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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낡은 서랍 속의’ 패닉…다시 꺼낸, 뜨거운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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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패닉 이즈 커밍’ 콘서트 현장

16~19일 서울 강서구 엘지아트센터 서울 엘지시그니처홀에서 열린 패닉 콘서트 ‘패닉 이즈 커밍’ 공연 장면. 뮤직팜 엔터테인먼트 제공

커튼이 열리자 객석에서 오랫동안 묵힌 시간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지난 16일 저녁, 무대 위로 듀오 패닉의 이적과 김진표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객석은 환호로 들끓었다. 관객 중 한명은 입으로 “빠라바밤” 나팔 소리를 내며 이들의 복귀를 환영했다.

16~19일 서울 강서구 엘지아트센터 서울 엘지시그니처홀에서 진행된 패닉 콘서트 ‘패닉 이즈 커밍’은 기다림과 반가움의 감정이 응축된 공연이었다. 첫 곡 ‘아무도’부터 떼창이 붙었고, 사업가로 변신하며 음악 활동을 사실상 접었던 김진표의 중저음 래핑이 얹히자 열기는 더 거세졌다.

16~19일 서울 강서구 엘지아트센터 서울 엘지시그니처홀에서 열린 패닉 콘서트 ‘패닉 이즈 커밍’ 공연 장면. 뮤직팜 엔터테인먼트 제공

패닉이 단독 콘서트로 돌아온 건 2006년 3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레츠 패닉’ 공연 이후 20년 만이다. 공연 전 만난 팬 박다정(37)씨는 “패닉의 3집을 듣고 중학생 때 ‘덕질’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다시 돌아온다고 하니 너무 설렌다”고 했다. 4회 모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총 5340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다녀갔다.

이날 공연은 노래와 연주 자체에 힘을 실었다. 6인조 밴드의 안정적인 풀사운드가 무대를 단단히 받쳤고, 조명과 영상은 과하지 않게 곡의 결을 살리는 쪽에 머물렀다. 공연은 익숙한 히트곡만 늘어놓기보다 패닉의 디스코그래피를 넓게 훑는 구성이었다. ‘달팽이’, ‘왼손잡이’,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같은 대표곡은 물론이고 ‘눈 녹듯’, ‘나선계단’, ‘혀’ 등 상대적으로 라이브로 들을 기회가 적었던 곡들까지 고루 배치됐다.

1996년 활동 당시 패닉. 이적(왼쪽)과 김진표. 한겨레 자료사진

오프닝 무대를 마친 이적은 “올해가 패닉 데뷔 31주년이다. 30주년에 맞춰 공연을 하려고 했는데 늙어 보이기만 할까 봐 하지 않았다”며 웃은 뒤 “한살 더 먹고 공연을 하게 됐는데, 20년 만의 공연이라는 나름의 의미가 생겼다. 굉장히 벅차다”고 말했다. 김진표는 “막이 열리고 객석이 보이는 순간 예전에 많이 느꼈던 감정이 회오리치듯 밀려왔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대 위 두 사람은 과거를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며 더 또렷해진 각자의 결이 오히려 패닉이라는 팀을 더욱 균형 있게 만들었다. 이적의 서정과 김진표의 리듬이 예전보다 더 분명하게 차별화됐고, 그래서 더 자연스러운 무대를 만들어냈다. 앙코르 ‘왼손잡이’까지 총 24곡, 2시간30분의 공연은 예고보다 길었지만 무대와 객석의 집중력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16~19일 서울 강서구 엘지아트센터 서울 엘지시그니처홀에서 열린 패닉 콘서트 ‘패닉 이즈 커밍’ 공연 장면. 뮤직팜 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이라이트는 역시 ‘달팽이’였다. 피아노를 연주하며 이적이 노래를 부르는 중 김진표가 색소폰을 불면서 무대 위로 걸어 나오는 순간 환호와 갈채가 터졌다. ‘달팽이’가 이날 더 크게 다가온 이유는 반가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빨리 가야 한다고, 강해야 한다고, 뒤처지면 안 된다고 몰아붙이는 시대에 이 노래는 여전히 느리고 약한 존재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팽이’는 1990년대의 노래가 아니라 지금의 사람들을 위로하는 노래처럼 들렸다.

랩 솔로 무대를 펼친 김진표는 “과거 인터뷰에서 늘 ‘50대가 되어도 랩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왔고, 이번 공연이 그 목표를 이루게 해준 무대”라고 했다. 발표 당시 직설적인 가사로 문제작으로 알려진 ‘마마’와 ‘벌레’, ‘다시 처음부터 다시’로 이어진 무대는 그래서 더 묘한 울림을 남겼다. 젊은 날의 거친 감성과 지금의 나이가 겹쳐지면서, 그 노래들은 추억의 기념품이 아니라 다시 해석되는 현재형 작품이 됐다. 김진표가 “추억 소환뿐만 아니라 저희 음악 인생 전체를 다시 재조립하는 느낌”이라고 말한 대목은 이날 공연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었다.

16~19일 서울 강서구 엘지아트센터 서울 엘지시그니처홀에서 열린 패닉 콘서트 ‘패닉 이즈 커밍’ 공연 장면. 뮤직팜 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연 말미에 이적은 “언제 다시 패닉 공연을 할지 모르겠다”고 했고, 김진표도 섣불리 다음을 약속하진 않았다. 그래서 한 장면이 더 깊게 남았다. 본공연 마지막 곡 ‘로시난테’를 부른 뒤 두 사람은 무대 뒤편 풍차 세트를 향해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돈키호테의 무모함과 낭만을 닮은 그 뒷모습은 이날 공연 전체를 요약하는 장면 같았다. 시대착오적으로 보일 만큼 순진한 열정, 그래서 더 귀한 낭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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