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은 이름 그대로 ‘마르고 각질이 일어나는 병’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면역계 이상이 만들어낸 만성 염증질환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봄볕이 따뜻해지면 피부도 한결 편안해질 것 같지만, 건선 환자에게 봄은 오히려 경계해야 할 계절이다. 건조한 바람과 커진 일교차, 늘어난 외부 활동이 겹치면서 피부 장벽이 흔들리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보습이 부족해서”라고 넘기기엔, 건선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질환이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2022~2025년)에 따르면 건선 환자는 매년 봄철(3~5월)에 평균 12만 명 수준으로, 다른 계절보다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다.
건선은 이름 그대로 ‘마르고 각질이 일어나는 병’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면역계 이상이 만들어낸 만성 염증질환이다.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피부의 각질형성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증식하고, 그 결과 피부 위에 은백색 각질과 붉은 발진이 반복적으로 쌓인다.
대표적인 증상은 홍반(붉은 반점), 인설(하얗고 은백색의 각질), 피부 비후(두꺼워짐)다. 팔꿈치나 무릎, 두피처럼 자극이 잦은 부위에 흔히 나타나며, 경계가 또렷하고 좌우 대칭으로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 건조증과 달리, 증상이 수주 이상 지속되거나 점점 넓어진다면 건선을 의심해야 한다.
경희대병원 피부과 정기헌 교수는 “봄철에는 피부 장벽이 약해지고 외부 자극이 늘어나면서 건선 병변이 더 쉽게 건조해진다”며 “충분히 보습을 해도 붉은 반점과 두꺼워진 피부, 하얀 각질이 계속된다면 단순 건조가 아니라 질환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선 진단은 병변의 모양과 분포 같은 임상적 특징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필요하면 피부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이후 병변의 두께, 홍반 정도, 각질의 양, 그리고 체표면적 침범 범위를 종합해 중증도를 평가한다.
치료는 ‘보습’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경증에서는 국소 스테로이드제나 비타민 D 유도체 같은 외용제와 함께 보습 관리가 기본이지만, 증상이 넓어지거나 반복될 경우 광선치료, 경구약물, 생물학적 제제 같은 전신 치료가 필요해진다. 즉, 피부 겉을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면역 반응 자체를 조절해야 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것은 ‘각질을 없애려는 행동’이다. 보기 싫다고 억지로 떼어내거나 긁는 순간, 오히려 병은 더 번질 수 있다. 자극을 받은 부위에 새로운 병변이 생기는 ‘쾨브너 현상’ 때문이다.
정 교수는 “건선은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는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단기 치료보다 장기 관리가 핵심”이라며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과 함께 자극을 피하고, 생활습관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선은 피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신 염증과도 연결될 수 있다”며 “체중 관리, 스트레스 조절, 충분한 수면, 금연과 절주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