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보조 유방절제술’ 맘모톰 과잉진료 논란
국소마취로 회복 빠른 ‘유방 양성 종양’ 제거 시술
검사와 제거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확산돼
‘조직 잘게 절단·흡입’ 방식…암 진단 등에 제약
“악성 가능성 있을 때는 외과 수술이 더 적절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유방암 신규 환자는 2012년 1만6803명에서 2023년 2만9871명으로 10여 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게티이미지뱅크
“병변이 남아 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직장인 김희진(가명·47)씨는 상급종합병원 의사에게서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건강검진에서 유방 병변이 발견된 뒤 조직검사에서 양성에 가깝다는 결과를 들었다. 진료를 받았던 외과에서는 맘모톰 시술을 권했고, ‘한 번에 끝내고 싶다’는 생각에 맘모톰 시술로 여러 병변을 한꺼번에 제거했다.
그런데 제거된 조직 일부에서 상피내암이 확인됐다. 이후 상급종합병원을 찾은 김씨는 좀 더 신중하게 시술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시술 과정에서 조직이 잘게 나뉘면서 암의 범위와 경계를 파악하기 어려워졌고, 이후 치료 방향을 잡는 일조차 쉽지 않아졌다. “간단한 시술이라고 해서 별걱정 없이 받았는데, 이런 상황이 올 줄은 몰랐다”고 그는 말했다.
이의진(가명·55)씨의 사정은 또 다르다. 4년 전 유방 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나온 뒤 처음으로 맘모톰 시술을 받아 병변을 제거했다. 2년 전에는 석회가 많다는 이유로 양쪽 유방에 다시 맘모톰 조직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결과는 양성이었다.
그런데 최근 또 새로운 병변이 발견됐고, 유관증식증 진단을 받은 뒤 3개월 경과 관찰 끝에 이번에도 맘모톰 제거를 권유받았다. “4년 사이 벌써 세 번째”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실손보험이 있어 자기부담금이 크지 않았지만, 청구 금액 자체가 매번 상당했다. 병변 크기와 개수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기준이 명확하게 와닿지 않았다.
“이게 맞나 싶어서” 대학병원을 찾은 이씨는 뜻밖의 말을 들었다. 담당 교수는 조직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온 만큼 당장 제거할 필요 없이 경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같은 병변을 두고 의사마다 판단이 달랐던 것이다. 이씨는 “내가 소개해준 지인도 같은 병원에서 비슷한 권유를 받았다”며 “병원이 과도하게 시술을 권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맘모톰을 둘러싼 과잉진료 논란이 커지면서 의료계가 표준 진료 기준 마련에 나섰다. 작은 절개와 빠른 회복이라는 장점으로 환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그 이면에 있는 한계와 위험성에 대한 점검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맘모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배경에는 유방암 환자의 꾸준한 증가가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신규 환자는 2012년 1만6803명에서 2023년 2만9871명으로 10여 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유방암은 이제 한국 여성에게 가장 흔한 암이 됐으며, 특히 40~50대 중장년층에서 발생이 두드러진다. 조기검진 확대와 고령화 영향으로 발견 시기는 빨라졌지만, 그만큼 질병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빠르고 간편한 검사·치료’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고, 그 중심에 맘모톰이 자리 잡았다.
맘모톰은 진공보조 유방절제술(Vacuum-Assisted Breast Excision, VABE) 장비를 이용해 초음파로 병변을 확인하면서 진공 흡입과 회전 칼날로 조직을 절단·제거하는 방식이다. 시술은 대개 국소마취로 진행돼 전신마취 부담이 없고 시술 시간도 길지 않다. 절개가 작아 흉터가 거의 남지 않으며 회복이 빠르다는 점도 환자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특히 양성으로 의심되는 유방 종괴나 조직 확인이 필요한 병변에서는 검사와 절제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진단과 치료의 중간 단계에서 활용도가 높은 기술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 시술이 모든 경우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조직을 잘게 절단해 흡입하는 방식의 특성상, 악성 병변이 포함된 경우에는 김씨 사례처럼 이후 수술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악성 가능성이 크거나 병변이 크고 깊은 경우에는 외과적 수술이나 다른 검사 방법이 더 적절할 수 있다. 시술 전에는 영상검사 결과와 병변의 특성,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시술 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시술 후 통증, 멍, 부기, 일시적 출혈은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며, 드물게는 혈종이나 감염, 감각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조직을 많이 제거할 경우 유방 모양이 변할 가능성도 있어 시술 후 관리 역시 중요하다. 또한 이씨의 경우처럼 반복적으로 시술을 받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비급여 중심의 비용 구조도 논란의 한 축이다. 건강보험 적용이 제한적이어서 환자 부담이 크고, 병변의 크기와 개수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는 구조여서 환자 입장에서는 적정 가격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의료기관마다 권고 기준도 달라, 이씨처럼 같은 병변을 두고 전혀 다른 처방을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경우 당장의 비용 부담은 덜하지만, 불필요한 시술이 반복될 경우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회적 비용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정언 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은 “맘모톰 시술은 꼭 필요한 상황에서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보편화되면서 적응증 외 사용 등 여러 문제가 감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진과 환자 간 신뢰가 흔들리는 지금, 표준화된 기준 마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준이 없으면 환자는 의료기관마다 다른 권유를 받게 되고, 그 혼란은 고스란히 환자의 불안과 불신으로 이어진다”며 “이번 지침은 의료진에게는 일관된 판단 근거를, 환자에게는 어디서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회는 상급종합병원뿐 아니라 일차의료기관 의료진 등 다양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실제 진료에 적용 가능한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일선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아우르는 실질적인 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맘모톰은 비교적 부담이 적은 시술이지만 모든 환자에게 일괄 적용할 수 있는 치료가 아니다”라며 “시술 여부는 병변의 특성과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결정돼야 하고, 환자 역시 충분한 설명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다른 의료기관에서 추가 의견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