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소설 최초…국내 작가로는 김혜순 시인 이어 두번째
2024년 12월7일(현지시각) 스웨덴 한림원에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빛과 실’이란 제목으로 강연하는 모습. 스톡홀름/로이터 연합뉴스
한강 작가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소설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어 원작 소설에 이 상이 주어진 건 처음이다. 2024년 김혜순 시인이 시집 ‘날개 환상통’ 영역본으로 시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국내 작가로는 두번째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은 퓰리처상, 전미도서상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으로 꼽힌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는 26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시상식을 열고 2025년 한해 “영어로 출간된 최고의 책”(the finest book)으로 소설 부문에서 한강 작가의 영역본 ‘작별하지 않는다’(We Do Not Part)를 호명했다. 심사위는 “눈이 멀듯 음울한 날씨와 속삭이는 듯한 구문이 어우러져“ “제주 학살의 트라우마를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2021년 9월 국내 출간된 한강(56)의 장편 최신작으로, 이예원과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가 번역해 지난해 1월 영어권에 소개됐다. 책을 펴낸 출판사 호가스는 세계 5대 출판사로 꼽히는 펭귄 랜덤하우스의 소설 전문 임프린트로, 한강의 연작 소설 ‘채식주의자’를 북미에 소개하며 한국 문학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한강의 ‘소년이 온다’, ‘흰’, ‘희랍어 시간’ 등을 펴냈다.
26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시상식에서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한강 작가를 대신해 출판사 호가스 쪽에서 소감을 대신 밝히고 있다. 실황 유튜브 갈무리
한강 작가와 함께 지난 1월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올라 경쟁한 작가는 넷이다. 전작 ‘친밀한 사이’(2021) 등으로 국내에도 알려진 케이티 기타무라(47), 캐런 러셀(45), 앤젤라 플루어노이(41, 이상 미국 작가), 2025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덴마크 유명 작가 솔베이 발레(64)가 그들이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의 소설 위원회 의장 헤더 스콧 파팅턴(작가·비평가, 오른쪽 인물)이 수상작 발표에 앞서 2025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를 소개하고 있다. 후보작 가운데 번역 소설은 ‘작별하지 않는다’와 덴마크 작품(가운데) 등 두 종이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의 영문판 표지다. 누리집 갈무리
전미도서비평가협회는 미국 언론·출판계 도서평론가들이 1974년 만든 비영리 단체로 1975년부터 해마다 소설, 시, 논픽션, 전기, 자서전, 비평 등 6개 부문에 걸쳐 영어로 출간된 도서를 놓고 “최고의 책”을 선정 시상하며 권위를 자랑해 왔다.
제주 4·3의 죽음, 기억과 연결을 주제로 한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강 작가가 202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데에도 대마루 구실을 했던 작품이다. 한강의 저작 가운데 영어권보다 스웨덴에 먼저 소개(2024)된 유일한 작품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2023년 중국, 프랑스를 필두로 국외 소개된 이래 프랑스의 메디치 외국문학상(2023, 한국 작가 최초)과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2024), 일본 요미우리문학상 연구·번역 부문(2025, 한국 단일 작가 작품으로 최초)을 수상했다.
한강 작가는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리 수상한 출판사 호가스를 통해 작가는 번역자와 국내외 편집자를 향한 감사 인사와 함께 “여전히 우리 안에 있는 희미한 빛을 믿고, 그 빛을 굳게 붙잡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여러분의 놀라운 응원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