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다시 파시즘이 지배하는 세계…작가는 정치적 목소리 내야”

¬ìФ´ë지

‘DMZ세계문학페스타’ 알렉시예비치 -정지아 대담

“한반도 분단 현장서 세계의 전쟁 떠올려”

“우파 독재자 득세는 자본주의 위기 징후”

“한국 시민, 저항으로 민주주의 이뤄”

작가들 “종전 선언하라”긴급결의문 채택

28일 오후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 ‘지혜의 숲’에서 열린 대담에 참석한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에비치(오른쪽)가 객석에 앉은 독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는 정지아 작가, 왼쪽은 정보라 작가.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어제 비무장지대(DMZ, 디엠제트)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슬픔이었다. 그곳은 한반도의 전쟁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었지만 동시에 세계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생각나게 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디엠제트의 지뢰는 우크라이나의 지뢰를 상기시켰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땅 전체가 지뢰밭이 되어서 곡물도 심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한반도 분단의 현장인 디엠제트를 방문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28일 오후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 지혜의 숲에서 열린 한국 소설가 정지아와의 대담에서였다. ‘디엠제트세계문학페스타 2026’ 행사 참석차 방한한 알렉시예비치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아연 소년들’ ‘체르노빌의 목소리’ 같은 논픽션 작품을 통해 전쟁과 폭력, 핵발전소의 위험성 등을 고발한 바 있다. ‘저주토끼’의 작가 정보라가 사회를 맡은 이 대담에서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불과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아 다시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덧붙였다.

‘빨치산의 딸’ ‘아버지의 해방일지’ 같은 작품을 통해 빨치산 출신 부모의 삶을 증언해 온 정지아는 “온갖 꽃이 만발한 전라도에서 아침에 출발했는데, 그때 이미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막힌 것을 보았다. 그렇게 꽃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나 자신은 정전의 현장인 디엠제트 가까이에 와 있자니 전쟁과 평화의 간극이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싶다”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인 작가들의 오늘 만남이 평화의 진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비록 나라와 언어는 다르지만 알렉시예비치와 정지아는 역사적 상처를 간직한 기억과 증언을 자신들의 문학적 토대로 삼는다는 점에서 통하기도 한다. 증언과 창작의 간극 또는 증인들의 말을 끌어내는 과정과 관련한 사회자의 질문에 두 작가는 다른 듯 닮은 답을 내놓았다.

“내 부모는 사상이 확고해서 소설가인 자식에게 자신들의 경험을 전달해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셨다. 내 부모와 똑같지는 않더라도 전쟁으로 인한 상흔을 지니고 사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내가 스물다섯 나이에 낸 ‘빨치산의 딸’은 부모의 입장에서 쓴 다큐멘터리였지만, 그로부터 32년 뒤에 낸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서는 이념이나 혁명 같은 게 아니라 개개인의 슬픔과 아픔, 상처를 들여다보는 데에 주력했다.”(정지아)

“글을 쓰기 위해 취재차 사람들을 만날 때 나는 유명 작가로서가 아니라 친구처럼 다가가려 한다. 어떻게 하면 미치지 않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을 죽이지 않을 수 있을지 괴로워하는 증인들로 하여금 적절한 단어를 찾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나는 작가로서 평생 다큐멘터리만 써 왔다. 삶 자체가 흥미롭기 때문에 굳이 허구를 지어낼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알렉시예비치)

정지아는 “알렉시예비치 선생님의 작품을 읽으며 심정이 복잡했다”며 “내 부모는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위해 목숨을 바쳤는데, 그들이 동경했던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하고 많은 사람을 죽였다. 그런 아이러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하다”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알렉시예비치는 “정지아 작가의 부모님과 내 부모님은 비슷한 것 같다”며 답변을 시작했다.

“내 아버지는 소련 시절 시골 학교의 교장이었는데 평생 공산주의를 신봉하며, 공산주의가 잘못된 게 아니라 스탈린이 잘못한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푸틴이 정권을 잡기 전만 해도 우리가 큰 세계에 들어서고 있으며 자유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날 세계는 다시 파시즘이 지배하고 있다. 소련 시절만 해도 ‘독재자’라는 말은 부끄러운 말이었는데 지금 독재자들은 그 말을 자랑스러워한다.”

이어서 알렉시예비치는 정지아에게 “오늘과 같은 세계에서 희망을 어디서 찾는지, 어떤 생각이 작가를 붙들어 주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정지아는 “디엠제트가 바로 희망의 예일 수 있겠다”며 답을 이어 갔다.

“디엠제트는 정전의 현장, 그러니까 전쟁이 끝나지 않고 지속되는 곳인데, 그로 인한 인간의 비극이 동물과 식물에게는 오히려 천국이 된 역설적 공간이기도 하다. 그와 비슷하게, 지금 트럼프와 같은 우파 독재자들이 득세하는 현상은 자본주의의 위기의 징후가 아닐까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다른 해결책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28일 오후 경기 파주 출판도시 ‘지혜의 숲’에서 ‘DMZ세계문학페스타 2026’에 참가한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와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작가 정지아, ‘저주토끼’의 작가 정보라가 대담을 나누는 모습을 객석을 가득 채운 독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DMZ세계문학페스타 2026’ 조직위원회 제공

두 작가의 대담에 이어 객석에서 나온 질문에 대한 알렉시예비치의 답변이 이날 논의의 결론처럼 들렸다.

“2024년 12월 계엄령 때 나는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 상황을 지켜보았다. 한국 시민들은 저항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내 조국 벨라루스에서도 2020년에 많은 이들이 독재에 맞서 거리로 나왔지만 힘이 부족해 성공하지 못했다. 작가는 정치가 아니라 예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들 하지만, 내 생각에 작가는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시민과 소통하며,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일에 나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승리하지 못한다. 파시즘이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한편 ‘디엠제트세계문학페스타 2026’ 행사에 참석한 국내외 작가들은 29일 긴급 결의문을 채택하면서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 결의문에서 작가들은 “우리는 세계 도처에서 자행되는 학살과 전쟁의 참상을 각자의 언어로 고발할 것을 결의한다”며 “전쟁을 일으켜 세계를 혼란과 위험 속에 빠뜨린 모든 패권 국가는 지금 당장 종전을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작가들은 또 “우리는 현 상황에 대한 개별 작가들의 심각한 위기의식을 하나로 모아 모든 종류의 야만과 다양한 방식으로 맞서기 위해 ‘생명·평화·공존세계작가네트워크’를 발족한다”며 북한 작가들의 동참도 호소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DMZ세계문학페스타 2026’에 참가한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오른쪽)가 28일 오후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 ‘지혜의 숲’에서 열린 대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가운데는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작가 정지아, 왼쪽은 ‘저주토끼’의 작가 정보라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¹ì‹ 2026´ëª…궁금˜ì‹ ê°€

지ê¸ë°”로 AI가 분석˜ëŠ” 가•교¬ì£¼ 리포¸ë 받아보세

´ëª… œë‚˜ë¦¬ì˜¤ •인˜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