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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컴백 공연 날, 광화문광장은 과연 ‘광장’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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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과 스밈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무대 ‘비티에스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앞두고 팬들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비티에스 컴백 라이브: 아리랑’ 공연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경찰·행정 인력 투입을 두고 ‘과도한 행정력 낭비’와 ‘시민 권리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한편, “안전을 위해서는 과할수록 낫다” “국위를 선양했는데 감수해야 한다”는 반론도 맞선다.

애초 26만명의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측했던 경찰은 과도한 공권력 투입 논란에 ‘시민 안전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첨예하게 지속되는 논쟁을 인력 규모의 적정성 문제로만 보긴 어렵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광화문광장이 과연 ‘광장’의 역할을 했는가다.

광화문은 애초부터 권력과 시민이 교차해온 공간이다. 조선시대에는 경복궁 정문 앞 어도를 중심으로 왕권의 상징 축이 형성됐고, 일제강점기에는 그 자리에 조선총독부 청사가 들어서면서 식민 권력의 중심으로 재편됐다. 해방 이후에도 이 일대는 미군정과 군부 등 국가 권력의 중심선으로 기능했다. 그러면서도 4·19 혁명, 6월 항쟁, 탄핵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시민이 모여 발언하고 권력을 견제한 장소이기도 했다. 광화문은 단순한 ‘열린 공간’이 아니라, 누가 점유하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장소였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에서 말하는 광장이 바로 광화문광장의 본질적 의미다. 사람들은 광장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타인과 만난다. 그러나 동시에 그 공간은 언제든 권력과 이념에 의해 점유되고 변질될 수 있다. 광장은 존재 자체로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다. 어떻게 열려 있느냐가 그 성격을 결정한다.

최근 별세한 독일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가 말한 ‘공론장’ 역시 같은 전제 위에 서 있다. 공론장은 시민이 자유롭게 접근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여기서 핵심은 ‘비배제성’이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특정 권력이나 자본이 독점하지 않는 상태여야 한다.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광장은 이러한 공론장이 작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광장은 열려 있을 때 공론장의 기능을 하게 된다.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비티에스 컴백 라이브: 아리랑’에서 방탄소년단(BTS)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빅히트 뮤직∙넷플릭스 제공

이 기준에서 보면 이번 광화문광장은 다른 풍경에 가까웠다. 공연 당일 광장은 거대한 통제구역으로 전환됐다. 접근은 제한됐고, 동선은 설계됐으며, 공간은 하나의 장면을 위해 연출됐다. 1만명 이상의 공공 인력이 투입된 것은 안전을 위한 조치였겠지만, 그 이전에 이미 광장은 특정 목적을 위해 선점된 상태였다. 이때 시민은 공간의 주체라기보다, 통제된 흐름 속에서 이동하는 단순한 행인이 됐다.

과잉 인력 투입에 대한 항변으로 시민 안전이 제시되지만, 문제는 그 안전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광장이 일방적으로 사용됐다는 점이다. 공론장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과잉 대응’의 문제가 아니라 ‘접근의 차단’이다. 이른바 배제된 것이다. 광장이 특정 이벤트를 위해 장시간 봉쇄되는 순간, 그 공간은 더는 누구나 머물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물론 방탄소년단의 공연은 문화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다. 국위 선양의 효과도 있다. 그러나 공공 공간의 성격은 개별 이벤트의 가치와 별개로 판단되어야 한다. 광화문광장은 특정 기업이나 콘텐츠를 위한 무대가 아니라, 시민 누구나 접근하고 머물 수 있는 장소다. 광장이 이벤트의 배경으로 기능하는 순간, 공론장의 기반은 약해진다.

광장은 무엇으로 채워지느냐보다, 얼마나 열려 있느냐로 정의된다. 최인훈이 질문했던 것처럼, 그리고 하버마스가 이론화했던 것처럼, 광장은 끊임없이 점유와 개방 사이에서 긴장한다. 이번 광화문광장이 그 균형 위에 있었는지 묻는 일은 과도한 비판이 아니다. 오히려 ‘광장이 광장으로 남기 위한’ 최소한의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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