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공쿠르상 수상 실뱅 테송 방한 기자간담회
“욕망만 만들어내는 AI…AI로는 못 하나 못 박아”
첫 방한한 프랑스 작가 실뱅 테송이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작가는 2014년 낙상 사고로 크게 다친 뒤 재활에 성공했으나, 얼굴 한쪽이 마비되고 귀 한쪽도 잘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험은 꿈의 연장이고, 글쓰기는 모험의 지속입니다.” “더는 움직일 수 없을 때 무엇으로 제 갈망을 대신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묻는다면… 그 상황이 오기 전 죽음을 택할 것 같습니다.”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프랑스 공쿠르상 수상 작가 실뱅 테송(54)이 이번주 처음 방한하여 던진 강고한 가치관은 저 두 마디로 압축될 법하다. 19살부터 지속해 온 극한 조건에서의 오지 여행가이자 그 결과물인 작품들로 프랑스 4대 문학상 가운데 르노도상, 메디치상까지 거머쥔 유일무이의 작가답다. 그 테송이 50대 중반이 되도록 헤쳐온 길로부터 노년이 되어서도 헤쳐갈 길은 조금의 오차가 없이 들린다.
18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실뱅 테송은 작품을 통해 “자연의 힘과 그 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동시에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야 하는 인간 속성 간에 끊임없는 대화를 생각한다”며 “여행은 제 삶의 교조랄 만큼 중요하고, 육체적 모험이 어떻게 문학에 대한 관심을 더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가 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행을 “현실을 통해 꿈에 도달하는 가장 빠른 수단”이라고 말했다. “현실 속 영감을 수확하는 여정”이다. 대지 위에서 줍고 품은 “다양한 감정과 질문이 문학의 재료가 되”어 “자연 상태와 문명의 조화”를 위한 답을 궁구한다.
1972년 프랑스 파리 출생의 실뱅 테송은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했다. 19살에 아이슬란드와 보르네오를 경험한 이래 자전거 세계 일주를 하고 20대 중반 부탄에서 타지키스탄에 이르는 5천㎞를 도보 횡단(25살)하고 서른이 되기 전 카자흐스탄에서 우즈베키스탄까지 중앙아시아 톈산산맥과 초원을 말로 가로질렀다. 대부분의 여행이 고스란히 책이 되며 ‘테송 장르’를 구축해 왔다.
러시아 바이칼 호숫가 외딴 오두막에서 2010년 2월 겨울부터 반년간 홀로 머문 기록 ‘시베리아의 숲에서’(에세이)는 그간의 ‘이동’에서 ‘정지’로의 전환을 꾀하며 얻은 감각과 성찰로 차별화한다. 이듬해 메디치상(에세이 부문)을 받았다. 티베트 눈표범을 만나기 위한 고행길(‘눈표범’, 2019)은 르노도상으로 이어졌고, 그해 프랑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에세이만이 아니다. 공쿠르상(단편 부문)과 프랑스 아카데미상을 안긴 소설집 ‘노숙 인생’(2009)도 노마드 관점과 여정에 토대한다. 조지아, 네팔, 아프가니스탄, 시베리아 등을 배경 삼은 “열다섯편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두고 작가 자신은 “운명의 법과 자연의 힘이 욕망과 희망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어야 했다”고 썼다.
여행은 글쓰기의 시작을 넘어, 문체의 완성이기도 하다. “4년간 알프스를 스키로 관통한 때”를 “가장 의미 있는 여정”으로 꼽으며 작가는 “높은 고도를 몸으로 겪어내는 모험이면서, 매일 같은 풍경을 다르게 기록해야 하는 문체의 도전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실뱅 테송의 방한은 올해 공쿠르상 홍보 대사로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초청하며 이뤄졌다. 대학 강연과 대중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평소 “기자도 지리학자도, 탐험가도 아니”라며 그저 “이야기하기 위해 여행하는 종족”이라고 자신을 일렀던 테송은 이날도 “가르치는 사람보다 그저 겪는 것을 기쁘게 쓰는 일에 만족하는 사람인데, 그래도 학생들에게 전달할 게 있다면 일단 ‘책을 열어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문을 열었을 때 신선한 미풍이 들어오듯 새로운 것을 만나는 통로”라는 게 그의 독서론이다. 그 역시 어떤 오지를 향하든 책과 동반한다. 2014년 낙상으로 26곳이 부러지고 6개월 입원(한달간 코마 상태였다)했을 때도 “위안은 책이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바이칼호 은둔 4개월째 연인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고선 독주가 위로가 되기도 했으나, 6개월 생활은 싸들고 간 책으로 가능했다. “밀린 독서를 위해 이곳까지 왔다”는 농담대로다.
자연과 문명의 균형을 좇는 그에게 인공지능(AI)은 어떤 존재인가. “인간에게 (기술이) 유익하다는 것은 인간이 통제하며 인간이 가진 욕망, 필요, 결핍을 채워주는 도구가 될 때인데, 에이아이는 욕망을 만들어 내고 무엇이 당신에게 결핍되어 있는지를 제시합니다. 폭력적인 비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현대의 기술 현상이 폭력적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맞서는 담론도 극단적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에이아이로는 못 하나 박을 수 없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