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포럼’ 참석자들 쓴소리
‘통일교·신천지 방지법’ 반발도
‘정교유착, 그 악습의 고리를 끊어라’ 세미나에서 발언하는 류영모 전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왼쪽 둘째). 한국교회총연합 제공
‘정교유착의 고리를 끊자.’ 종교계, 특히 개신교 내부에선 정교유착 근절이 발등에 떨어진 과제로 등장했다. 통일교와 신천지의 ‘정치유착’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나라가 망하는 길”이라며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국회에서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한 종교 법인의 해산과 재산의 국가 귀속을 담은 ‘민법 개정안’까지 발의하자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을 지낸 류영모 목사가 주도하는 ‘나부터포럼’은 ‘정교유착, 그 악습의 고리를 끊어라’라는 세미나를 열었다. 파격적 주제인 만큼 비판이 이어졌다. 김주한 한신대 교수는 발제 강의를 통해 개신교계가 “교회가 이익될 땐 침묵하고, 이익이 침해될 땐 발언했다”며 잘못된 정치 참여 관행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임성빈 전 장로회신학대(장신대) 총장도 “우리의 신앙 정체성도 중요하지만, 세상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까지 논의돼야 한다”며 공감했다. 임 전 총장은 특히 “개신교가 신도 수를 보면 1등이지만 무종교인은 더 늘어난다”며 “우리 행동은 많은 이들에게 종교를 꺼리게 하고 있다. 불필요한 오해를 가져오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사 연구자인 탁지일 부산 장신대 교수는 주류 개신교가 이단과 비주류 종교의 정치유착이 문제가 될 때는 성명 등 목소리를 냈지만 “잠잠해지면 침묵하는 악습의 고리를 지속한, 집단적 망각이 문제”라고 질타했다. 통일교와 신천지의 정치유착 의혹, 전광훈 목사의 극우 행보,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 교주의 성범죄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질 땐 일부 문제를 제기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지 못한 채 비판이 잦아들기만 기다렸다는 지적인 셈이다.
일부 목사는 권위주의 통치 시절 민주화에 기여한 개신교의 순기능 등을 언급하며 ‘교회의 움직임을 정치적 결탁이 아닌 정치세력화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뜨거운 토론 끝에 나부터포럼은 자성의 목소리를 담은 성명서를 채택했다. ‘신앙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정치적 거래와 유착 배격’ ‘지방선거에서 맹목적 진영 논리를 넘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지역사회를 살리는 공적 책임을 다할 것’이란 내용 등이 담겼다. 개신교가 이례적으로 반성의 의미를 담은 성명까지 채택한 건 지방선거를 앞두고 종교가 다시 정치권과 결탁하거나, 국회가 자신들의 반대에도 민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게 아닌가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개신교는 최혁진 의원(무소속)이 지난 1월 ‘종교법인이 헌법상 정교분리의 원칙 또는 공직선거법 등을 위반하여 조직적, 체계적으로 정치활동에 개입하여 공익을 현저히 해한 때’엔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재산을 국고에 귀속하는 규정 등을 신설한 민법 개정안(통일교·신천지 방지법)을 내자 반발을 거듭해왔다.
류영모 전 한교총 회장은 정치권에 대화를 요구했다. “민법 개정안은 즉시 폐기하고 한국 교회, 각 종교 종단 단체와 신중한 논의를 통해 새 법안을 만들자고 교회가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헌금이 정치로 들어가선 안 되고, ‘아스팔트 교회’나 교단이 (신도를) 동원해 정치적 흐름을 좌우하면 안 된다고 해 법안이 시작됐는데,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게 생겼다. 리더들이 검찰에 출두하고, 재단이 해산될 수도 있다. 그래서 기독교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