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시장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의 패러다임이 위고비나 마운자로같은 주사제에서 ‘먹는 약(경구용)'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주사제의 번거로움을 해결한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잇따라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놓으면서, 기존 시장 지배자인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양강 구도에 균열이 생길 조짐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의 바이오테크 스트럭처 테라퓨틱스(Structure Therapeutics)는 자사의 경구용 비만 치료 후보물질 ‘알레니글리프론(aleniglipron)’의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180mg 용량을 복용한 환자군은 44주 차에 위약 대조군 대비 평균 16.3%의 체중 감량을 달성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56주까지 진행된 연장 연구에서도 체중 감소세가 정체되지 않고 유지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노보 노디스크의 ‘먹는 위고비’나 일라이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의 성적을 웃도는 수준이다.
현재 경구용 GLP-1 시장의 가장 큰 숙제는 ‘복용 편의성'이다. 선두 주자인 노보 노디스크의 리벨서스는 올해 1월 비만용 고용량(25mg)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며 기선을 제압했으나, ‘공복 복용 및 30분간 금식'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반면, 스트럭처의 알레니글리프론과 오는 4월 10일 이전 FDA 승인이 예상되는 일라이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은 단백질이 아닌 ‘저분자 화합물' 제형이다. 이들은 음식물이나 물 섭취 제한 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압도적인 장점을 앞세워 노보 노디스크의 독주를 위협하고 있다.
안전성 확보가 최후의 관건... ‘로우 앤 슬로우' 전략
경구용 제제의 고질적 문제인 소화기계 부작용 관리도 핵심 변수다. 앞서 화이자의 ‘다누글리프론'이 간 독성 이슈로 개발이 중단된 사례가 있는 만큼, 시장은 안전성에 극도로 예민한 상태다. 스트럭처 측은 일부 임상 중단 사례가 있었으나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히며, 저용량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용량을 늘리는 ‘로우 앤 슬로우(Low and Slow)’ 방식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속도전 속에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한미약품, HK이노엔, 일동제약, 디앤디파마텍, 대웅제약 등이 비만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스트럭처가 임상 3상에 진입하고 릴리의 신약이 시장에 풀리면, 수십조 원 규모의 GLP-1 시장은 단순한 체중 감량 효과를 넘어 ‘복용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 중심의 2라운드 전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