정에 맞춰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혈액투석 환자의 경우 여행지 인근에서 투석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미리 확인하고 예약하면 여행 중에도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
김도형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투석환자 중에는 여행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투석 일정에 맞춰 충분히 준비한다면 여행도 가능하다”며 “여행은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국내 여행의 경우 대한신장학회 홈페이지의 ‘인공신장실 찾기’ 서비스(https://www.kords-ksn.co.kr/Hospital/HospitalList_HD.php)를 통해 여행지 인근 투석 병원을 확인할 수 있다. 여행 일정에 맞춰 미리 병원과 연락해 투석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외여행 역시 현지 의료기관과 사전 협의를 통해 투석 일정을 조율하면 가능하다. 다만 투석환자가 여행을 계획할 때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투석기록지와 검사결과지, 진료의뢰서 등을 준비해야 하며 해외여행 시에는 영문 진단서가 필요하다.
투석치료를 통해 환자마다 제거해야 하는 수분량, 혈류량, 투석 중 혈압 변화, 약물 투여량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들 정보가 기록된 의료 자료를 현지 의료진에게 공유하기 위해서다. 또한, 여행 기간 동안 복용해야 할 약을 충분히 준비하고 응급 상황에 대비해 여행지 인근 의료기관 정보를 미리 확인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재택 투석치료’ 라고도 불리는 복막투석을 시행하는 환자라면 여행이 더욱 수월해진다. 환자가 스스로 시행하는 복막투석의 특성상 여행지에서도 투석 치료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복막투석을 사용하는 환자는 여행 중에는 손투석 방식으로 전환해 치료를 이어가면 된다. 여행지로 복막투석액을 직접 배송받을 수도 있다. 국내 여행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배송지를 변경할 수 있으며, 해외 일부 국가에서도 투석액 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업체도 있기에 해당 회사의 고객센터를 통해 확인해보면 된다.
다만, 여행 중에는 식이 조절과 수분 관리가 특히 유의해야 한다. 짠 음식이나 칼륨이 많은 음식 섭취를 줄이고 과도한 수분 섭취를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투석 일정과 약물 복용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 출발 전이나 여행 일정 중 심한 부종이나 호흡곤란, 발열, 어지럼증 등 몸 상태의 변화가 나타날 경우에는 여행 일정을 미루고 의료진을 찾는 게 먼저다.
김도형 교수는 “투석환자가 여행을 계획할 때는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해 투석 일정과 건강 상태를 고려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행 중에는 식이 조절과 약물 복용, 투석 일정 관리를 철저히 하면 보다 안전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