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통 터보에 48V 시스템 결합…균형 잡힌 퍼포먼스
소프트톱 개폐 15초·에어스카프 적용…사계절 오픈 주행
2+2 시트와 다양한 편의사양으로 실용성 확보
AMG SL 43 정측면부. 임주희 기자
지붕을 여는 순간 차가 포효하기 시작했다. 바람과 엔진음이 동시에 들어오며, 주행 감각이 한층 선명해졌다. 메르세데스-AMG SL 43은 고성능 스포츠카의 강력함뿐 아니라 균형 잡힌 주행 완성도로 일상 속 운전의 즐거움을 끌어올린 차였다.
벚꽃이 흩날리고 날씨가 조금 풀린 날 SL 43을 시승했다. 이 차는 기존 V8 중심의 고성능 이미지에서 한 발 물러나면서도, AMG 특유의 주행 감각은 유지했다. 고성능 스포츠카의 매력을 일상에서 풀어낸 현실적인 차였다.
AMG SL 43 측면부. 임주희 기자
SL 43은 AMG의 상징과도 같던 대배기량 대신 직렬 4기통 2.0ℓ 터보 엔진(M139)을 얹었다. 이 엔진은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의 기술 기반의 전자식 모터가 장착된 배출가스 터보차저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전체 엔진 속도 범위에서 반응성을 향상시키며, 전반적으로 더욱 역동적이면서 효율성을 높인 주행이 가능하게 했다.
실제 주행에서도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힘이 끊김 없이 이어졌다. 48V 온보드 전기 시스템을 통해 작동되는 터보차저는 엔진과 결합돼 최고출력 421마력, 최대토크 51㎏.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7초로, 수치만 보면 슈퍼카급은 아니지만, 체감상 가속은 더 빠르게 느껴져 일상 주행에서 충분히 강력했다.
여기에 2세대 벨트 구동식 스타터 제너레이터를 통해 10㎾의 추가 동력을 사용할 수 있다. 초반 가속은 더 경쾌했으며, 변속도 매끄러웠다. AMG 특유의 날카로운 감각은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인 주행감은 훨씬 부드러웠다.
AMG SL 43 후면부. 임주희 기자
회전 구간에서는 빠르고 정확했다. 최대 2.5도의 후륜 조향각을 제공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적용되며 회전 반경이 줄어들 뿐 아니라 고속 회전에서도 안정성이 강화됐다. 도심 골목에선 부담이 적었고, 고속도로에선 차체가 노면에 단단히 붙는 것이 느껴졌다.
서스펜션은 과하게 딱딱하지 않았다. 노면에서의 불필요한 충격은 걸러내 장거리 주행에서도 피로도가 크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출력, 차체, 서스펜션, 변속 등이 과하지 않게 서로 맞물리며 균형을 유지했다. 스포츠카를 운전자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즐거움을 주는 차였다.
지붕을 열고 달리는 재미도 있었다. 소프트톱은 시속 60㎞ 이하에서 15초 만에 열고 닫을 수 있다. 신호 대기 중에 조작하기에 충분했다. 지붕을 열자 바람과 엔진 사운드가 동시에 들어오며 감각이 확장됐다. 배기음은 과하지 않아서 도심에서도 부담이 적었다.
헤드레스트 하단부에서 따뜻한 바람을 내보내는 에어스카프도 탑재돼 쌀쌀한 날씨에도 오픈톱 주행을 즐길 수 있다.
2+2 시트 구조는 실용적이었다. 뒷좌석은 성인이 타기엔 제한적이지만 짐을 싣기에는 충분했다.
AMG SL 43의 뒷좌석 모습. 성인이 타기엔 좁지만 짐을 싣기엔 충분했다. 임주희 기자
외관 디자인은 긴 보닛, 짧은 오버행, 낮은 차체 비율로 전형적인 로드스터의 형태를 띄었다. 전면부의 AMG 전용 그릴과 수직 슬랫에서 300 SL의 클래식한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 느껴졌다. 원형 배기구와 부드럽게 다듬어진 후면 디자인은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했다. 공격적이라기보다 우아함에 가까운 실루엣이었다.
실내는 아날로그와 최첨단 디지털 요소가 결합된 ‘하이퍼아날로그’를 구현했다. 제트기의 터빈 노즐에서 영감 받은 송풍구 사이로 12.3인치 운전석 계기반 및 11.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배치했다. 디지털 요소가 중심을 잡으면서도 아날로그 감성을 유지했다.
여기에 헤드레스트와 등받이가 결합된 AMG 시트와 나파 가죽 소재의 AMG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 AMG 알루미늄 트림 등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함께 편안함을 선사했다.
아날로그와 최첨단 디지털 요소가 결합된 AMG SL 43 1열 모습. 임주희 기자
차선 변경·차선 이탈 방지 등을 포함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충돌 회피 메뉴버링 서포트와 같은 안전 보조 시스템 등이 적용되며 안전 요소도 놓치지 않았다.
부메스터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키레스-고, 톨 정산 시스템, 360도 카메라 등 편의장치도 기본 제공된다.
총평을 하자면 AMG SL 43은 일상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잡는 차였다. AMG 라인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더 넓은 고객층을 겨냥했다. 가격은 1억5000만원대로 여전히 고가이지만, AMG 브랜드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수준이다.
특히 고성능과 효율,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인다.
AMG SL 43. 메르세데스-벤츠 제공